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갖고 나아가자

민단이 지방참정권 획득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94년 제44회 정기 중앙위원회에서 지방의회의 의견서 채택을 적극 추진할 것을 결의한 다음부터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나 참정권 운동은 전국 규모로 관철되고 민단의 공생 이념은 일본 사회에 공감대를 넓혀 왔다. 대규모 운동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 법으로 한가지 주제를 14년간 추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피로에 따른 권태를 느기게 된다. 그러나, 민단은 작년 한 때를 제외하고는 이 운동을 등한시한 적이 없었다.

단, 최근 몇년은 산발적인 인상을 남겨 효과가 적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1999년 10월에 성립된 자민, 자유, 공명 이른바 자자공 연립 정권 아래 눈부시게 발전한 이 운동은 그 후 일본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급변, 그 가운데에서도 북한, 한국과의 관계 악화에 의해 14년간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최악의 상황 벗어나

2001년9월 동시 다발 테러에 휩쌓인 미국은 이듬해 1월 북한을 테러 지원국,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국제 포위망을 강화했다. 대미동맹을 최우선시하는 일본도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다. 당사자인 북한은 일본인 납치 사건이 공연화된 다음에도 탄도미사일의 발사, 핵개발 실험 발표 등 군사적 도발 행위를 지속해 일본 여론을 들끓게 했다. 한일 관계도 역사교과서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의 재연으로 최근들어 가장 험악한 상황에 놓여졌다.

이런 와중에 코이즈미 총리(2001년4월~2006년9월)가 아시아 제국에 등을 돌리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도, 이시하라 도지사가 외국인을 공공연하게 적대시하는 언동을 되풀이해도, 아베 총리(2006년9월~2007년8월)가 복고적인 애국주의를 '아름다운 일본'이라 포장해도 일본 사회는 높은 지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이런 흐름 가운데 내각부가 외국인에 대한 인권 의식 조사를 개시한 이래 2003년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도 전혀 의외가 아니다. 아시아와 재일외국인에 대해 뻣뻣한 자세를 유지하며 애국주의, 국가주의 의식을 드높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베정권의 조기 퇴진에는 이러한 흐름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자립과 공생'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후쿠다 정권은 적어도 아시아와 재일외국인 문제에 있어서 이전 두 정권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것이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의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긴박한 현정국은 참정권 문제를 급진전시킨 1999년의 상황과 비슷하다. 아시아, 한국 중시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만큼 당시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다.

11월7일 전국궐기대회는 우리들의 지방참정권 획득을 향한 오랜 바램을 집결해 내외에 널리 알리는 중요한 기회다. 또 지금까지 실적을 토대로 운동을 재구축해 보다 다각적인 접근을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자체 합병후 최신 통게에서 참정권 부여를 요구하는 의견 채택은 51.6%에 달했다. 보다 중요한 현의회 채택율은 76.6%, 시의회는 78%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주요 일간지의 여론 조사에서도 찬성 약65%, 반대 약26%라는 결과가 나왔다. 조용하지만 든든한 지지 여론이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 정계도 크게 움직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참정권 부여에 전향적 또는 호의적인 입장이고 여당 가운데 공명당은 적극 추진으로 일관해 자민당도 공공연히 반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 국회 연설에서 참정권 부여를 강력히 요망한 것 외에 상호주의에 입각해 일본측에 조기 성립을 요구하고자 재한 영주외국인에 대해 지방참정권을 부여했다.

지원 네트웍

무엇보다도 민단은 지방 자치를 활성화시켜 다문화 공생사회를 실현하는 선구자이자 파트너로서 다른 정주외국인과 지자체로부터 특별시되고 있다. 많은 지자체가 주민투표에 정주외국인을 참가시키려는 움직임을 가속시키고 요망을 수렴하는 외국인시민회의를 설립하는 등 우리들의 운동에 호응하고 있다.

지방참정권 운동은 목적을 향해 일관된 자세를 유지함으로서 다문화 공생사회의 실현을 앞당기는 직간접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 이유도 분명하다. 이 운동이 한 때 영주외국인만의 특이한 운동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충실화와 국가의 건전화에 이어진다고 일본인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갖고 나아가자. 우리들에게는 그만한 실적이 있고 지역 사회부터 국정 차원에 이르기까지 마음 든든한 지원 네트웍이 있다.

(2007-10-2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