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일본지역회의는 15일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한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재일조선학교의 교육발전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조선학교의 실태에 상세한 미야츠카(宮塚) 코리아연구소와 공동개최했다.

실태에 충격 감추지 못해
'문제제기 향후에도' 참가 시민

한국 국내에는 재일사회에서의 '민족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반면 북한=조선총련 라인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조선학교의 공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심포지엄은 조선학교의 실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조국통일시대에 대응하는 재일민족교육의 삶을 찾는 관점에서 기획됐다.

오공태(민단 중앙본부 단장) 일본지역회의 부의장은 개회사에서 "재일의 차세대는 통일 추진의 주역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조선학교의 교육내용·환경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 "영지를 모아 개선방안을 찾겠다"(대독: 임삼호=林三鎬 부단장)고 말했다.

민주평통자문회의의 박찬봉(朴贊奉) 사무처장은 축사에서 "총련은 북한과 완전히 같은 모순을 떠안고 있다. 조선학교에서의 북한식 교육은 통일준비의 관점에서도 문제점을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발표Ⅰ'왜 조선학교문제를 논의하는 것인가'로 미야츠카 코리아연구소의 미야츠카 토시오(宮塚利雄) 대표는 "조선학교의 교육내용은 민족교육이라는 명목하에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세뇌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조선총련이 일본의 자치체에 의한 학생들에 대한 보조금을 유용·착복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선학교 교육은 북한의 공민교육-민족교육으로의 전환은 가능한가'를 논한 발표Ⅱ에서 박두진(朴斗鎭) 소장(코리아국제문제연구소)은 "조선학교가 쇠퇴한 근본적인 요인은 민족교육을 북한의 국가주의적 공민교육으로 변질시켰기 때문"이라며 본래의 민족학교로 전환시키는데는 재일동포와 본국의 연계가 빠질 수 없다고 호소했다.

토호쿠(東北)대학 대학원의 이인자(李仁子) 준교수에 의한 '정주이력 100년의 같은 마을 출신자 커뮤니티로 생각하는 이주자의 교육-재일제주도 고내리 친목회를 사례로'라는 발표Ⅲ에 이어 발표자 3명에게 인제대학의 진관(秦官) 교수, 청엄대의 김인덕(金仁德) 교수가 참가하여 토론회가 이루어졌다.

이 날 참석자는 약 150명. 재일의 민족교육문제에 관심있는 시민들일 것이다. 그러나 "처음 듣는 것 뿐이다. 이러한 기회를 늘렸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충격이지 않았을까", "논쟁을 제기했다"는 등의 감상 외에 "문제의 본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눈에 띄었다. 취재차 방문한 기자 중에도 "기사를 쓰는데 힘들 것 같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매스컴에 종사하는 제자로부터 알게 되어 발을 옮겼다고 하는 교직 경험자는 "퇴직할 때까지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조선총련의 소위 민족재산이 김일성·김정일 개인의 자금원이 되고 있었다니"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선대학교 교원 출신으로 "조선학교 교육은 북한의 공민교육-민족교육으로의 전환은 가능한가'에 대해 발표한 박두진 소장이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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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두진(코리아국제문제연구소장)

서론

재일동포사회가 1세의 시대에 마지막을 고하고, 그 주역이 2세부터 3, 4세로 옮겨지고 있는 현재, 재일민족교육의 모습이 추궁되고 있다.

조선학교의 교육에 대해 조선총련계 동포로부터도 다양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그 불만은 결국 이 교육이 북한 독재정치권을 추종하는 '국가주의적 공민(국민)교육'이지 재일동포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민주적 민족교육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조선총련과 그것을 지지하는 일부 일본의 세력은 이 조선학교 교육을 '북한 공민교육'이 아닌 '민족교육'이라 부르고 있지만 기만에 불과하다.

민족이란 한 마디로 말해 언어·문화전통 등의 공통성에 의한 문화적 공동체다. 따라서 민족교육은 이러한 문화적 공동체를 유지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국가란, 영토와 통치권을 가진 정치권력이 구속하는 공동체다. 따라서 국가교육은 이 정치적 공동체 유지를 위한 인재(공민) 육성교육이 된다. 그 때문에 국가권력과 그 통치 이데올로기가 교육 속에 파고든다. 그 정도는 전체주의 독재국가 만큼 강하다.

재일조선인을 북한 국가의 해외공민으로 평가, 정치적인 공동체 유지를 목표로 하는 조선총련 지배 하의 조선학교 교육은 분명 후자에 속한다. 동포의 불만과 핵가족화, 세대교체, 일본국적으로의 변경 등으로 인해 전성시 3만6000명 가까이를 안고 있던 조선학교는 63곳 93교(최전성기 161교)가 되어 아동·학생수는 현재 6000명대까지 떨어졌다. 감소 경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민족교육을 정치교육으로

조선총련 결성 이전의 조련·민전시대의 조선학교 교육은 좌파적 사상의 영향이 강했긴 하지만 국가권력의 개입이 없고, 정치적 공동체를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족교육'이라 부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1955년 5월에 조선총련이 결성된 후, 재일조선인은 북한의 해외공민으로 평가되면서 조선학교 교육은 북한 국가의 정치적 공동체를 목표로 하는 '공민교육'에 편입됐다.

1958년부터 조선총련은 조선학교 교육을 북한의 국가체제에 편입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조선총련 제4회 대회(1958년)를 전후하여 조선노동당의 세포조직인 '학습조'가 조선총련내에 조직됐지만 조선학교내에도 '재일본조선소년단(초급학교 4년~중급학교 3년)'과 '재일본조선청년동맹 = 조청(고급학교생~대학교생)'이라는 정치조직이 들어갔다.

북한 국가의 의사는 대중의 눈에 띄는 교과목 수업보다도 오히려 학교내 청소년 정치조직을 통해 침투하고 있었다. 조선학교 교육의 특징은 이러한 정치조직과 수업의 이중구조로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점에 있다.

이 이중구조는 1959년 12월부터 북한으로의 '귀국선'이 왕래하는 가운데 강화됐다. 조선노동당의 규약에 근거한 '남조선 혁명과 공화국 주도의 통일'에 도움이 되는 인재,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에 도움이 되는 인재의 육성을 목적으로 확립한 것이다. 이 교육에는 보편적 인권사상 및 민주주의 사상은 추호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렇게 조선총련은 민족적 소양을 키우고 싶다는 동포 대중의 요구를 교묘히 흡수하면서 그 에너지를 김일성 숭배와 통일전략에 쏟아부은 것이다.

신격화가 쇠퇴 초래

1967년 조선총련 제8회 대회 이후, 조선총련 커뮤니티에는 '김일성 절대화'의 물결이 밀려온다. 그 물결은 조선학교의 교육내용을 다시 한 번 바꿨다.

1967년 5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15차 전원회의와 그에 이은 6월 제4기 제16차 전원회의는 '혁명에 있어서 수령의 결정적 역할론'을 채택하고, '수령의 유일 사상 유일 영도'를 절대화했다. '주체사상'을 수령의 사상으로 삼고, 조선노동당의 '유일 사상'으로 확정시켰다.

이 노동당의 결정이 조선총련 제8회 대회의 결정으로 채택되고 그 때까지의 북한 정권 옹호 강령은 김일성 절대화의 강령으로 변질됐다. 그리고 종교적 양상을 띠어 간다. 그 결과, 조선총련은 김일성을 '신'으로 숭상하는 조직으로 개변됐다. 물론 조선학교의 교육내용도 그렇게 바뀌었다. 이는 조선총련의 실질적 노선 전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학교는 사상개조의 자리로서 중요시되고 교과서는 모두 변조되어 김일성 예찬 일생이 됐다. 이 경향은 김정일, 김정은 절대화로 이어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도쿄도의 조사(2013년)'에서도 다음과 같은 지적이 나왔다.

"우선 역사·음악 교과서가 북한의 지도자를 예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현대 조선역사'(고급부)의 교과서에는 '경애하는 김일성 주석님',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 등의 기술이 409항 중 353회 등장한다. '음악' 교과서에는 김일성·김정일을 예찬하는 가곡이 게재되어 있다.

다음으로 고급부 학생은 '재일본조선청년동맹(조청)'에 가맹. 조청은 조선총련의 산하단체이자 그 조직 규약에는 '조청은 자기의 모든 사업을 총련의 지도 하에 추진한다'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재일동포는 이미 일본에서의 정주를 전제로 한 민족성 유지와 일본사회에 대한 적응이라고 하는 교육을 요구한지 오래지만 조선학교의 교육은 그러한 요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으로 조선학교는 걷잡을 수 없이 쇠퇴해 갔다.

어려운 '재생'의 전망
'재일'의 일치결속으로 타개

진정한 교육 요구

재일동포가 귀국지향에서 일본 정주지향으로 변화해 간 1970년대 이후도 조선학교는 김일성·김정일에게 충실한 인간을 만들어내 북한 국가를 유지하는 인재 육성교육으로 일관했다. 교육에 대한 조선총련과 재일동포와의 괴리는 확대의 일로를 걸었다. 이러한 와중에 많은 조선총련계 동포는 자녀의 교육을 일본학교로 전환시키게 된다.

조선학교 교육의 '북한 공민교육'에 화가 치민 일부 조선총련 전종활동가와 교육 관계자는 1990년대에 들어서 유력 상공인과 함께 조선학교 교육을 일본의 실정에 맞춰 개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표면화시켰다.

1998년 12월5일자로 조선총련 중앙지도부에 대해 '민주주의 민족교육을 개선강화하는 일'에 대한 구체적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 움직임은 체제내 개혁이라는 제약성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총련 중앙지도부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후에도 일부 조선총련 간부와 교육 관계자는 조선학교를 자주적 민족교육으로 돌리기 위해 '민족교육 네트웍21'을 조직하여 조선학교 교육의 모습을 다시 모색했다.

이러한 동포의 압력에 저항할 수 없게 된 조선총련은 '동포의 학교인가, 김정일의 학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마침내 실토하고, "우리학교는 김정일 장군님의 학교"라고 단언하고 기정 노선으로 고집했다.

그러나 조선총련은 그 후에도 이어질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언가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조선학교는 버려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2003년에 그 때까지 지연시켰던 교과서 개편에 나섰다.

이 개편으로 조선총련은 조선학교의 교과서를 재일동포의 실정에 맞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고급 학교의 사상교육 필수과목인 '사회(북한체제 옹호와 주체사상)'에서 허위로 가득찬 기술의 일부를 수정한 것에 불과하고, '현대 조선 혁명역사' 교과서에서 '혁명'이라는 두 글자를 삭제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변화의 상징으로 초중급 학교에서 김 부자의 초상화를 내렸다(고급학교 이상은 그대로)고 하지만 이도 학부모의 강한 요구에 잔재주로 응한 것에 불과했다. 초상화를 내리긴 했지만 임시방편으로 김일성이 그려진 '유화' 등을 교실에 장식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조선학교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장이 국한되어 있어 조선총련계 동포는 '북한 공민교육'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차선책으로 타협해 왔지만 이제 그 참을성도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조선총련 제20회 대회(2004년 5월)를 앞두고 조선총련이 발족시킨 '새세대 문제협의회'(회장: 이상대=李相大)가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무기명으로 실시한 앙케이트 결과를 보더라도 조선총련의 '교육'에 밝은 전도는 보이지 않는다. 앙케이트에 응한 10대 젊은이들 중에 '장래 아이들을 조선대학교까지 보내고 싶다"고 답한 것은 불과 9.5%에 불과했다.

조선학교를 재일동포사회 전체의 재산으로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정치적 공동체로의 체제교육'이 아니라 언어·문화전통 등의 공통성에 근거한 '민주적 민족문화 공동체 교육'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 작업은 상당한 어려움을 수반하지만 재일동포가 일치협력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이 작업에 남겨진 시간은 많이 않다.

(2015-09-30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