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정몽규 회장)는 다음 달 6일부터 7월5일까지 캐나다에서 열리는 2015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 대표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재일동포 3세 강유미 선수(23)가 대표에 선발됐다. 재일동포의 월드컵 대표 합류는 남녀를 합쳐 처음이다.

최종 엔트리를 앞두고 여자 대표 후보 25명은 8일부터 성주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훈련해 왔다.

윤덕여 여자대표 감독은 "1주일간의 트레이닝 코스를 면밀히 살펴보고 고민 끝에 결정했다. 중복 포지션의 전략적 활용과 전체적 균형을 고려했다"고 최종 멤버 결정 이유를 밝혔다.

여자 대표는 18일 광화문 광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20일에 미국을 향해 출발해 현지에서 훈련한다. 31일에 강호 미국과의 데스 매치를 거쳐 4일 캐나다에 입국한다.

12년만에 두 번째 출전하는 한국은 예선 리그에서 10일 브라질, 14일 코스타리카, 18일 스페인과 경기를 치른다.

처음 출전한 2003년 미국 대회에서는 브라질, 프랑스, 노르웨이에 전패했지만 최근 12년간 U20에서 3위, U17에서 우승하는 등 젊은 선수층이 육성돼 세계 랭킹은 18위까지 올라왔다. U17, U20 출신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의 평균 연령은 25.4세로 젊다. 비원의 첫승 외에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도 큰 기대가 걸려 있다.

'태극 마크 가슴에 달고 뛰고 싶다'
어린이 클럽 때부터의 꿈 이뤄져

강유미 선수(MF)는 도쿄 태생의 재일3세다. 재일대한축구협회(윤원일 회장)가 1997년에 개설한 재일동포 아동을 위한 축구 스쿨 '무궁화 주니어' 출신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무궁화 주니어로 구성된 한국전 응원 투어에 나섰다. 그해 여름 민단이 주최하는 어린이 잼버리에 참가해 스탬프랠리 코스였던 서울 월드컵 스타디움에 앉았다.

"굉장히 넓었다. 언젠가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경기에 나가고 싶다" 강유미 선수는 큰 꿈을 가슴에 품고 맹연습을 했다. 눈에 띄게 성장해 중학교에서는 도쿄도 선발 등에도 뽑혔다.

14살 때 재일본대한축구협회의 추천으로 한국 여자 U17 대표의 합숙에 특별 참가했다. 나이가 더 많은 동료들 속에서 꿀리지 않고 투지 넘치는 경기 내용을 보여 감독의 주목을 끌었다. "꼭 여기로 유학 왔으면 좋겠다"고 추천을 받아 여자 축구의 명문 위레정보산업고교(서울)에 스포츠 특대생으로 입학했다. 그후 U17 대표 후보 등을 거쳐 많은 여자 대표를 배출한 한양여대에 진학했다.

U19 대표에 소집됐지만, 축구 선수로서는 치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 무릎 연골 손상을 입었다. 6개월 동안 자활을 거쳐 2010년7월 U20 월드컵 독일 대회 대표로 부활해 팀을 3위에 올려놓는데 일조했다.

이듬해 11월 2012년 한국 WK리그(여자 프로리그) 신인 드래프트 회의에서 1위로 지명을 받아 성남일화에 입단했지만 한 시즌만에 팀이 해산했다. 고교 시절의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인천 현대제철에 이적하지만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해 올해 화천 KSPO(국민체육진흥공단)로 이적했다.

선발 기용이 늘어난 강유미 선수는 물을 만난 것처럼 활약했다. '여자판 이영표'라고 불릴 정도로 정확한 크로스로 골 어시스트를 양산했다. 윤덕여 여자대표 감독은 "흙에서 찾은 진주"라며 4월에 열린 러시아와의 친선 경기에 대표로 소집했다.

팀메이트와 화합을 소중히 하는 강유미 선수는 동료로부터도 사랑받아 한양대 졸업식에서는 재일동포로서는 이례적으로 전체 대표로 지명됐다.

어린 시절 강 선수를 지도한 무궁화의 문창섭 감독은 "아무튼 지기 싫어하는 아이였다.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에 오르는 선수를 배출한 것은 후배들에게도 큰 꿈을 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015-05-29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