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보완적 협조를 목표로 해야

신한은행이 100% 출자한 일본 법인 'SBJ 은행'이 영업을 개시했다. SBJ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Shinhan Bank Japan'의 머릿글자다. 신한은행의 계보를 잇는 SBJ와 한신협(재일한국인신용조합협회) 회원 조합이 협조적인 상호 보완 관계를 구축해 함께 실적 향상을 이룰 것을 기대하는 바다.

약진에 이은 약진

1982년7월 자본금 250억원, 3개 점포로 시작한 신한은행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참신한 경영 스타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흑자를 내고 작년부터 이어진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등 일관되게 견고함을 자랑하고 있다.

스케일 확대의 발자취도 놀랍다. 2001년에는 지주회사로 전환해 종합 금융그룹으로의 발판을 마련하고 2003년에는 명문 조흥은행을 흡수해 총자산 150조원대가 되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2007년에는 회원 1,000만명을 보유한 한국 최대 규모의 LG카드를 매수했다. 신한카드, 신한생명, 신한캐피털 등 그룹 전체의 총자산은 지주회사 설립 당시의 3조3,000억원에서 313조원으로 약진했다.

이러한 자산 규모는 한국 금융그룹 가운데 3위이지만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아 시가총액으로는 1위를 점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아시아 유수의 금융 그룹으로서 자리를 굳히고 세계를 시야에 둔 새로운 성장 전략을 그리고 있다.

수많은 신화를 만든 신한 그룹이기에 그 기초가 되고 중핵을 이뤄 온 신한은행의 세계 유수의 선진 은행 가운데에서도 매우 특이한 성장 배경을 잊어서는 안된다.

늘 원점 의식을

신한은행은 한국 최초의 순수한 민간 자본 은행으로 그것도 특정 대규모 자본을 배제한 341명의 공동 참여로 이뤄졌다. 이 부분까지는 그다지 특이하지 않다. 이 은행의 최대의 특징은 출자자 전원이 재일한국인이었다는 점이다. 옛 지배국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동포들이 결속해 경제력을 갖고 금의환향한 것이다.

재일동포는 출자뿐 아니라 경영이념과 전략·전술도 전했다. '양반 경영'이라고 야유받을 정도로 고자세였던 한국 금융계에 신한은행의 고객 중심 서비스 정신은 혁신적인 새바람을 일으켰다. 이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재일민족금융기관이자 최대신용조합으로서 단련된 경영·영업 노하우와 연수 프로그램이었다.

새롭게 경제 한국을 만들고자 한 신한은행은 조국 경제 발전에 공헌한다는 목적과 두 가지 부수적인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본국에서 냉대 받던 재일동포 진출기업의 자금 공급원 역할이었고 또 하나는 일본에 설립될 재일동포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한일 양국을 잇는 은행 그룹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무자비하게 흘러갔다. 동포 경제를 지탱하고 신한은행 설립에 큰 역할을 한 한신협 조합은 거품의 붕괴와 금융 구조 개혁 등의 타격을 받아 1990년대부터 계속되는 파산을 경험했다. 전성기에는 전국 39개 조합, 예금액 2조8,000억엔을 자랑하던 한신협은 현재 7개 조합 예금액 5,236억엔, 킨키산업 신용조합을 포함해도 1조2,000억엔을 밑돈다.

협의 기구 설치를

한신협 회원 조합은 현재 생존을 걸고 합병,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SBJ에 대한 기대와 경계감이 상반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양자에 요구되는 것은 상호 협력적 관계임을 분명히 하고 신속히 구체화하는 것이다.

융자한도액 등 다양한 제약이 있는 신용조합의 약점을 보완하고 SBJ에는 신규 개척으로 이어지는 협조 융자의 실행과 상호 이익으로 이어지는 공동상품의 개발을 주문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정보 교환과 업무 협력을 위한 상설 회의 설치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들은 2000년대초 민족 금융기관의 재생을 위해 은행 설립 외에는 길이 없다는 것에 합의했지만 한신협 조합의 합병을 통한 전환방식을 택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롭게 불량 채권이 없는 은행 신설방식을 택할지 갈등을 계속해 민족 신용조합을 더욱 궁지에 몰았던 뼈아픈 역사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규모도 노하우도 풍부하고 재일동포의 은혜도 잊고 있지 않은 신한은행을 배경에 둔 SBJ와 일본 전국에 점포망을 갖고 많은 고객을 확보해 현장을 잘 아는 한신협 조합은 협조·상호보완 관계를 구축해 공존 공영을 위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고경에 빠진 동포 경제계는 이를 절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2009-09-16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