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8월15일 - 문세광이 그 사건을 일으켰다.

■□한국의 경종 무시

북한과 총련의 실태 보지 않아 - 은밀히 준비되고 있던 공작 기지

40년전 1974년 8월15일 각지 민단의 광복절 기념식전에 충격이 맴돌았다.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국 정부 주최 광복절 식전에서 누군가 발포해 행사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는 뉴스가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테레비에서는 무대 중앙에 있는 연설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축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화면이 갑자기 여러 사람의 자취로 흔들리고 대통령이 연대에 숨으며 동시에 경호원이 권총을 꺼내 달려갔다.

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무대의 의자에 앉아 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쓰러지기 직전에 몇명의 경호원에 안겨 보름과 하얀 버선이 흔들리며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 사이에 범인은 붙잡혀 박 대통령은 보리차로 목을 축이다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경축사를 이어 나갔다.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러나 육 여사는 돌아오지 않았다. 또 한 사람 합창단의 일원으로 참석했던 여고생이 희생됐다. 육 여사는 범인, 여고생은 경호원이 범인을 향해 쏜 유탄에 의해 숨졌다.

범인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소지한 재일2세 문세광(22)이다. 권총도 일본 파출소에서 훔친 것으로 '문세광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이다. 북한-총련의 라인이 벌인 테러였다.

이 꺼림칙한 사건을 상기하는 것은 40년이 지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둘러싼 북한과 일본 정부간 협의의 행방이 주목되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유 공작 220명 검거

문세광 사건은 일본이 북한-총련에 의한 대남 공작 기지였다는 사실, 이에 대한 일본 당국의 인식이 안이했다는 점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이는 또한 일본인 납치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총련의 前간부 한광희(韓光煕)씨는 저서 '우리 조선 총련의 죄와 벌'(문예춘추. 2002년 간행)에서 북한이 일본에 쌓은 거점은 1960년대 말에 50군데 정도에 이르렀다고 전하고 있다. 前활동가 김찬정(金賛汀)씨도 '조선 총련'(신조신서, 2004년 간행)에서 민단·한국 공작을 담당하던 총련 정치국은 북한의 지시에 따라 활동 인재를 양성·획득해 북한의 공작 기관에 넘기고 있었으며 그 대상은 민단계의 청년 학생으로 압축했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총련 출신으로 아쿠다가와상 작가인 이회성(李恢成)씨가 '군상'에 2000년 1월호부터 연재한 자전적 대하소설 '지상 생활자 '의 '제4부'(코우단샤. 2011년 간)에서도 한국의 4.19학생 혁명(1960년) 이후 통일전선 이름으로 총련이 민단과 한국에 대해 펼친 공작의 실태를 실명 또는 특정 가능한 가명으로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한국에서 비밀 공작과 종북 세력의 부식·지도를 담당하는 북한 노동당 대외 연락부(당시)의 前엘리트 공작원 김동혁씨가 문세광 사건에 대해 말했던 것도 충분히 참고가 된다(요미우리 위클리 2008년11월16일호).

"그 사건은 연락부 상부의 지시가 아니라(총련에 파견된)연락부의 공작원과 총련의 어느 과장이 과잉 충성심, 영웅심에서 함부로 일으킨 사건이다. (중략) 그때 사실 연락부에서는 경회루를 폭파하기 위해 TNT 화약을 80킬로 준비했다. 박 대통령이 매년 8월15일에 경축 연회를 연다는 것을 알고 암살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세광 사건으로 그 행사가 중단됐다. 연락부는 총련에 항의했다"

[참고로 화약 80킬로는 부풀린게 아니다. 이 수법의 테러는 1983년 10월 버마(현 미얀마)를 방문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던 아웅산 사건에서 현실로 이뤄졌다. 대통령 비서실장, 국무 부총리, 외무부 장관 등 17명의 외교 사절·수행원 기자들이 희생됐다]

이러한 증언은 북한-총련이 일본에 다수의 대남 공작 거점을 두고 능력 있는 요원을 확보했음을 보여 준다. 한국 정부는 문세광 사건이 일어나기 3개월 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간 북한 간첩이 1953년부터 1974년 4월까지 220명 검거됐다며 일본 정부에 총련의 활동 규제를 촉구하는 구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일본 당국이 이를 주의 깊게 받아들인 흔적은 없다.

◆ 인식이 부족했던 일본 수사 당국

문세광 사건처럼 일본 정부가 발행한 (부실 기재)여권과 일본 경찰관으로부터 빼앗은 권총을 소지한 일본 거주자의 한국내 범행이라면 일본 당국의 책임은 매우 크다. 따라서 한국측에 대한 협조에도 적극 나서야 했다.

오사카 부경은 사건 다음 날 여권 취득에 협력한 지인 여성을 구속하고 문씨의 자택을 수색하고 '박 대통령 암살 선언'과 한국 혁명을 주장하는 '전투 선언'이라는 제목의 논문 외에 훔친 나머지 권총 한자루와 실탄을 압수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일본 측은 문세광의 총련 간부와의 접촉이나 만경봉호 승선 사실을 포착하고 남한 당국의 북한-총련에 의한 조직적 범행이라는 수사 결과에 기반한 거듭된 요청을 받으면서도 총련에 대한 본격 수사를 기피하고 문씨에 의한 단독 범행설을 뒤집지 않았다.

김대중 사건으로 일본의 주권을 침해한 한국에 대한 앙갚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본을 기지로 삼은 북한-총련의 대남 공작이 한국을 위협하고 일본의 주권·이익을 현저히 침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문세광 사건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국회 답변에서 나선 키무라 토시오 (木村俊夫) 외상은 "객관적으로 보아 한국 입장에서 북한에 의한 위협은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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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활용 목적

한국과의 반목 꾸며 -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도 그 가운데 하나

일본인 납치 사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문세광 사건을 계기로 북한-총련 라인을 철저히 조사했더라면 그 뒤 적어도 일본인 납치 사건이 다발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납치가 없었다러면 일본인을 가장한 북한 공작원의 대한 항공기 폭파 사건(1987년. 승객들 115명 전원 사망으로 인정)도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납치의 배경과 목적으로 문세광 사건 이후 민단계 학생을 포섭해 한국에 보내기 어려워지자 대남 공작원을 일본인으로 위장시키는 수법에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해 교육 담당이 필요했다는 점, 일본에 잠입한 공작원을 일본인으로 탈바꿈시키기 편리했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또 북한은 문세광 사건으로 동포 2세의 소행이라도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다면 '일본인'에 의한 대남 테러는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얻었다는 시각도 있다.

모두 큰 틀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문세광 사건에 있어서의 일본의 대응이 북한-총련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거기서 납치 사건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다.

◆ 공작원 경로, 납치에서도 기능해

일본 당국이 납치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1977년이라고 한다. 납치 피해자로 추인된 사람들의 실종이 잇따른 것도 1977년부터다. 특히 이은혜라는 이름으로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를 맡은 김현희(하치야 마유미)의 일본어 교육을 맡은 다구치 야에코씨가 1978~1979년, 납북 피해자의 상징적 존재인 요코타 메구미씨가 1977년에 납치됐다.

이런 점에서 '문세광 사건 후'의 인상이 강해진 것이다. 그러나 납치의 뿌리는 더 깊다. 엘리트 공작원이었던 김동혁씨는 "일본인 납치는 1950년대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실종자는 1953년부터 다수 확인됐다.

북한-총련은 4.19학생 혁명 이후 민단계 학생의 포섭에 힘을 쏟고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에 본격적으로 침투시켰다. 포섭 공작의 핵심은 북한의 권위자로부터 직접 지시 받아 민족적 영웅으로 격양시키는 의식에 있었다. 북한-총련은 이를 위해 일본과 북한을 극비리에 왕래하는 경로를 다수 확보했다. 이것이 일본인 납치에서 기능하지 않을리 없다.

또 하나. 한일을 반목시키는 재미를 문세광 사건을 통해 잘 알게 됐다. 북한에는 출신 성분이 철저히 밝혀진 심·기·체의 혹독한 훈련을 거친 프로 공작원이 많다. 유학생 등을 가장한 민단 계열 청년 학생에 의한 간편한 공작 활동에 실효성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북한-총련에게 있어 최대 장점은 오히려 그러한 '사석'의 적발을 군사 정권에 의한 민주화, 통일 운동 탄압이라고 규탄하여 일본을 반한(反韓) 캠페인에 끌어들이는 데 있었다.

◆ 일본 각계에 총련 공작 침투

문세광도 그런 민단계 청년 학생 중 한명에 불과하다. 그가 범행을 결심한 1973년 9월은 김대중 납치 사건(8월 8일. 도내 호텔에서 한국 정보 기관원에 의해 납치돼 5일 후 서울 자택 부근에서 해방)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맹렬한 한국 비난을 전개하던 시기였다.

재일동포 사회에서도 폭력적인 민단 파괴 책동을 전개해 결국 민단으로부터 배제된 종북 세력(현재의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이 민단이라고 이름을 속여 총련과 각지에서 7.4남북 공동 성명(1972년) 공동 축하 대회를 개최해 김대중 사건을 계기로 박정희 정권 타도 운동에 혈안되어 있었다.

당시 윤택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총련의 자민당 등의 정계, 언론계 공작의 효과는 절정기에 달했다. 한국을 철저히 헐뜯는 반면 북한을 예찬하고 민단을 싸늘하게 보면서 총련 및 종북 세력을 평가하는 보도가 돋보였다. 문세광 사건에서도 박 정권 내부의 불평불만분자에 의한 내부 범행설, 박 대통령의 자작극설 등이 야기됐다.

일본인 납치 사건과 문세광 사건 등 일본을 기지로 삼은 일련의 테러·파괴 공작은 북한-총련의 대남 혁명 노선과 이에 따른 한일 이간 전술이 얽혀 있다.

한국과의 관계가 험악한 가운데 북한과 갑작스럽게 접근하는 일본은 한국에 대한 악의에 찬 선정 보도가 만연해진 가운데 과거처럼 북한의 노선·전략에 이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과거를 떠올리며 숙고해야 할 것이다.

(2014-08-15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