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후쿠다 총리간에 한일 관계를 수복,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동안 험악해진 관계의 자율 조정 수준을 넘어서 미래 지향적인 관계 정립을 향해 가고 있다.

작년말 전화 통화로 조기 회담의 실현을 약속한 다음, 후쿠다 총리가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더욱 발전해 동북아시아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하자 이명박 당선인도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만나는 셔틀 외교를 하자"고 응했다. 올해 들어 후쿠다 총리의 친서를 들고 모리(森喜朗) 전총리가 이 당선인과 회담을 갖았으며 이 당선인의 특사로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후쿠다 총리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와 회담을 가졌다. 이 모든 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과 동북아의 평화 안정, 그리고 경제 발전을 위해 성숙한 한일 관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 당선인은 또 외국 매체와의 기자회견에서 "사죄, 반성의 문제에 있어서 일본이 형식적이었던 점은 사실이다. 한국 국민에게 별 감동을 주지 못했다"고 못을 박으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나는 성숙된 양국 관계를 위해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이념과 형식에 얽메이지 않은 대일 실질 외교를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일 공생의 새시대를 구축하자' - 이는 민단 중앙본부의 2008년 신년회 테마다. 관계 개선을 향한 움직임을 충분히 의식하고 이를 환영함과 동시에 착실히 실현됐으면 하는 바램이 담겨진 말이다. 물론 미래 지향적이며 견고한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민단이 지난 14년간 정력을 쏟은 영주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가 큰 의미를 갖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부상하는 참정권

이명박 차기 대통령은 참정권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단 신년회에 맞춰 보낸 특별 메시지에서 참정권에 대해 "다문화 공생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여러분의 염원은 일본 사회에서 높이 평가받아, 한국과 일본의 지자체간 교류는 물론 한일 양국의 선린우호 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하고 과제 성취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이는 곧 실행에 옮겨져 이상득 특사를 통해 후쿠다 총리를 비롯한 정계 요직에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상호주의 입장에서 일본에 조기 부여를 촉진하고자 2005년6월 공직 선거법을 개정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19세 이상 영주외국인에게 지방 참정권을 부여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의 자세는 확고하다. 이르면 올해 3월에 실현되는 양국 정상 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에게 직접 조기 부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임기 5년의 대통령이 3대에 걸쳐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국회의 태도를 진지하게 묻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일간은 신뢰보다 불신의 기간이 길어 양국은 지한파, 지일파 인재와 관계를 조정해 온 인맥마저 잃어버렸다. 그 주된 요인은 지도자간의 신뢰 결여에서 비롯된다. 국가간의 관계라 해도 성패를 좌우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정상간의 개인적 신뢰 관계임을 우리는 통감해 왔다.

이명박 차기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의 등장으로 양국은 고도의 경제 관계와 민주주의적 가치관을 토대로 대미 동맹 관계를 주골격으로 삼아 한일 관계와 아시아를 중시하며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보조를 맞추는 등 주요 정책에서 코드를 일치시키기 시작했다. 한일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한 정상간 신뢰 관계 구축이 이뤄진 것이다.

음의 역사적 유산을 풍부한 자산으로

후쿠다 총리는 2005년에 출판한 대화집 '한 나라는 한 사람에 의해 흥하고 한사람에 의해 망한다' 가운데 '겨울연가와 같은 문화 교류에서 보듯이 일본의 국제 관계는 변하고 있다'며 문화 외교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역사 인식과 자국·타국의 역사적 배경 등 '국가의 모든 요소를 총합해 외교력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열의를 보이는 후쿠다 총리는 아시아 외교의 기초에 '마음과 마음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영주외국인 문제는 일본과 아시아의 역사, 그리고 이에 대한 일본 사회의 역사 인식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음의 역사적 유산으로 자리매김되어 온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영주외국인을 일본 외교의 자산으로 전환시켜 한일 양국을 기축으로 아시아의 미래에 활용하려는 일본의 마음을 나타낼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2008-01-30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