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교육진흥법

한국 국회에서 26일 여야 의원 100여명의 동의 아래 '인격교육진흥법안'이 발의됐다. 동의자 수는 일반 법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법안은 '이준석 방지법'이라고도 불린다. 말할 것도 없이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내린 세월호 선장의 이름이다.

이 법안은 지금까지 한국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희박해진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물질적 성장에 걸맞는 정신적 성숙을 뒷받침한다는 목적으로 작년부터 추진돼 왔다. 한국 사회에 정착된 도덕적 해이와 거듭된 인재가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뒤여서 이 법안은 한층 무게감을 더 했다.

지금까지의 '인격 교육'이 말만 앞섰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법안은 그런 반성에서 인격 교육의 주체가 되는 정부, 지자체, 학교의 의무와 역할을 처음으로 명시하고 행정적인 강제와 재정적인 지원의 토대를 정비하고 있다. 이르면 6월 임시 국회에서 제정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경제 단체도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국민담화를 통해 '안전 한국'으로의 국가 개혁을 선언한 것을 받아들여 독자적인 기금을 마련해 국가안전 인프라와 산업계 수준의 재해 대응 시스템 구축, 국민을 위한 안전 교육에 공헌할 의지를 밝혔다.

한국에서는 지금 세월호 참사를 사회의 질적 발전의 기점으로 삼고자 어릴 때부터 인격 교육에 핵심을 두자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 정부, 지자체, 학교, 기업, 그리고 언론이 하나 되어 캠페인을 진행하여 안전 불감증이라는 과거와 이번에야말로 결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즉효성과 지속성

그러나 '안전 한국' 실현에 지름길이란 있을 수 없다. 꾸준히 끈기 있게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성과가 눈에 잘 안 보인다는 난점이 있다. 바꿔 말하면 그 노력은 성공하면 할 수록 '성과'로서 현재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안전 캠페인이 즉효성과 지속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언론기관이 맡아야할 역할이 크다.

한국의 여러 학자가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보도 내용을 미국과 일본이랑 비교해 "(한국은) 심각한 피해를 부각시켜 실제보다도 자극적이고 주관적인 용어를 사용해 분석·탐사보다도 속보, 전문가보다도 정부 발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3·11 당시 정부가 우왕좌와하는 가운데) 일본 언론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소방사 역할을 했다"는 것에 비해 한국 언론은 세월호 참사 때도 속보 중심의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혹평받았다. 이에 대해 언론계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

언론이 '안전 한국' 캠페인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오명을 반납한다는 강한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두가지 관점을 바라는 바다.

하나는 '세부에 잔재해 있는 악마'를 퇴치하는 것이다. 즉효를 바랄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교통 사고, 화재, 작업 사고 등 일상적인 재해의 발생건수와 사상자수를 격감시키는 노력, 도로와 교량, 터널, 대규모 건조물의 이상을 자세하게 점검하는 작업의 계발은 시민의 안전 의식을 비약적으로 높일 것이다. 전자에는 수치 목표를 내세워 노력 성과를 단시일에 밝힐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지켜야 할 공동체

또 하나는 국가와 사회를 자신과 친구, 가족 모두가 함께 사는 공동체로서 소중히 생각하는 의식을 넓혀 나간다는 지속적인 과제다.

국가와 사회가 성숙해도 자기 실현과 사회적 책임의 균형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한국에서는 지역간, 세대간, 그리고 빈부 격차에 따른 강한 알력이 있어 분단을 바탕에 둔 이념 갈등에 의한 '한국 부정론'이 상당히 침투해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국가와 사회에 있어 무엇이 선인지를 추구하는 의식이 자라나지 않는다고 지적받아 왔다. 일상적인 공간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를 지켜나갈려는 생각도 없어져 사회적인 책임 의식이 확립되지 않아 안전을 중시하는 풍토가 자라나지 않는다. 인격 교육의 근간으로서 불가피한 것이 민족과 국가의 역사적 자긍과 굴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공동체로서 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번 참사에서 마음 아파한 재일동포는 한국의 강한 재기를 바라고 있다. 안전 캠페인에 있어 한국 언론의 진지하고 선봉적인 활동에 기대를 건다.

(2014-05-28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