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의 발표 20주년을 기념하는 학회가 최근 서울에서 열렸다. 현인택(玄仁澤) 통일부 장관은 한국이 바라는 통일국가의 모습과 중간 과정이 모두 담겨져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이 공식화한 부동의 통일 방안임을 다시 강조했다. 언제 격변이 일어날지 모르는 북한의 실정에 비추어 이 방안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의의는 크다.

동서냉전의 붕괴

이 방안이 발표된 것은 1989년9월 동서냉전 구조가 반세기의 한을 풀듯 붕괴되는 와중이었다. 발표 2개월 뒤 11월에는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져 한반도 통일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했던 동서 독일 통합(1990년10월)의 길을 열었다.

이 방안의 두드러진 특징은 북한의 아웅산 폭파 사건(1983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1987년) 등 계속되는 폭거를 참고 북한을 '선의의 동반자'로 자리메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남북의 공동체 회복(양 사회의 동질화)을 추진하고 단일 국가 수립을 시야에 두고 통일 헌법에 따른 총선거 준비를 위한 '남북연합국가'의 비전을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다.

북한이 1980년에 제의한 '고려민주연방제방안'은 연방을 통일을 위한 '과도적인 대책'으로 삼았던 20년전 방안으로부터 대폭 후퇴해 다른 두 체제의 연방을 '통일'국가의 최고·최종 형태로 정의하고 있다. '공동체 통일 방안'은 역대 정권의 통일 정책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사실상 통일을 부정하는 '고려연방'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뜻을 표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연방을 단호히 부정

'선건설·후통일'을 내건 박정희 정권은 북한에 '선의의 경쟁'(1970년8월), '남북불가침혐정'(1974년1월)을 제의해 1972년에는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을 타파의 대상으로부터 '평화 공존'의 상대로 전환시킨 것이다. 전두환 정권의 '민주화합 민주통일 방안'(1981년1월)은 여기서 한발 나아가 '민족 통일 협의회'를 구성해 통일헌법 초안을 책정하고 자유로운 국민투표로 통일 헌법을 정해 그 헌법 아래 총선거를 실시해 단일 국가를 수립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서 노태우 정권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사회주의 여러 나라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북방정책을 전개해 대북 자세도 소극적인 '평화 공존'에서 적극적인 '공존 공영'으로 한단계 끌어올렸다. '공동체 통일 방안'을 실질화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성립시켜 통일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설치해 본격적인 교류 협력에 대비한 대북관련법을 정비했다.

'공동체 통일 법안'에 따른 한국측의 노력으로 남북은 고위급 회담 등을 중심으로 충실한 대화를 거듭해 1991년9월에는 남북의 UN 동시 가입이 실현됐다. 같은해 12월에는 한반도의 평화 발전에 있어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문서로 평가받는 남북기본합의서(남북간의 화해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도 발표됐다.

남북간에 처음으로 포괄적이자 구체적인 이 합의가 이행됐더라면 틀림없이 남북 관계와 북한의 경제 및 국제적 위상도 비약적으로 개선되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만 300만명으로 추산되는 대량의 아사자를 내는 일도 없이 '고난의 행군'과 '선군사상'을 강요하며 기아로 허덕이는 민중에 채찍을 가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1990년대 전반은 북한이 권력 세습의 최종 단계에 들어선 시점으로 전권을 거의 장악했던 김정일 위원장이 짊어져야 할 죄고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극적인 변화에 대비해

배신을 거듭하는 독재 정권과 그 추종 세력이 6·15(2000년)와 10·4(2007년) 공동 선언에 대해서만 '고수 실천'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북한의 현상은 머지않아 남북 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재일동포 사회도 예외 없이 겪게될 혼란 뒤에 보이는 것은 민족 구성원의 복리를 증진시켜 동아시아의 평화를 담보하는 남북 통일이다.

이에 능동적이자 냉정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자기 희생을 견디는 민족적 정렬을 잃지 않고 고도의 정치 판단과 행정 능력으로 뒷받침되는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과 그것을 기반으로 남북이 결실한 '기본합의서' 및 '비핵화 선언'의 의의를 재확인하고 뼈를 깍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2009-10-1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