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사회에는 향토와의 관계를 중요시하여 같은 고향사람으로서의 친목을 다지는 도민회가 있다. 거기에는 1세부터 4세·5세까지, 또는 대대의 영주자부터 신규정주자까지 벽을 넘어서 모인다. 대를 이어 고향과 이어지고, 고향을 통해 조국과의 유대를 키우는 귀중한 장이 되어 왔다.

치밀하게 계속

요즘은 신년회가 한창이다. 참가자가 빠짐없이 신성인을 축하하는 것이 항례인 도민회도 적지 않다. 향토의 전통과 근황을 소개하는 사진전이나 부인부의 문화작품코너, 부수적인 행사도 흥미깊다. 무엇보다도 같은 고향의 정이 넘쳐난다. 신년회 등 주요행사에는 지사 등 도의 수뇌진이 반드시 참가하는 등 자치체측도 재일도민회를 중시하고 있어 양호한 관계가 계속되어 왔다.

재일도민들은 고향의 고유산업 육성, 도로·교량의 건설 및 수도·전기 부설, 나아가서는 학교와 병원의 기증 등 고향의 사회적 기반조성에 진심을 다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각 오랜 역사를 가진 각 도민회가 그 중심적 또는 촉매역할을 해온 것이다.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 지원이 상징하는 것처럼 전민단적으로 한국 전토를 대상으로 한 사업과는 달리, 지역의 특성과 실적에 맞춘 치밀하고 지속적인 공헌이 특색이기도 했다. 그 일례를 제주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재일도민에 의해 개척된 귤 재배사업은 이제 8000억원의 출하량을 자랑하는 고장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재일도민의 수많은 공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제주도는 2010년에 다양한 사업을 담은 재외도민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제주대학에 재일제주인센터를 설립하여 '재일제주인 애향 100년'이라는 제목으로 20부에 달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현창사업에 힘쓰고 있다.

피폐가 진행되는 지방

한국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일본과의 경제적 협력·연계가 밀접해짐에 따라 재일동포의 출번은 적어졌다. 반대로 한국의 각 자치체가 투자·관광 유치를 일본측에 직접 제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바로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작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수도권과 지방부의 균형발전을 얼마나 추구할지가 큰 쟁점으로 부상한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방부에서 경제의 피폐와 그에 따른 젊은 층 인구의 유출이 멈추지 않고, 도시와 지방의 생활격차가 점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배경에 있다.

이 '지방부'란, 바로 재일동포의 고향이다. 더욱 더 피폐해지고 있는 고향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얼마 안 된다고는 하지만 1세가 아직 힘내고 있고, 그 1세의 생각을 아는 2세가 힘을 갖고 있는 이 시기에 다시 한번 생각해 두었으면 한다.

각 신년회에서 도청 간부는 도민들에게 고향에 대한 투자와 방문을 호소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일본의 대기업에 의한 직접투자가 드물지 않고, 한류의 영향을 반영한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오는 시대에 있더라도 이는 결코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다. 투자와 관광객을 불러들여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의 소득을 늘리는 일이 어느 지방자치체에 있어서나 무거운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효과 많은 방문

설사 소규모라 하더라도 재일도민에 의한 지연·인연을 살린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투자를 하려 하면 일부 동포로 제한될 것이다. 그 점, 고향 방문에 의한 기여는 많은 동포가 가능한 일이다. 이벤트에 맞춘 조직적인 방문사업은 물론 선조 연고지를 둘러보는 가족여행이 성행한다면 멋질 것이다. 부모 자식 3대가 함께라면 더욱 그러하다.

어느 도민회에서 4세가 되는 성인 대표가 "나에게 확실한 뿌리가 있고,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이 많이 있다는 사실은 인생에 있어서 실로 든든하다"고 말했다. 고향 방문은 조상의 땅의 활성화에 일조할 뿐만 아니라 역사를 알고 자신을 아는, 차세대 육성의 견실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부수적인 효과는 다방면에 걸쳐 있을 것이다.

(2013-01-30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