동일본 대지진은 국제사회에도 큰 충격을 가져왔다. 엄청난 해일 피해와 그 영향을 헤아릴 수 없는 원자력 발전 사고 그리고 풍문에 따른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여기에 정국 혼란에 따른 정치 피해도 가중됐다. 피해가 광범위하고도 장기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운명이 걸린 복구·부흥이 어떻게 진행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중학교 교과서 채택은 일본이 일변했다고 할 수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사회 규범이나 가치관이 바뀌는 것)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역사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한 역사 교과서를 또 교묘한 수법으로 채택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역사 교과서 채택 문제에 관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 본지 기자가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부 주석 = 역사 인식을 둘러싼 보수·수구·우익, 혁신·진보·좌익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여기에서는 편의상 전자를 우파, 후자를 좌파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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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 없는 회귀 지향
민주주의 파괴 마다하지 않아
A 오사카부 의회에서 전국 최초로 '키미가요(일본국가) 기립 조례'가 성립됐다. 부내 공립 학교 교직원에 대해 국가 제창시의 기립을 의무화 하고 오사카부 시설에서는 국기의 상시 게양이 의무화 된다.
지역 정당인 오사카 유신의 모임(대표:하시모토 토오루=橋下徹 오사카부 지사)이 제안했다. 공명, 자민, 민주, 공산의 각 회파는 반대해 자민에서는 한 사람의 퇴실자도 나왔다. '부교위가 기립 제창을 지도하고 있어 조례화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반대측의 최종 저항선이었다. 이마저도 무너졌다.
B 이쿠노구 한 가운데에 있는 대부분의 아동이 동포로 구성된 초등학교의 졸업식이 떠오른다. 연습에 연습을 더해 방위대학 졸업식이라고 생각될 만큼 일사 불란한 의식이었다.
동포 아동의 졸업 증서는 본명을 의무화 해 이름이 불리면 군대식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무릎을 높이 들고 양손을 크게 흔들며 무대에 오른다. 무대 정면 중앙에는 2평 크기의 큰 일장기가 벽면을 덮고 있고 그 앞의 연단에는 교장이 엄중히 서있다.
즉, 졸업생 - 교장 - 일장기가 일직선이 돼 졸업생은 증서를 받은 뒤 거의 90도 인사를 하지만 그것이 일장기에 대한 깊은 인사가 된다. 동포 졸업생과 보호자에게 '한국·조선인이 모여 있어도 여기는 일본이다. 그것을 잊지 말라'고 하는 위압임은 분명했다.
C 그렇다면 오사카부의 새로운 조례는 나아가 일본인에 대해서도 '여기는 일본임'을 각인시켜 '일본인다울' 것을 강요한다고 말할 수 있다. 위반하는 자에 대해서는 면직을 포함한 징계 처분을 포함시킨 조례를 9월에도 제안한다고 한다. 1947년까지 있었던 '불경죄'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B 하시모토 토오루 지사는 조례 성립후 "교장의 직무 명령에 조직의 일원인 교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교장이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보통 조직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대를 모델로 삼은 일본의 학교의 본질은 지금도 변하지 않다. 복장이나 두발에 대한 섬세한 규정 전원 참가의 불문율 등 형식적 질서의 존중, 그리고 절대 복종. 말하자면 성역이다. 그런 학교 현장에서 당국의 의향에 따르는 교장의 직무 권한이 강화되게 된다.
A 역사 교과서나 국기 국가의 문제는 ①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라 일본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침범 당하고 있다 ②가정과 학교의 붕괴가 진행돼 지역 공동체와 사회 전체가 와해하고 있다 ③한국, 중국의 경제적 약진 그 가운데 중국의 군사적 대두가 현저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에는 강력한 리더가 없다는 위기 의식으로부터 파생됐다.
B 우파는 일본의 현상의 나쁜 부분 - 물론 이는 자신의 가치관에 비롯됐지만 - 을 '전후 민주주의'의 책임으로 전가해 왔다. '공'과 '사'의 역학 관계를 역전시켰다고 해서 잭·란시에르 저 '민주주의에 대한 증오'는 아니지만 '전후 민주주의'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민주주의의 파괴를 마다하지 않는 태도다. 실제로 '공'의 국가주의화가 진행돼 '사'의 영역까지 큰 저항 없이 침식해 왔다. 왜곡된 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해 비열한 방법으로 채택되고 '키미가요 기립 조례'가 성립되는 것은 그 단적인 증거라 말할 수 있다.
C 역사 인식에서는 예를 들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주변 제국을 향한 겉치레와 국내를 향한 본심이라고 하는 이중적 기준이 있었다. 이런 구분조차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원래 '강한 일본'에 회귀하고자 가장 값싼 국민 통합의 수단으로 역사 찬미와 내셔널리즘을 동원하는 것을 자제하지 못하게 됐다.
A 의지와 각오가 있는 강한 국가 리더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지방의 수장도 눈에 띈다. '우익 퍼퓰리즘'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현상이 퍼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일본이다.
C 평화·인권·공생이라는 가치관은 인류가 우여곡절을 거쳐 보편화시켜 왔다. 그렇지만 그 규범은 아직 강고하지 않아 유린되고 있는 현실도 많다. 끈질기게 추구해야 하지만 이러한 보편적인 원리에 호소하는 주장을 어딘지 모르게 수상하고 위선으로 받아들이는 심성이 만연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일본의 현행 헌법도 그런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대해 명백히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 태도 즉 우파적인 내셔널리즘이야말로 지배적인 규범에 대항한 것이라 받아들여져 매력적으로 비쳐지기 쉽다.
A 젊은이 사이에서 국가주의적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지역 등의 귀속성, 집단성이 애매해져 그 반동으로 개개인이 정신적으로 '국가', '공'에 매달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귀속성이나 집단성은 젊은이들 자신이 이기시심으로 부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이런 젊은이는 개개인은 연약하고 집단 운동을 꺼리지만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우파의 과격한 전사로 변신한다.
B 일찌기 '자유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치 운동에 몸을 던진 젊은이들이 있었다. 개인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공통의 증오 대상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인터넷의 세계에서 우파의 전사가 되는 젊은이들은 '공'을 강화해 사회를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어디까지나 자신은 자신으로 남고자 하는 제멋대로인 부분이 있다.
이런 젊은이에게 호소해 우파 붐을 일으키려는 경향이 일부 지도자로부터 엿보인다. 말그래드로 '우파 퍼퓰리즘'이다. 이것이 일찌기 일본을 파멸에 몰아넣었다.
C '전후 민주주의'는 한계에 이르렀다. 아니 처음부터 부당했다고 말하는 우파에도 비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에 대한 안티에서 시작돼 전통 회귀, 말하자면 과거 회귀에 매달리고 있다.
A 애국심은 보통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자유로운 개개인이 결합해 만든 공공 사회가 국가라고 생각해 그 제도나 이념에 대해 애착을 느끼는 시민적인 애국심. 나머지 하나는 지연이나 혈연에 국민의 정체성을 찾는 민족적인 애국심이다.
일본에서는 이 두가지 가운데 시민적인 애국심이 형성되지 않은 채 민족적 '애국심'만을 키워왔다. 우파가 그리는 강한 리더상이란 과거 민의와 상관 없이 나라를 통솔한 메이지 시대 지도자 등이다.
C 일본 사회의 우파적인 인맥은 같은 패전국이라도 독일과 다르며 전쟁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독자적인 '국체'와 그 '연속성'에 의거한 자국 중심의 우월 사관을 오히려 세습 정치가를 중심으로 공유·재생산을 허용해 왔던 점이 크다.
B 일찌기 지배적인 가치관이나 규범에 대해서 반항적인 것이 좌파였다. 좌파는 확장성 없는 민족적 우파를 경멸했다. 우파는 반대로 좌파는 신성한 전통을 모독하고 있다고 봤다. 안보 문제 등에서 갈등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냉전을 거쳐 55년 체제를 지니며 우파 여당, 좌파의 야당의 역학 관계가 안정돼 경제성장이 지속됐다.우파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냉전·55년 체제가 연달아 붕괴돼 버블 붕괴 후 경제 정체도 겹쳐 일본은 혼미해졌다. 좌파가 지반을 침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파계가 새로운 기축을 세우지 못했다. 우파와 좌파의 구분도 애매하고 무엇이 축인지 보이지 않는다. 욕구불만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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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축 요구 갈등
좌시 할 수 없는 '위험한 일본'
A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일본은 경제적 타격뿐 아니라 정신적 타격을 받았으며 자금심도 상처를 입었다. 재기를 기하려면 강한 리더와 결속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함정이 있다.
B 동일본 대지진으로 국민적 결속을 외치게 됐다. 원자력 발전 사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일본인이 국가라는 테두리안에 한층 더 갇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일본이 재기하려면 세계 특히 이웃 나라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축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지금부터 활발해진다. 글로벌화와 국가에 대한 애착 당분간 경쟁이 계속 될 것이다.
C 가치관이나 생활 양식이 다양화된지 오래 지나 부국 강병 시대와 같이 특정 사람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학교나 사회가 단결되지 않는다. 이웃나라를 업신여기고 자신에게만 통하는 우월 사관을 지닌 인물은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아시아는 일본이 '군림'한 한 때의 아시아가 아니다.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아 갈등은 깊어질 것이다.
A 일본의 미래가 위험하면 재일의 미래도 위험하다. 긴 투쟁이 예상된다. 따라서, 겨우 교과서 가지고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따라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하면 끝난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우선 우파 본색을 드러낸 교과서를 다시 참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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