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민단·총련 공동 성명'이 발표됐을 때 나는 '드디어 왔구나' '재일사회가 김정일 독재에 지배될지 모르다'라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꼈다.

2000년 '6·15남북 공동선언' 이후 '민족끼리'가 한국과 재일사회에서 외쳐지며 '통일 환상'이 확산되던 가운데 같은 해 9월부터 민단의 머리 너머로 총련 간부의 한국 방문이 실시돼 국내의 북한 추종 세력(이하, 종북세력)과의 연대가 강해지고 있었다. 민단에게 총련과 '화합'하도록 집요한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꿈틀거리는 재발 가능성
민단과 총련은 1991년 세계 탁구 선수권 치바 대회에서 남북 통일팀을 공동으로 응원하는 등 몇가지 '화해' 이벤트는 가졌지만 모두 서로의 존재를 침범하지 않는 일과성 행사로 5·17사태는 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태는 민단의 자율적인 힘에 의해 단시일내에 수습돼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발의 가능성이 없어지지 않았다. 사태는 '햇살 정책'이 진원으로 그 조건이 완전히 극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 수뇌 선언'(2007년)의 흐름이 차단되지 않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위기 상황을 보고 386세대의 주체 사상파는 좌절해 일부는 대북 민주화 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일부는 햇살 정책으로 자신을 구제하고자 정권 중심부에 비집고 들어갔다.

재일사회에서도 총련을 이탈해 설 자리를 잃은 동포들이 김대중 정권 등장 이후 햇살 정책에 의지한 나머지 총련의 쇠퇴가 민단 강화로 이어지지 않았던 하나의 요인이 되어 있다.

'민족끼리'란 북한에서 보면 '햇살정책 역이용 전략'의 키워드이며 김대중 정권에서 보면 '대북 영합 노선'을 포장하는 문구였다.

◆북의 통일전선의 측면을 담당하는 조직
5·17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을 정리하면 '민족끼리' 이념에 따라 ①한국의 총련 지원과 ②총련의 대민단 공작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① 5·17사태는 총련의 예전 대민단 공작과는 질적으로 다른 곳에서 생겨났다. 남북 양정권의 지지 속에서 한국의 공권력, 정계, 언론계, 시민 단체의 지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공권력은 한통련에 대한 대법원의 '반국가 단체' 규정 적용을 제외시켜 조선 국적자에게 임시 여권을 남발해 재일과 한국의 종북세력간의 연대를 강화시켰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각 당의 일부 국회의원, 종북 시민단체, 일부 언론기관은 총련이나 한통련을 격려하고 조선 학교 등에 막대한 지원을 실시했다.

이렇게 기초를 다진 다음 본국 당국과 주일공관 고위직이 연대해 정부 보조금을 빌미로 민단에 압력을 가해 2006년2월 민단 중앙 단장 선거에 개입했다. 하병옥 집행부 탄생 후에는 그런 행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② 총련은 왜 민단에 대해 공작을 지속하는가. 그것은 총련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 전략의 측면 부대로 대남 공작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 목적은 노동당 규약에 명기되어 있듯이 '남조선 혁명'이라는 북쪽 주도의 통일이다.

총련은 김씨 왕조에 의한 한반도 지배 확립의 도구로 재일동포의 이익을 옹호하는 단체가 아니다. 권리옹호의 운동을 실시하는 것은 북쪽 주도의 통일을 실현하는 총련 조직의 방어와 대중 획득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대민단 공작은 '단합 사업'이라고 불려 총련 결성 이후 일관되게 추진되어 왔다. 대남 공작원으로 만들기 위한 한국 국적 동포 '낚시'도 활발했다.키워드는 '민족' '통일' '평화'다.

이 셋을 파괴해 온 것은 다름 없는 북한 독재와 총련이면서 그 책임을 한국측에 전가하고 교묘한 언동으로 민단에 호소해 침투한다. 민단에 대한 이러한 공작이 계속 되는 한 5·17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내 종북세력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총련은 지금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에 주력하고 있으며 민단 중앙 단장 선거도 노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물론 공개돼 있지 않다. 그야말로 무관심한 듯 가장하면서 수면 아래에서 기를 쓰고 있다.

북한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0년 칠레에서 사회주의의 allende 정권(1973년 쿠데타로 붕괴)이 폭력 혁명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탄생하고 나서다. 김일성은 이것에 힌트를 얻고 대남 공작도 이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한국 야당 최유력자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했다. 동시에 고급 공무원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는 고등고시 합격자 등의 포섭도 지시했다.

◆보선의 결과에 위험한 징조
이렇게 한국의 각 분야에 진출한 종북세력은 김대중·노무현 정권하에서 한층 더 세력을 확대해 현재 이명박 정권하에서도 계속해서 세력을 증식중이다. '시민 단체'뿐 아니라 공공 정당, 교직원 단체, 노동자 단체, 학생 단체에까지 스며들어 각종 언론도 장악하고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4월27일 투개표)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승리했다. 특히 전라남도 순천의 결과를 보고 북한·총련은 미소 짓고 있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민주당과 선거에서 협력해 전라도에서 첫 의석을 획득해 원내 교섭 단체에 한 걸음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북한 독재의 손발이 되고 있는 정당이라고 일컬어진다. 북한 인권법의 제정에도 단호한 반대 의사를 관철시켰다. 이 정당의 당면 목표는 내년4월 총선으로 원내 교섭 단체가 되는 것이며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협력해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캐스팅보트를 잡는 것이다.

순천에서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선거 협력은 내년 총선, 대선에서의 공조 가능성을 현실화시켰다.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600만표를 획득해 승리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표에 눈이 먼 결과다. 이 전술이 북한 독재로부터 나왔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재·보궐 선거의 결과는 총련에 용기를 북돋웠다.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연대를 강화하는 총련은 자신의 영향 아래 있는 한국적 동포를 총동원해 두 야당 세력을 지원하려 하고 있다(참고로 총련은 조선 학교의 아동·학생의 과반수가 한국적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동시에 내년 2월 민단 중앙 단장 선거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