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위해 노동당과 결별

이 '제언서'는 '총련 중앙본부 의장에게 보낸 것이다. 가능하면 민단신문에도 게재해 달라'는 문면을 첨부하여 보내졌다. 본인과의 면담과 민단의 기록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게재했다. 한편, 장문이라 발췌하겠다고 양해를 얻었다.(편집부)

공화국의 하부조직이 아니다

조선총련은 결성 이래, 재일동포의 권익옹호 및 민족교육에 있어서 다대한 업적을 쌓아왔다. 그리고 국교가 없는 북일 양정부의 거의 유일하다고도 할 수 있는 파이프로서의 역할은 귀중한 것이다.

청춘기, 당시의 전재산을 쏟아부어 활동가로서 보내온 나지만 최근 조직의 쇠퇴에는 눈을 가리는 것이 있다. 원래 재일동포의 의사를 결집하는 총련 조직은 공화국 말대로 되는 하부조직이 아니었을 것이다.

초대의장 한덕수(韓德銖)씨가 사망했을 때, 신중하지 못하게도 이것으로 조금은 총련도 변하지 않을까 기대한 재일동포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서만술(徐萬述)씨는 결국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말할 것도 없다. 총련이 진정한 재일동포의 민주적 조직으로서 활동해 나가기 위해 공화국과의 파이프역을 유지하면서도 다음의 일을 실현할 것을 제언한다.

1.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모든 기관에서 철회할 것.

2. 일본인 납치 피해자 전원의 해방 및 귀국 동포와 일본인 배우자의 자유왕래의 실현.

3. 총련 조직 강령에 결성시의 8대 강령에 있던 핵 병기 금지 항목 부활.

4. 조은을 통해 사라져 버린 재일동포의 막대한 재산의 행방과 그 책임의 명확화.

5. 조직 간부는 조선노동당의 당적을 이탈할 것, 또는 당원이 아닌 자가 취임할 것.

활동가의 고생 헛되이 할 것인가

왜 이러한 제언에 이르렀는가. 이대로 침묵하고 있으면 순진한 동족애와 청빈한 생활 속에서 민족활동을 해온 많은 활동가와 재일동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세계에는 통렬한 경험에서 헌법으로 지도자의 개인숭배를 금지한 국가도 있다고 들었다.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가 없는 신화로 성립된 것은 종교다. 신교의 자유도 포교의 자유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와 관련시키는 것은 절대로 잘못된 것이다. 이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항목이다.

'김일성 저작 전집' 5권 모두를 읽었다. 이 책은 자기모순에 가득차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을 적대시하는 세력을 비난하는데 '우연분자'라는 말이 나왔다. 능력도 자질도 없는데 현재의 지위에 우연히 붙어 있는 패거리라는 의미다.

이를 읽어을 때, "이봐, 당신이 최대의 우연분자 아냐"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공화국으로 만들어 버린데는 김일성씨의 책임이 무겁다. 김일성씨는 자신의 생존중에 동상을 세우게 하고, 초상화를 보급시켜 후계자 세습까지 했다.

숭배, 신격화에 관해 내가 체험한 일을 두가지 예를 들겠다.

내가 히로시마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클래스에서 단 한 명의 재일이었던 어느 여고생(조선대학교에 진학)이 우리의 지도로 민족에 눈을 뜨고, 급우에게 제안하여 히로시마 가무단의 지도에 의한 조선무용을 전원이 한복을 입고 문화제에서 선보였다.

이는 일본의 신문에도 게재됐다. 그 후, 평양신문에 게재된 기사를 봤다. 거기에는 "매우 감격한 학부형들은 일제히 일어서 눈물을 흘리면서 김일성 원수 만세라고 외쳤다"고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적혀 있었다.

불의를 용서하지 않는 용기 내야

또 한가지. 내가 니시히로시마 지부 선전부장일 때, 군사독재정권으로 고교생 시절의 활동 동료였던 서승(徐勝)씨 등이 잡혀 있던 한국에 가서 서울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비인간성에 대해 각계 명사 앞에서 규탄연설(注)을 한 후의 일이다.

총련은 전국 각곳에서 "히로시마의 어느 애국청년이 서울의 각계 명사 앞에서 김일성 원수 만세를 외쳤다'고 선전한 것이다. 결코 그런 일은 없다. 연설한 본인인 내가 말하는 것이니 틀림없다.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것은 자신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내가 젊을 때 그것을 느끼면서도 결정적으로는 지적하지 못했다. 그 자계를 담아 이 제언서를 쓰고 있다.

재일동포 대변자로서 당당하게 공화국 정부에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해 달라. 북일 양정부의 파이프역을 하는 총련은 공화국에 있어서도 귀준한 것이다. 용기를 내야 한다.

※注 = 고충의(高忠義)씨는 1945년 오사카 출생. 총련은 1960년대 초기부터 일본학교에 다니는 동포 고교생의 조직화를 추진하고, 우선 쿄토에 그룹을 발족시켰다. 그 책임자인 서승씨가 오사카에서도 결성공작에 나섰을 때 고씨는 활동을 함께 했다. 서씨는 도쿄교육대(현 츠쿠바=筑波대)에 진학, 서영환(徐永煥)이라는 이름으로 민단 산하단체였던 재일한국학생동맹의 조직부장을 역임, 그 후 한국에 '유학', 1971년 학원 침투 스파이단 사건으로 적발됐다(1990년 석방). 고씨가 '연설'한 것은 1977년 2월에 서울에서 열린 총련동포 묘참단 환영 만찬회 석상. 현역 활동가였던 점에서 특별히 인사가 허용됐을 때의 일이다.

(2015-11-1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