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생존 위해 안보 강화를
아직도 자멸의 길을 걷는 북한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군은 세계 최강의 소련 전차가 주축이 된 기갑부대를 앞새워 노도와 같이 38선을 넘어왔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뼈아픈 고통을 안기고 국제사회를 끌어들여 3년1개월여 동안 이어졌다.

남침 합리화가 스스로를 속박

조국 해방으로부터 5년, 남북 정부가 수립된지 2년도 되지 않아 민족의 장래를 내다보기 매우 어려운 시점이었다. 그래도 남북 사람들은 유구의 역사가 심어준 자존심과 일제에 대항해 길러 온 민족적 일체감을 기반으로 지금은 38선에 의해 갈라져 체제를 달리하고 있지만 이윽고 스스로의 통일국가를 건설할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북한 지도부의 좌익 소아병적인 군사 모험주의는 민족 재생의 염원을 짓밟고 말았다.

재일동포 사회에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긴 싸움이 있었다. 훗날 조총련을 결성하는 세력은 1950년 7월 조국 방위대를 결성하고 8월에는 재일조선통일민주주의전선(민선)을 조직해 UN군의 후방을 착란시키는 무장 투쟁, 파괴 활동을 전개한다. 민단은 전쟁 발발후 즉시 학도의용군을 조직해 조국방어에 나섰다. 642명이 참전해 135명이 전사했으며 가족과 생활 기반이 있는 일본으로의 귀환이 막힌 의용군은 265명에 이르렀다.

이 전쟁이 가져다준 교훈은 남북관계 해결에 있어 한시적이라 해도 동포의 안전을 희생시킬 위험이 있는 도박적 수단은 결코 용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군사적 수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로 향하는 국가,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것을 규정한다. 반드시 군사 국가가 아닌 평화 국가여야 한다.

한국의 북한에 대한 공격적 정책은 전쟁후 수년안에 수정돼 대남 파괴, 착란 공작을 막는 치안 대책에 중점을 옮기고 경제 건설에 매진하게 된다. 그 결단이 없었으면 한국은 원조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 최빈국에서 제2차 대전후 독립한 신흥국 가운데 가장 성공한 국가로 칭찬 받는 존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권력 중추는 한국에 대한 공격적 정책을 '통일사업'이라는 미명아래 계승하고 있다.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고도 그 돈좌가 가져온 공포를 외면하고 자기를 철저히 합리화하기 위해 무자비한 정치 풍토를 형성한 것이다.

60년이 지난 오늘이지만 만약 그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북한도 지금처럼 개미 지옥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 중추의 체질로 자리잡은 피비린내 나는 숙청도 전쟁의 책임 전가를 위해 가속됐다. 의심암귀는 그나마 조금 남았던 민주적 토양마저 오염시켜 권력 중추는 대중과 더더욱 유리됐다. 이상한 개인 숭배와 권력 세습도, 급진적인 공업화 실패에 따른 미사일 경제로의 전환도, 해무기 개발에 의한 절망적인 체제 유지의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1962년이 남북 방향성의 분기점

남북의 방향성이 명백히 정반대가 된 것은 1962년부터다. 한국은 1월에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해 고도 경제 성장의 스타트라인에 섰다. 북한은 12월 '전인민 무장화', '전국토 요쇄화', '전군의 간부화', '무기의 현대화'라는 4대 군사노선을 채택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남이 산업·생활 인프라 정비에 정력을 쏟은 기간에 북은 군사경계선 지하에 기습 남침용 터널을 열심히 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말이 한국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재화를 갉아 먹는 기생국가, 그것이 곤란하면 군사 공갈을 일삼는 테러국가, 기아 선상에 놓인 민중을 '자력갱생'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반인민국가, 민족의 행복에 등을 돌리는 반통일국가다.

남북을 분단시킨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의 동서대립은 과거 유말이 됐다. 그럼에도 북한은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더욱 고집스러워졌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스스로 정한 '혁명의 목적'마저 배반하고 보신을 목표로 하는 독재자와 이를 추종해 이득을 얻는 특권층의 존재다.

북한이라는 국가에 군림하는 조선노동당은 인민을 대신해 희생을 받아들여 인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전위당이라고 자칭하지만 '혁명의 목적'인 인민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이 반대로 인민을 독재자에 바치는 기물 또는 소모품으로 다뤄왔다.

그럼에도 북한에 사는 사람이 있는 이상 개미 지옥에서 빠져 나갈려는 힘은 작용한다. 또 한차례 권력 세습을 앞둔 독재체제의 제도적 피로도 눈에 띈다. 한미일에 10개국이나 있는 대북 방송국의 위력은 크다. 활동적인 탈북자와 북한 내부의 반체제 세력과의 연대가 퍼져 나가 휴대전화는 비밀의 베일을 벗기고 체제를 위협하는 도구가 됐다. 내외로부터 개혁 개방에 대한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멈추지 않을 개혁 개방의 압력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천안함 격침과 같은 졸렬한 공격을 성공시켜 독재 중추를 일시적으로 고취시키는 것이 아니다. 테러를 강행해 벼랑끝 외교를 펼쳐 전술적으로 성공해도 이는 반드시 한국과 국제사회로부터의 제제 강화를 불러일으켜 전략적인 실패로 나타난다. 선택지는 '영속 혁명'을 방패로 '선군정치'를 강행해 '생존권'을 이유로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 아니라 '선군정치'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개방 개혁과 민주화를 택하는 것 외에는 남아 있지 않다.

한국이 또 한차례 비약하기 위해서는 북한 리스크의 해소, 관리가 절대 조건이다. 교류 협력의 노력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태양정책'아래 10년이 증명했다고 하지만 북한은 어디까지나 통일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한국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담보하고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 확립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교류 협력을 모색함과 동시에 북한을 진원지로 하는 어떠한 사태에도 대응하고 군사적 모험주의를 무색시킬 정도로 철저한 안보 체제를 확립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천안함 사태 속에 맞이한 한국전쟁 발발 60년은 이러한 점을 다시금 통감시킨다.

(2010-06-23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