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악용 용서 못해

한국인,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박해를 당하면 우리 가운데 그 누가 무관심할 수 있으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동포를 보면 바로 제지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응분의 보복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피해 동포가 민단계이든 총련계이든 아니면 새롭게 정주한 사람이든 상관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의식은 차별을 받은 세대에서 특히 강하다.

먼저 스스로에게 자문을

박해와 차별은 동등한 입장에서 없애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들은 행정·사회제도상의 차별 철폐뿐 아니라 이를 만들어낸 일본인의 멸시 의식 자체를 무너트리고자 정혼을 기울여 왔다.

재일동포 사회가 형성된 무거운 배경은 둘째 치더라도 우리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인류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보편화된 인도·인권 정신이라는 힘이 있다. 나아가, 고대부터 이어 온 깊은 역사적 관계와 동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구축해 나갈 사명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결코 우리의 문제를 좌시하지 않았다. 해야할 말은 하고 바로잡을 것이 있으면 바로잡기 위해 일본인 이상으로 우리 스스로를 통제해 왔다. 동포를 둘러싼 많은 문제는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파생된 것이라 하지만 그 역사성만을 갖고 모든 행동에 면죄부가 씌워진양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옛 지배국에 굴하지 않는 자존심이며 일본인이 따라하지 못할 정동의 높은 모럴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극히 유감스러운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이른바 진보 14단체는 2월28일 총련 대표단을 서울에 초청해 '인권 유린 보고회'를 열어 '재일동포 탄압 중단을 위한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총련 대표는 보고에서 "일본 당국은 납치 문제를 정치적으로 확대과장하고 마치 피해자인양 내색하며 가해자로서의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재일동포를 인질로 박해하는 일본 당국의 악태를 전동포와 국제 사회에 알려 일본에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호소했다. 또, 성명은 일본 정부에 대해 '탄압의 즉각 중지'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대북제재의 중단', '독도 침탈, 교과서 외곡, 평화헌법 개정 등의 우경화 책동의 중단'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에는 '재일동포 보호정책'을 강하게 촉구했다.

민족 주의를 자극해 한국 국민을 일본 규탄으로 이끌어 자기 입장을 합리화, 보강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우리들은 우리의 민족 감정이 더러운 정치 사혹에 이용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북한 당국의 일본인 납치, 마약 밀수 등 폭력조직을 방불케 하는 국가 범죄, 나아가 미사일 연사, 핵실험 등의 위협 행위로 재일동포는 곤경에 처해 있다. 총련과 민주노동당 등 14단체는 이러한 궁상으로부터 '동포'를 구할려고 하는 것일까. 답은 '아니오'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일본 당국의 부당 탄압과 박해를 정말로 저지할 생각이 있다면, 자타의 문제를 포함해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의 파렴치한 국가 범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느 행위로부터 시선을 피하거나, 그런 북한에 맹종하는 스스로의 체질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두 가지 대죄

총련과 한국의 친북단체는 두 가지 대죄를 범하고 있다. 첫째, 독립과 국가 건설을 위해 피 눈물을 흘린 민족사에 먹칠을 하고 선열의 숭고한 뜻마저 더럽히고 있다.

북한의 세습 독재 정권의 파렴치한 범죄를 호도하기 위해 일본이 과거에 우리 민족을 침략한 죄에 비해 정상참작이라도 바라는양 주장하는 비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인의 멸시감에 편리한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

둘째, 재일동포의 인권과 한반도의 평화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대북제재의 해소와 납치사건의 한리화 등 정당치 않은 요구를 위해 민단을 포함한 모든 동포를 더한 궁지로 몰고 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인질 작전이다.

한국의 민족주의를 부추겨 일본에 대항하면 당연히 일본의 내셔널리즘도 자극받아 그 창끝은 재일동포를 향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이치다. 한국의 민족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역이용당할 여지 또한 보이는 것이다.

민족의 이름을 앞세운 독선으로 감행된 이 두 범죄 행위를 우리는 민족적 자존심과 재일동포의 모럴 입장에서 결코 용서할 수 없다.

(2007-03-1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