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를 대표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가 케미컬 슈즈(합성피혁 구두)다. 나가타 주변에 밀집된 공장이 전국 점유율 80%를 차지한다. 케미컬 슈즈를 부친 박연종(朴然種,84)씨와 함께 2대에 걸쳐 만들어 왔다.

"코베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고무 공업을 일으켰다. 나가타에는 동포가 밀집해 있어 자전거 타이어 튜브로 시작해 고무 구두를 만들게 됐다. 전후에 고무 입수가 어려워지자 고무 메이커가 다양한 재료로 여러 종류의 구두를 만들기 시작해 케미컬 슈즈가 탄생했다. 지금으로부터 50년전 이야기다. 합성 접착제로 제조하는 공정이 매우 복잡해 제봉과 밑창 작업 등의 분업체제가 성립됐다. 당시에는 동포가 전체 60%를 차지했었다"고 과거를 돌이켜 본다.

싸고 비에도 강한 케미컬슈즈는 순식간에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친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였다". 조합 회원이 최고점에 달했을 때에는 360개사에 이르렀고 아웃사이더도 400개사에 이르렀다. "우리 회사에 공순이들만 40~50명 정도 있었다"

지진으로 큰 타격 입어

1995년 1월17일에 일어난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문에 100여개 회사가 도산했다. 동포 기업은 영세한 곳이 많아 타격도 컸다. "우리 회사는 운 좋게 공장이 남아 피해는 적은 편이었지만 분업 체제로 운영하고 있어 기능을 못했다. 복구된 것은 1년이 지나서였다" 현재 조합원은 120개사로 축소됐고 동포 기업의 비율도 50%로 낮아졌다.

그러나, 1997~1998년에 일어난 부츠 붐으로 행운이 찾아온다. "아무로나미에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최고 매출 16억엔에는 못 미치지만 2006년도에는 10억엔 매출에 사원 36명 정도로 회복했다.

지진 이후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중국으로의 전환이다. "여기서 생산할 수 없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 당시는 싼 대신 품질이 나빴지만 최근에는 눈에 띄게 품질이 향상되고 있다.

"중국은 복제가 빨라 경쟁이 치열하다" 유행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져 전시회를 매달 개최하고 있다.

"아버지의 대에서는 노년층이 주 대상이었지만 현재는 영 패션으로 바뀌어 상품은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들뿐이다" 이태리와 프랑스의 전시회에도 참석하는 등 유행 연구에 여념이 없다.

"상품수는 나가타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신상품만으로도 200 종류가 넘는다" 납품처는 젊은이들이 찾는 전문점과 백화점 등이다. 상품은 하이힐이 중심인데 힐의 셋팅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이라 한다.

"업계에서 우리 회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래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첫대부터 쌓아 온 신용의 덕분이다"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 아버지로부터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라"고 들었다. "모든 공정을 배우는데 3년이 걸렸다. 지금은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있다"

3대의 꿈

조합원수는 격감했지만 거꾸로 의사 소통이 원활해졌다. 구두 축제와 디자이너 양성, 해외 시장 조사, 패션 슈즈 대회 등 여러 기획을 시도하면서 '구두의 마을 나가타'의 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통판도 검토중이며 하이힐의 새로운 판로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도쿄에서 수업을 쌓고 있는 아들이 몇년 있으면 돌아온다. 3대에 걸친 '구두 만들기'의 꿈도 곧 실현된다.

(2007-11-28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