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의 연속에 종지부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의 창건50주년 기념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신변 이변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 후계 구도의 향방과 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핵무기 보유를 시사하는 나라의 체제 붕괴가 현실감을 더해 가면서 이에 따른 예측불능의 혼란과 위협이 우려되고 있다. 그런 북한이 창건 6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보여주고 있는 것은 화려한 매스게임의 이면에 변화와 희망의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구제 불능의 현실이다.

북한의 60년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한 국가의 성패를 안이하게 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만은 주변국을 휘말리게 하는 강력한 시한폭탄을 내장한 자력 생존이 불가능한 '애물단지 국가'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피해 망상

조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가 '공화국 창건 60주년 역사의 현장에서'라는 제목의 연재 기사를 내보냈다. 1945년9월 원산에 상륙한 김일성 주석이 건당, 건국, 건군의 3대 과업을 제시했다며 다음과 같은 해설을 달았다. <<1946년2월28일, 김일성 주석을 위원장으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조직돼 토지 개혁 등 제반 개혁을 통해 반제국·반봉건 민주주의 혁명을 완수했다. 이에 따라 조선은 새로운 단계의 사회주의 혁명에 돌입해 1946년11월 선거를 거쳐 1947년2월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주의 정권인 북조선인민위원회가 조직됐다. >>

분단 책임에 대해서 북한은 1948년5월 단독 선거를 치루고 8월에 정부 수립을 선포한 한국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적 정당성이 북한에 있다는 허구를 조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기사에서는 1947년2월에 사회주의 정권이 성립되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사의 경위야 어떻든 분단의 기정 사실화는 북부에서 선행된 것이 사실이다. 1948년9월에 정권이 형성되기 이전에 1945년10월 당(조선공산당 북부분국) 결성과 1946년2월 임시인민위 발족을 기점으로 1948년2월의 인민군 창설로 사실상 완성된 것이다.

북한의 정권 세력은 북부의 민족·민주 세력을 철저히 배척한 가운데 남부의 민족파와 중도좌파의 남북협상(協商), 좌우합작의 움직임을 이용해 남부의 약체화를 공작해 가면서 강력한 군사국가를 구축했다. 이런 전략의 '성공'과 대남 우위를 연출하는 이념적인 허구가 그후 연속된 실정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군사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북한은 남을 반통일세력, 미제국주의, 일제식민지주의 잔당에서 해방시킨다며 전격적인 침공을 감행했다. 이에 실패하자 보복과 책임 추궁을 염려한 나머지 피해망상에 빠져 남노당계 지도자를 '미제국주의의 스파이'라는 오명을 씌워 일소한 뒤, 1958년 중국공산당계 연안파 및 국내 공산주의 세력을 숙청했다. 이 때부터 김일성 신격화를 본격화시켜 주체사상을 당의 유일한 사상 체계로 삼고 권력 세습을 합리화하는 독재 체제를 확립해 나갔다.

자만과 이념적 허구로 무모한 6·25 남침만 아니었다라면, 적어도 몇번 찾아온 전환의 기회를 용기내어 도전했더라면 지금처럼 이상한 우상 숭배도 급진적인 집단화에 따른 경제 붕괴도 핵 위협으로 연명하는 절망적인 현실도 없었을 것이다.

휴전후 한국의 공격적인 정책은 몇해 지나 경제 건설과 치안 대책으로 수정됐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경제적 우위를 통해 통일의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경제건설파가 1967년5월에 숙청되고 1·21 게릴라 사건으로 시작된 공격적인 정책이 '통일 사업'의 이름으로 강화됐다. 그후로는 늘 무력강경파의 주장이 관철돼 빈곤을 자초한 셈이다.

개혁 개방을 향해

이상한 우상 숭배와 선군 정치 등 주문에 지나지 않는 북한의 정권 유지 장치는 당중앙으로 등장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완성됐다. 그러나 김일성 시대가 끝난 것처럼 김정일 시대도 끝이 다가오고 있다. 집단 지도체제든 뭐든 이번에야말로 용기를 내어 지난 과오의 연속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도 개혁, 개방의 길을 선택해 인민에게 짐이 아닌 희망을 안겨줘야 할 것이다.

(2008-09-18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