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보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는 현재의 한일관계는 험악한 상황을 타개할 방도조차 찾을 수 없는 지극히 불건전한 상태에 있다. 여기에 아소(麻生太郞) 외무대신 스스로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는 꼴이다.

부상하는 '아소광업'

그는 지난 달 26일 카나자와시(金澤市)에서 열린 강연에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 뿐"이라는 등 누가 봐도 문제를 작게 만들고자 하려는 의도를 담은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통상부는 28일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이웃나라와 국제사회가 나타내 온 깊은 우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무분별한 처사"라고 답했다.

28일에는 때마침 서울에서 식민지시대, 일본기업에 징용·고용되어 사망한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수집 및 반환을 둘러싼 제3회 한일 당국자협의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측은 석상에서 구 아소광업을 지명하여 관계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한국내 피해신고에 비해 일본측 조사가 진전되지 않는데 대한 분노를 표명하는 동시에 아소 외무대신의 계보를 충분히 의식한 요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코이즈미(小泉純一郞) 수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로 한중 양국과 일본의 알력이 한창 심해져 가는 가운데 아소씨는 외무대신으로 취임했다. 아소씨의 계보와 역사인식을 둘러싼 문제발언을 한 것을 보고 "하필이면 왜 이 시기에?"라고 생각하는 동포들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는 '한중 양국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창씨개명 둘러싼 궤변

아소가는 카이지마가(貝島家), 야스카와가(安川家)와 함께 후쿠시마현(福島懸) 치쿠호(筑豊)탄갱의 대가로 불리며 조선인 노동자 사역에는 특히 열심이었을 뿐더러 가장 가혹했다고 전해진다. 사실상 아소광업은 식민지시대에 전국 최다인 1만623명을 징용, 많은 사망자를 배출했다.

아소가의 4대째 당주인 타로(太郞)씨는 이 시기 경영자의 아들로 아소광업의 후신인 아소시멘트의 사장도 역임했다. 이와 같은 계보를 갖는 아소씨는 자민당 정조회장이었던 2003년 5월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이름을 달라'고 한 것이 시작"이라고 발언,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제와서 또다시 반복할 필요 없이 '창씨개명'의 주목적은 가족제도의 일본화에 있던 것이다. 조선인의 조상을 하나로 하는 동성동본의 일족의식은 가끔 '국가의식'에 우선하는 것으로 국가가 없는 시대에 있어서는 결속축으로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조선총독부가 당시 제창한 '천황 중심의 가정건설'이란 '만세일계(万世一系)는 천황가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인의 조상을 천황으로 바꿔 혈통을 섞이게 함으로써 동성동본의 일족의식을 없애고, 조선인을 '천황의 아기'로 삼아 '세분할통치'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아소씨는 반성의 뜻은 표명했지만 이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누가 뭐라 해도'역사관'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총독부는 물론 특별고등감찰 등에 대한 각종 역사자료를 자세히 조사하기는 커녕 접한 흔적조차 없다. 그냥 폼잡고 큰소리 한번 친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령 이러한 인품이라 하더라도 한국·중국을 중요시한다고 되풀이하는 일본 외교 책임자가 된 이상에는 식민지 지배나 침략을 사죄한 정부견해의 체현자가 되어 문제의 발언을 자중하지 않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팔레스티나 문제로 이스라엘에서도 최강경론자였던 샤론 수상이 현재는 평화를 주도하고 있듯이 한중 양국과의 관계개선의 선두에 서주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교를 담당하는 충책 생각하라

그러한 기대는 전달되지 않은 채 아소는 자신의 계보를 재차 따질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2010년 한일합병 100년을 앞두고 그 동안에는 다시 중학교 역사교과서 채택문제가 있고, 형편에 따라서는 식민지 지배의 청산이 중심의제가 되는 북한과 일본의 국교교섭도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1일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따라 식민지시대의 친일파 등의 계보를 다시 문제삼고자 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역사인식 마찰은 더욱 심해질지언정 침정화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요소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극력 피해야 할 것이다.

올해 9월 프랑스에서 흥미 진진한 사건이 있었다. 제2차 대전 주에 유태인을 강제수용소에 보낸 수형자의 손자라는 이유로 '인도적인 측면에 대한 죄'를 추궁받고, 그 가족관계가 언론에 보도되어 국방성을 그만두게 된 것에 대해 재불유태인 단체 등이 "손자까지 할아버지의 죄가 씌여지는 것은 이상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가 있다. 가해측 계보에 선 자라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기를 정당화하는 역사관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스스로를 확실히 검증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그러한 자가 중책을 맡았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도 아소씨의 계보를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일본 외무대신으로서 지금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만을 묻고 싶은 것이다. 아소씨의 언동은 바로 일본의 근린외교에 대한 진의를 나태내는 것이 된다.

(2005-12-0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