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5개 조합 뭉치며 출범
민족금융이면서도 지역사회 불가분 관계

재일한국인신용조합협회(이하 한신협)의 기원은 1956년 5월 오사카상은(1953년 창립), 동경상은, 교토상은, 아이치상은(이상 1954년 창립), 오사카흥은(1955년 창립)의 5개 조합이 모인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목적은 조합 상호간 친목과 민족금융기관의 애로사항 해결이었다. 한신협이 출범한 1956년에는 고베상은, 구마모토상은, 미에상은이 설립돼 가입했으며, 2년 뒤에는 후쿠오카상은이 출범해 가입했다.

당시 일본경제는 6.25 전쟁 특수 덕분에 회복세였지만, 대다수 재일동포는 이러한 특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일동포 영세상공인들이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민족신용조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렇게 출범한 민족신용조합은 순탄치 못했는데, 조총련계 신용조합협회인 조신협(재일조선인신용조합협회)이 동일지역 내에 민족금융기관이 둘씩 있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로 행정당국을 조종해 민족신용조합 설립허가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고자 한신협은 1959년 단순한 연락기구를 넘어서 조합의 신설 추진과 기존 조합의 경영 강화를 지도하는 기구로 재편해 중앙집권화를 도모하는 한편, 회장과 부회장, 상무이사를 두고 사무국 체제를 강화했다.

방향을 전환한 한신협은 민단, 상공인단체와 하나돼 전국 각지에서 조합 설립에 박차를 가해 1982년에는 39개 조합을 거느린 조직으로 성장했다.

은행 구상이 좌절

한신협은 1987년 총 예금량에서 처음으로 조신협을 추월했고 1989년에는 2조엔을 돌파해 약진했다.

그러나 동시에 가혹한 시련도 기다리고 있었다. 거품경기였던 일본 경제는 1989년 소비세 도입과 급속한 금융 긴축, 90년대 초의 땅값과 주가 폭락 등 거품경제 붕괴를 겪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자유·공정·국제화를 키워드로 삼은 금융기관 빅뱅과 1년 뒤 홋카이도척식은행의 파산으로 시작된 폭풍은 한신협에도 들이닥쳐 1998년의 오사카상은을 시작으로 회원조합 대다수가 규모의 대소를 불문하고 파산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사태에서 한신협은 회원조합을 전국 6개 조합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2000년에는 모든 회원조합을 일괄적으로 통합해 새 은행을 설립할 방침을 표명했다. 이는 ‘합병·전환’방식으로 불렸다. 주요 경제인들도 새 은행 설립을 구상했는데, 이는 우선 불량채권이 없는 새 은행을 만들어 민족신용조합들을 흡수하려는 것이었다.

결국 은행 설립구상은 모두 좌절됐지만, 한신협은 인접지역 회원조합의 통합을 적극 도모해 2002년에는 회원조합이 11개로 재편됐으며, 이듬해 2003년에는 11개 회원조합의 이름을 내건 ‘베스트 일레븐’이라는 통일 예금상품을 내놓았다. 이 통일 상품은 한신협 회원조합의 단결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합병으로 생존


2003년 4월 회원조합의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합병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2010년에는 경영건전화 협의위원회를 설립해 회원조합의 통합·합병을 적극 추진했다.

14년 옛 중앙상은과 아스나로 신용조합이 합병하면서 요코하마 중앙신용조합이 탄생한 것은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신협은 작년 7월, 경영건전화 협의위원회를 경영능력강화위원회로 개편하고 단일기관 수준으로 회원조합간 결속을 강화하는 결의를 표명했다. 회원조합들을 하나로 묶어 일본 전국을 커버하는 대형 신용조합으로 기능하게끔 하는 것이 최종목표다.

한신협 회원조합은 민족금융기관이면서도 일본의 지역사회와도 불가분한 공존관계에 있다. 회원조합의 일상업무는 바로 한일 선린우호로 이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회원조합은 지금 지역사회의 한일 우호를 촉진하는 금융기관으로서 그 특성과 스케일의 최대화가 기대되고 있다.

(2016-08-08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