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로에 선 재일의 힘을

민단은 22일 제63회 정기중앙위원회, 23일 제51회 정기중앙대회에서 향후 1년간의 구체적인 활동 방침을 결정하고 앞으로 3년간 중책을 맡을 3기관장을 새롭게 선출한다.

◆ 참여 의식 높여

이번 정기 대회는 단장, 의장, 감찰위원장 모두 단독 후보로 치뤄져 선거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중앙위원, 대의원, 선거인은 물론 투표권이 없는 단원도 각자 생각이 다를 것이다. 선거를 '축제'라고 부르고 조직 활성화에 불가결하다고 이야기하는 단원이 있는가 하면 재정을 무익하게 낭비해 불필요한 후유증만을 남긴다는 단원도 있어 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실망과 환영의 교차돼 있다.

3년전 2월과 9월, 두 차례에 거쳐 펼쳐진 치열한 선거전에서는 조직 발전에 유익하게 사용돼야 할 재정이 낭비됐을뿐 아니라 악질적인 괴문서와 공공 장소에서의 언설 등 특정 개인과 주변 인사에 대한 비방과 중상이 난무했다. 많은 인격이 상처를 입었으며 민단 사회에 치유하기 어려운 균열을 만들었다.

각 진영으로부터 집요한 전화 공세와 괴문서를 비롯한 수십통의 문서에 많은 유권자가 진절머리 났다고 한다. 그 여력을 민단 활동에 쏟았으면 얼마나 생산적이었을까 한탄하게 한다. 이번에 '무풍(無風)'으로 마치는 것은 치열한 선거전의 '죄'에 대한 반동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 솔직한 토론

그러나 선거가 갖고 있는 '공'을 잊어서는 안된다. 선거는 자극적인 재료로 참가자를 들뜨게 하는 요소가 많다. 민단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자기도 모르게 높아지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판단으로 한표를 행사함으로서 최고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는 충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하는 것도 사람의 심리다.

그렇다면, '실망스러운' 측면을 최소화시킬 노력이 중요해진다. 다시 말하면 얼마나 참여 의식을 충족시킬 것인지, 대회 그 자체 또 대회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조직 활성화로 이어갈 것인지 집중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6군데에서 3기관장 입후보자의 합동연설회를 개최한다. 이를 입후보자의 일방적인 소신 표명의 장으로 마칠 것이 아니라 민단이 어떤 시련에 직면해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지 후보자와 참가자가 이마를 맞대고 솔직히 말하고 귀기울이는 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후보자들에게는 합동연설회에서 소신 표명에 만족하지 말고 대회까지 모든 일정을 선거전을 치르는 자세로 임해 보다 많은 단원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 단원의 생각을 들어 의욕을 북돋고 자신의 정책을 설명해 지지를 얻는 것이 차기 민단의 힘이 될 것이다.

◆ 내외 갈등 재료

재일동포 사회의 모든 문제를 민단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민단은 활동가의 고령화와 재정 기반의 축소로 인해 조직력 약화라는 큰 불안 재료를 안고 있다. 이에 반해 민단의 사명감과 존재 가치는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만 있다.

차기 3기관장은 2012년2월에 임기를 마친다. 이 3년간 재일동포 사회는 물론 한일 관계, 남북 관계에 큰 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민단의 진가를 묻는 긴장 상태가 이어져 후세 단원에게는 민단이 기로에 섰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2012년까지 남북 관계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북한이 김일성 생탄 100년, 김정일 70세를 이유로 강성대국의 완성년이라고 울부짖고 있는 해로 한국에서는 전시 작전권 위양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뤄진다. 김정일 체제의 개편 또는 붕괴를 앞두고 남북 관계는 긴박한 전개가 이어져 북한의 대남 교란 또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종속하는 재일 세력도 공세를 강화해 민단 탈취를 다시 획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일 관계는 2010년 한일합방 100년을 전후해 역사 인식 문제를 중심으로 갈등의 고조가 염려된다. 남북 관계와도 연관돼 재일동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매우 밀접해진 경제 관계를 뒤쫓 듯 한일 정상 셔틀회담도 활성화돼 정치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일 관계는 당분간 진전과 후퇴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 중요한 향후 3년

재일동포 사회는 고령화와 소자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 국적 동포의 급증과 신규 정주자의 점증, 조총련으로부터의 이탈 현상이 무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편, 세계 동시 불황이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해진 동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어 재일 사회 전체를 낙오자로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래 학자들은 속도를 더해가며 바뀌는 인류 사회에서 15년 앞의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지 못하는 정부는 그 존재가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민단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재일사회와 민단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역경을 타개하기 위해 민단을 중심으로 여러 입장의 동포를 규합해 보다 폭넓게 연대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날로 더 무거워지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체력 강화는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 향후 3년을 맡을 지도부에 그 성패가 달려있는만큼 이번 정기대회가 그에 알맞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다.

(2009-02-0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