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로 끝난 브라질 월드컵 대회

유럽과 남미 2개국씩 4강에 오른 FIFA 브라질 월드컵 대회. 스피드, 수비력, 공격력, 패스의 정확성, 판단력, 그리고 감독의 지휘력에 있어 4개국 모두 뛰어나다.

아시아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예선 리그에서 탈락했다. B조의 호주가 3연패, C조의 일본, F조의 이란, 그리고 H조의 한국이 1무2패로 그룹 최하위로 탈락했다. 4개국 모두 합쳐도 승점 3점에 불과하다.

아시아가 모두 예선 리그를 탈락한 것은 2006년 독일 대회 이래다. 무승 기록은 아시아의 출전권이 아직 2장으로 한국과 UAE가 출전해 모두 3연패를 기록한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래다. 참패다.

◆세계가 혹평

패기가 없는 아시아의 모습에 한일 모두 큰 쇼크를 받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의사 소통을 거부한 축구의 참사', '한국의 전반적인 경기력은 한심했다. 이 수준의 경기력은 월드컵 무대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일본은 창의성이 부족하다', '큰 무대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신력이 없다'

월드컵 역사에 있어 과거 아시아 국가는 외부인 취급이었다.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총 15개국이 출전했지만 16강에 진출한 것은 1966년 잉글랜드 대회의 북한, 1994년 미국 대회의 사우디 2개국뿐이다. 통산 성적도 4승8무32패로 세계와의 벽이 역력하다.

◆원동력은 한일전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 출전국이 32개국으로 늘어 2002년 대회 이후 아시아에 '4.5'장이 할당됐다. 2002년 이후 4번의 대회에서는 총16개국이 10승13무32패의 성적을 거두고 일본과 한국이 16강에 2번씩 진출했다. 그러나 개최국의 이점이 살렸던 2002년 대회의 양국 성적(5승3무3패)을 빼면 아시아의 전체 성적에는 큰 변화가 없다.

1986년부터 1998년까지 4개 대회에 연속 출전한 한국은 처음 출전한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해 5개 대회에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첫 승리는 자국에서 개최된 2002년 대회. 실로 첫 출전으로부터 48년만의 비원을 달성한 것이다. 그 원동력에는 '숙명의 라이벌'이라고 불린 한일의 절차탁마가 있었다.

◆다시 전통의 일전

'전통의 일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한일전. 그 첫 시작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출전권을 걸고 일본에서 펼쳐진 아시아 지구 예선이다.

1972년부터는 연1회 정기전을 가졌다. 1991년까지 15회 이어졌다. 그 이후 A대표의 경기는 작년7월 동아시아컵까지 총 73회에 이른다. 통산 성적은 한국이 38승13패22무(무승부후 승부차기에서는 1승3패). '아시아의 맹주'를 걸고 양국이 절차탁마를 거듭해 많은 명승부를 남기며 명감독과 선수를 키워냈다.

4년후를 향해 한일 모두 차기 대표 감독직을 두고 움직임이 있었다. 일본은 자케로니 감독의 후임으로 멕시코인 하비엘 아기레씨의 취임이 비공식적으로 정해졌다. 한편 한국은 홍명보 감독을 내년 1월 아시아컵까지 유임하겠다는 결정이 나왔지만 결국 사퇴했다. 국제 대회 일정 관계로 연기돼 온 한일전이 이르면 FIFA가 지정한 '9월 A매치 데이'에 실현된다.

◆아시아의 위기 살려라

아시아의 '4.5장'의 출전권에 대해 다른 대륙연맹으로부터 "출전권이 너무 많지 않냐"는 불평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한 팀의 대륙별 내역은 유럽이 6, 남미 5, 북중미 카리브해 3, 아프리카 2이다. 아시아의 0라는 참상에 '아시아 출전권 삭감'이 의제로 제기돼도 이상하지 않다.

아시아 축구의 재건은 역시 한일이 이끌 수밖에 없다.

월드컵에서 한일이 예선 리그를 돌파한 것은 2002년 한일대회, 2010년 남아프리카 대회에서다. 그 전후에는 우연히도 양국 관계가 실로 좋았다. 1998년10월 '한일 파트너십'을 필두로 '2002 한일 국민교류의 해'를 축으로 민간 교류가 일제히 가속된 가운데 한일대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2005년, 국교 40주년을 기념해 '한일 우정의 해'로 지정했지만 독도 문제와 역사 교과서 문제를 놓고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독일 대회를 맞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007년은 조선통신사 400주년. 그후 일본에서 한류붐이 이러나 '유래 없이 양호한 양국 관계' 속에서 남아프리카 대회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말할 것도 없이 '과거 최악의 관계' 속에서 치뤄졌다.

4년뒤 러시아 대회에서는 다시 양호한 한일관계에서 절차탁마해 아시아의 자존심을 보여줬으면 한다.

(2014-07-09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