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전에 한국에서 태어나 가정형편 등으로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재일 1세 여성 4명이 "적어도 자신의 이름과 주소 정도는 쓸 수 있도록 되고 싶다"며 자주야간중학에 다니고 있다. 도쿄 스미다구(墨田區)의 구 스미다초등학교를 회장으로 한 '연필회' 학습회(코묘 사치코=光明幸子 회장)가 바로 그곳이다.

4명 모두 제주도 출신. 최고령자는 아라카와구(荒川區)의 미카와시마(三河島)에서 다니는 87세 고기아(高基娥)씨. 입학한지 2년째에 들어서 이제 주소와 이름을 쓰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달성. 손주에게서 받은 편지도 읽을 수 있게 됐다.

고씨는 10살 정도 아이가 된 기분으로 다니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 이거 어떻게 읽는거야? 이거 어떻게 쓰는거야? 어른이라면 보통 묻지 않겠지. 하지만 이곳이라면 거리낌없이 물어볼 수 있다"며 웃었다.

마찬가지로 2년째인 고영순(高令順·76)씨는 "처음에는 기쁘면서도 이 나이에 학교를 다닌다는 창피함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필회'를 떠나서는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두 사람의 지도를 맡은 미야네 카즈히코(宮根一彦·38, 도쿄 시바=芝중학교·고등학교 사회과 담당)씨는 "하나 하나 마음을 담아 글자를 쓰면서 확실히 배우려 한다. 반대로 한국어의 풍요롭고 아름다운 울림을 많이 배우기도 한다"고 말한다.

"연필회'는 공립야간중학교를 졸업한 후, 기초학습을 더 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등교하지 못해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 등을 위해 도내의 공립야간중학을 정년퇴직한 켄죠 요시카즈(見城慶和·76)씨가 퇴직교원에게 호소하여 개설했다.

(2014-05-0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