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수해(水害)를 당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실제와 달리 상당폭 과장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올 북한 수해와 관련해 피해를 부풀려 공개하라고 지시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김정은이 지난달 말 노동당 간부들에게 인명 피해 등을 과장 발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며 “국제사회의 식량·구호물품 확보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 주장과 실제 피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파악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북한은 4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6~7월 중 수해로 169명이 숨지고 400여 명이 실종되는 등 713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고 보도했다. 우리 당국은 7월 중 세 차례(18~19일, 23~24일, 29~30일)에 걸쳐 최대 442㎜의 강우량을 기록한 상황에서 큰 비 피해가 났다는 북한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악의 홍수로 기록된 1995년의 경우 7월 31일부터 8월 18일까지 19일간 최대 1092㎜의 폭우가 내렸는데도 사상자 수는 240명이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는 9일간 하루 최대 564㎜의 강우량에 56명이 숨졌다고 발표됐다. 당국자는 “95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강수량에 호우기간도 3분의 1에 불과했는데 세 배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발표는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처음엔 7월 중·하순 수해가 발생했다고 했지만 지난 4일 보도 때는 “6월 말부터 비 피해가 있었다”고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5~6월엔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고 6월 30일 내린 비도 북한 서남부지역에 최대 96㎜에 그쳤다는 점에서 ‘6월 수해’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엄청난 수해를 주장하면서도 ‘큰물피해대책위’ 같은 중앙 차원의 긴급대응도 나오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TV는 9일 김정은이 “폭우 피해 복구사업 명령을 하달했다”고 보도했으나 수해 발생 10여 일이 지난 뒤였다. 또 250명의 사상자를 낸 2006년 여름 수해 때는 아리랑 공연을 취소했으나 올해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고, 김정은은 음악회와 놀이공원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롬 소바주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도 “큰 재난이 관찰되지 않아 식량 사정이 심각히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등 국제기구도 차분한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자구 노력을 촉구하고 원조가 불가피한 대규모 재난 시에만 선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