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에 가담한 지식인

본서는 2012년 3월호부터 2014년 6월호까지 '군상'에 게재된 것으로 부분적으로 수정되어 단행본이 됐다. '지상생활자'는 2001년 1월호부터 시작된 장기 연재다. 이미 제1부의 '북방에서 온 바보'부터 제4부 '고통의 감명'까지가 단행본으로 되어 있다.

본서에서는 주인공 우철의 주변 사정을 축으로 주로 1980년대부터 1990년대의 재일사회와 그를 둘러싼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회고되어 간다.

북한에 대한 작자의 비판적 입장은 많은 부분에서 언명되어 있다. 제2장에서 "확실히 말하자면 이는 인민의 '지상낙원'은 커녕 '실락원', 아니 김일성의 개인 독재국이 아닌가"라는 등장인물의 발언이 있다.

그리고 "(북한으로의 '귀국'운동 후) 두만강을 건너오는 청년들이 나타나... 강을 건너는 중에 동상에 걸려 한쪽 다리를 절단하거나 건너편 강가에서 사살당한 사람도 나왔다"며 '귀국'한 재일동포의 참상이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주인공은 예전에 자신이 주장한 '한국의 자생적 사회주의'에 대해 "북한의 군사우선체제에 따른 '주체사상'을 지양하기 위한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삼권분립에 의한 의회제 민주주의사회에 따라 그 사상은 담보된다"는 <제1장>으로 회고한다. 또한 "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나가는 일이 내게 주어진 동시대인으로서의 절실한 과제"라고도 말하고 있다.

독자로서는 여기서 몇 가지 의문에 부딪힐 것이다. 정치학적으로 '삼권분립의 의회제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다면, 그리고 '민주주의'를 우선한다면, 거기서 가능한 정치적 주장은 '사회주의'가 아닌 '민주사회주의'의 범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하는 것이다. 이념으로서의 민주사회주의는 군정시대의 한국에 있어서도 허용됐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묻는다면, 1970년대, 1980년대에 있어서도 제도적으로 가장 민주주의에 적대적인 제도, 변호의 여지가 없는 전체주의적 체제는 한국이 아니라 북한에 일당독재체제로서 존재하고 있엇다. 북한의 체제는 소련의 스탈린이 심었지만 그 범죄적인 정치경력과 민중의 피해는 이미 1960년대에는 충분히 밝혀져 있었다. '사회주의의 현실'은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보였을 것이다.

젊은 날의 주인공 우철을 움직이던 것은 '제주도 4·3사건'과 '광주 5·18사건'을 둘러싼 조선총련으로부터의 일방적인 선전이었다. 우철은 자신이 문중에서 "한국을 잘 모른다"고 한탄하고 있었던 것처럼 남북의 사정을 공평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이는 우철만이 아니다. 대체로 당시의 재일지식인의 모습이었다. 많은 재일지식인에게는 일종의 대중영합의 경향이 있어서 북한의 선전에 약하고 자기의 이념에 대해서도, 또 진실에 대해서도 결코 충실하지 않았다. 많은 재일지식인이 실질적으로 '공화국'의 선전에 편입됐다.

그 면죄부의 하나가 '남한도 북한도 우리조국'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표어는 남북의 체제와 현실에 대한 판단정지와 남한에 대한 정치적 비난의 집중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었다. 따라서 많은 재일지식인에게는 오늘날 북한의 왕조적 세습체제와 민중의 고통에 대해 책임이 있고 유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이회성(李恢成)씨의 '지상생활자' 시리즈는 재일사회의 포괄적인 회고작업으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군상'에서는 이미 10월호부터 제6부의 연재가 시작됐다. 거기서의 작자의 관심은 '조선에 있어서의 자본주의 형성', 바꿔 말하자면 한일합병 이전의 조선에 있어서의 '자립적 근대화의 가능성' 추구에 있다.

'조선 근대화'의 문제에 관해서는 정치사회분야에서 강재언(姜在彦)씨의 불후의 명저 '조선의 개화사상'(초판 1980년, 제2판 2001년,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이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한국 근대자본가 연구'(이미일 저, 2002년, 도서출판하늘) 등 다수의 연구가 있다. 이회성씨의 분투를 기대한다.

(2015-10-15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