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민족' 발언을 반성의 계기로

퇴임으로 내몰린 나카야마(中山) 국토교통장관의 문제 발언 가운데 하나 '단일 민족 발언'은 재일동포의 처우와 일본의 자화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런 발언이 가치 없다고 일축되지 않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미래상을 진지하게 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카야마씨는 "방일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일본인은 외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바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성적인 '단일 민족'이라고 하까... 우선은 나라를 연다고 해야 하나 일본인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수구적인 역사관에 입각한 사고 방식과 그러한 사고를 아무런 꺼리낌 없이 내뱉는 무책임함이 엿보인다.

일본은 고대로부터 아이누족과 한반도에서 건너 온 집단을 빼고는 논할 수 없으며 국제결혼 등으로 인해 급증한 인종, 민족 그리고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다양한 국민의 존재를 무시하지 못한다. 일반 일본인에게 있어 '단일 민족'은 사어(死語)로 일본인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현실에 반한 발언이다.

확산되는 공생의 기운

정주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를 요구하는 의견서는 전국 지자체의 52%, 인구 대비 80% 가까운 채택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주민 투표에 참가시키는 지자체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카와사키시는 시정 참가를 목적으로 외국인시민대표자회의를 개설하고 지방참정권을 요구하는 제의에 대응하고자 차선책으로 주민 투표 조례를 제정했다. 지방참정권 부여는 국정을 움직여야 하므로 주민 투표는 그 때까지의 대체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다문화 다민족 공생의 흐름은 지방사회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의 눈치를 살피는 지방도 많은 반면 정주외국인을 지역 행정에 참여시키려는 지방도 늘고 있다. 이는 지자체가 현실에 대응하고 주를 이루고 있는 일본인이 마음을 연 결과라 할 수 있다. 열려 있지 않은 것은 국정이자 아시아에 대한 위정자의 마음가짐이다.

일본의 역대 정부는 과거를 솔직히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정부의 공식 견해로 답습하고 한국과 아시아제국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치면서도 일본 사회에서 결코 주류라 할 수 없는 역사 인식에 기초해 총리와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아소 총리도 자민당 정조회장을 역임하던 2003년 5월 '창시개명'은 "조선인이 성씨를 달라고 간청한 것이 시작"이라고 발언하고 2005년 11월 외무 장관 당시에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난리를 피우는 것은 세계에서 중국과 한국뿐"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치쿠호(筑豊) 탄광의 실권자라 불렸던 아소 집안은 조선인 노동자의 사역에 가장 열을 올리고 그 처우 또한 가혹했다고 한다. 아소 총리의 조부인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도 우리들 기억속에 한국을 모멸하는 의식을 감추지 않았던 정치가로 남아 있다. 연합군 최고사령관 맥아더에게 보낸 서한(1949년)에서 재일조선인의 추방을 요구하고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한국을 배척해 한일간에 큰 화근을 남겼다.

아소씨의 이러한 계보에 우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요시다 전 총리가 '평화 헌법'을 제정, 정착시키는데 공헌한 점, 아소씨가 외무장관 당시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숙했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 족쇄와도 같은 수구의 역사관에서 탈피해 한국과 아시아 제국을 중시하는 자세가 이번에야말로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바다. 이는 곧 정주외국인에게 마음을 여는 정치로 이어질 것이다.

보수주의는 본래 사회의 인위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이른바 진보주의에 대항해 '인간의 능력의 한계를 인지하고 계획과 통제에 의해 세상을 변화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 진정한 보수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보수가 역사와 전통, 애국심을 절대시하고 이에 반하는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려는 경향과 경직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일본인의 마음을 닫을려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47개국이 가맹한 유럽평의회에서는 '정치적 권리를 거절하는 한 외국인이 사회에 스며들 수 없다'는 인식아래 외국인에게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자각을 심어주기 위해 정치 참가를 촉진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 자치 현장에서 영주, 정주외국인의 존재는 무시하지 못할 활력소다. 따라서 지방 정치 참가가 필연적인 흐름이 되고 있으며 국정 차원에서도 이를 용인하는 기운이 확산되고 있다. 나카야마 발언에서 엿보이는 구태의연한 가치관에서 일본의 국정이 자유로워질 것을 바라마지 않는 바다.

(2008-10-01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