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사관 부지 기부한 재일교포 실업인...그의 조국애 기려

동경 미나토구에 있는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청사 1층에 재일동포 1세 고(故) 서갑호(徐甲虎) 선생의 조국애와 공적을 기리는 흉상이 세워졌다. 높이는 약 2미터. 흉상은 재일 한국공관의 역사를 소개하는 자료실인 '동명실'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동명(東鳴)'은 서갑호 선생의 아호다.

서갑호 선생은 재일교포 기업인으로 1962년 11월 주일대사관이 들어서는 현재의 부지를 한국 정부에 기증했다. 동상 제막식은 지난해 12월25일에 열렸다.

서갑호 선생은 오사카에서 사카모토방적을 경영하면서 부를 일궜다. 그는 14세 어린 나이에 단신으로 관부연락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가 오사카에 정착했다. 오사카의 한 포목점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면서 그는 포목 짜는 기술을 배웠다. 이후 사탕 판매, 폐품 회수, 군수물자 매매도 했다.

그는 틈틈이 모은 돈으로 종전 직후 폐기 처분된 방적기들을 사서 방적회사를 설립했고, 오사카방적, 히타치방적 등을 매수하면서 일본 방적업계의 기린아로 등장했다.

서갑호 선생이 주일한국대사관 부지를 제공하기 전에 대한민국 주일대표부는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1952년까지 동포들의 후원으로 주일대표부는 운영됐는데, 그해 4월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이 발효되면서 국권을 회복한 일본이 주일 외국공관들에게 UN 주재원들이 무상으로 사용해온 공관과 관저들을 모두 반환할 것을 통보했기 때문.

당시 대한민국 주일대표부의 수석대표였던 김용식 공사는 도쿄에서 몇 군데 사무소를 알아본 뒤 예산안을 만들어 본국 정부에 지원신청서를 냈지만, 정부로부터 내려온 회신은 ‘지원불가’였다. 대표부가 궁지에 몰렸을 때 서갑호 선생이 돕고 나섰던 것.

서갑호 선생이 언제 어떻게 그 땅을 샀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공식적인 기증은 1962년 8월15일. 그는 이날 미나미아자부 1번지의 부지와 건물을 정부에 통째로 기증한다. 광복절 기념식전에 재일동포 참관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찾은 그는 박정희 당시 국가최고회의 의장에게 국유재산으로 써달라며 기증증서를 전달했다.

주일대사관이 있는 미나미아자부 일대는 예나 지금이나 도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노른자위’ 지역이다. 서울의 강남처럼 도쿄의 교육특별구로 손꼽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넓고 알짜배기 땅으로 꼽히는 곳이 ‘1번지’다.

(2016-02-02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