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전환의 압력 강화

독일 통일으로부터 20년

지난 3일 동서독이 통일된지 20주년을 맞이했다. 옛 동·서독간의 경제 격차가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구동독측은 아직까지도 불우한 느낌이 강하고 구서독측은 막대한 비용을 계속 부담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남아있다. 구동독은 구서독을 '거만'하다고 느끼고 구서독은 구동독을 '짐 취급'하는 '마음의 벽'은 없어지지 않았다.

곤란한 경제적인 모순을 많이 안고 있어도 분단에 의한 정치적, 군사적 부담을 덜고 독일의 미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유럽 전체의 새로운 평화 질서 형성에 결정적인 역항을 한 역사적 의의는 부정할 수 없다. 그 의미는 시작이 지날 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원래는 독일보다 한반도의 남북통일이 쉬울 것이라 생각돼 왔다. 독일 통일은 위협적인 강대국을 탄생시키는데 비해 군사·경제대국에 둘러쌓인 한반도 통일국가는 주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상식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통일에 대한 갈구는 우리 민족이 더 강하다는 점도 작용돼 결코 낙관적인 관측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이미 20년이 늦어졌고 향후 얼마나 늦어질지 모른다. 북의 체제 붕괴로 흡수 통일의 가능성이 현실감을 더해 가고 있는 가운데 바람직한 소프랜딩의 방향으로 전환될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8일 당대표자회의와 당중앙위원전원회의는 각각 44년, 17년만에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통일·외교 현안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3대 세습의 공연화 및 그에 따른 새 지도부 구성, 김정일 노선을 정당화하는 당규약만을 개정했다. 스스로 수구의 틀속에 갇힐려고 하는 지도부 중추의 모습만이 보였다.

수치도 듣는 귀도 없어

개정 규약의 서문에서 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에 의해 창건된 주체형 혁명 마크·레닌주의의 당'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으로 변경됐다. 또, '사회 전체를 주체 사상화해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한다'고 돼 있던 당의 최종 목적도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 부분이 삭제됐다.

한편, '김일성 조선'이라는 문언을 규약에서 공식화해 '당은 선군정치를 사회주의의 기본 정치 방침으로 확립'한다고 명기하고 '승계성의 보장이 당건설의 기본 원칙'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포기한 것은 원래 세계를 이분화한 가치관에 의한 검증을 견디지 못하고 이를 주창할 능력이 없음을 자인해 '자주성'의 틀에 갇히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군정치'를 당 운영의 근간으로 삼아 김정일 서기의 권력 유지와 보신을 꾀하고 '계승성의 보장'으로 혈족, 연고자 일족에 의한 통치로 혈통 세습을 합리화했다.

2대 세습시에는 그래도 당 간부용 대외비 강령 '후계자론'으로 봉건 왕조나 부르조아 군주제의 세습제와 동일시되는 것을 꺼려, '수령의 대를 이을 걸출한 지도자는 수령의 혈통을 이은 자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자질과 풍모'라고 명시하고 '혈통을 이은 사람일 경우에는 인민 대중으로부터 높은 존경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번 세습 작업에서는 자질의 검증이 생략됐을 뿐더러 최소한의 체면조차 버리고 있다. 단지 3대째를 공공의 장에 등장시켜 '김일성의 부활'이라는 인상을 주는데에만 필사적이었다. 실질적인 지도자에 '풍모'가 어느정도 의미가 있다고 해도 지나친 고집으로 여겨진다.

민중을 무시하지는 못해

어찌됐든 카리스마도 아무런 실적도 없는 27살의 3대는 후계작업을 대폭 생략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독재 체제는 그 중추부가 틀림 없이 불안정한 권력 이행기에 들어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내외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한국과 관련 주요국의 각종 제재는 확실한 효과를 거둬 평양 정권을 고경으로 몰고 있다. 중국은 옹호하는 한편 개혁 개방을 촉구하는 압력체이기도 하다. 작년의 디노미네이션 단행이 민중의 분노를 불러 사실상 철회한 것이 보여주듯 권력이 약체화된 것에 반해 시장 활동으로 힘을 얻은 민중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권력 이행기에서 안정기로 들어서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불안정한 권력 세습기에야말로 한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관련국이 연대를 강화해 무력 도발 억제 체제를 강화하면서 인권·민생 향상으로 선회하도록 지도하는 호기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

(2010-10-06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