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대의 일부다'
카와사키시의 서유순(徐類順)씨

카와사키시 교류관(하라 치요코=原千代子 관장)은 재일한국인 고령자 식자학급 '우리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재일1세가 약 20년간에 걸쳐 엮은 작문을 7월 '자신사(史)'로서 편찬했다. 이 중 한 사람인 서유순(89)씨는 "자식들과 손주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식민지 통치하의 한국에서, 그리고 해방 후의 일본에서 차별과 빈곤을 견디면서 열심히 살아온 발자취를 정리했다.

자기사라는 타이틀은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잘도 살아 왔다'(A4판 29페이지).

해방 전, 순진하게 놀았다는 아이 시절이 가장 즐거웠던 추억이다. 지푸라기를 자른 빨대로 막걸리를 몰래 훔쳐 마셨다. 밭에서는 목화 재배를 하고 있었다. 봉오리가 맺혔을 때 몰래 입에 넣었는데 달고 맛있었다고 한다.

한편으로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은 적도 있다. 소꿉친구 '시게짱' 집에 놀러가면 가족이 '10엔짜리 동전'을 여기저기에 두고 가져 가는지 안 가져 가는지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당시를 회고하며 "한국인을 바보 취급했다"며 지금도 분노가 가라않지 않는다.

해방 전, 모친과 함께 14살에 도일. 먼저 도일해 있던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일본 전국을 전전했기 때문에 자신은 학교에 갈 상황이 아니었다. 도쿄 고탄다(五反田)의 공장에서 선반을 사용하여 나사를 끊고, 시즈오카의 긴잔(銀山)에서는 광석 선별, 나고야의 직물공장에서도 일했다.

해방을 맞이하여 한 때 귀국. 머지않아 남편을 먼너 떠나 보냈기 때문에 일을 찾아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시 일본으로. 공장에서의 부품 만들기, 건물 청소, 음식점 설거지 등 자식과 손주의 성장 만을 바라보며 70살까지 육체노동에 종사해 왔다. 유순씨는 이제 "잘도 여기까지 일해 왔구나"라며 회고한다.

일의 일선에서 물러나자 '글을 모르는' 서러움에 교류관을 찾았다.

하라 관장은 "익히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열심이었다"고 회고했다. 일본어를 배운 유순씨는 히라가나 1글자 1문구에 혼을 담아 자기사의 증언을 정리해 나갔다.

식자학급에 다닐 때까지는 일본어를 쓰지 못해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도 못했다. 작문하는데 고생했던 일이 리얼하게 적혀 있다. 유순씨는 "자신과 아이들이 받아 온 쓰라린 차별의 역사를 바꿔 나가고 싶기 때문에" 그 생각을 엮어 왔다.

그러나 작문을 읽어 보면, 원망스러워하는 것이 아닌 소위 '고발'형으로 쓰지는 않다. "시대가 나빴던 것이다. 나도 시대의 일부다". 하라 관장은 "자기사와 역사를 상대화하여 깊이 생각한 내용"이라고 감탄했다.

'자기사'에는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의 협력을 얻어 당시의 도항증명서나 도시락통, 미싱 등의 생활용품 사진 및 학급에서 배우고 그린 꽃과 야채도 난외에 기재했다. 손으로 찍어낸 것으로 비매품.
문의: 카와사키시 교류관(044-27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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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순씨의 약력

1926년 경상남도 합천군 출생. 14살 때 모친과 함께 도일. 학교에 다니는 2명의 오빠를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했다. 18살에 결혼. 해방 후 귀국했지만 생활이 어려워 모친, 남편 모두 잇따라 별세.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도일. 카와사키에서 50여년간 쉬지 않고 일하는 생활을 보내 왔다.

(2015-09-11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