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토대진재 당시 각지에서 참극이 벌어지던 한편 유언에 휩쓸리지 않고 자경단 앞에 맞서 동포의 생명을 구한 일본인도 있었다. 정종석(鄭宗碩,68)씨가 일가를 자택에 숨겨준 사나다 치아키(眞田千秋)씨의 보제사 도쿄 스미다구 호센지에 '감사의 비'를 세운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다.

'감사의 비'는 김구한(金九漢)씨 작품이다. 높이 1.5 미터 도자기로 만들어져 무게가 450키로다. 표면에 "학이여 하늘로 올라가라"며 학살된 동포에게 전하는 한글이 재일 서예가의 손으로 쓰여져 있다. 뒷면에는 정씨 일가가 사나다씨에 의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이 새겨져 있다. 항아리 윗 부분 한쪽 구멍으로부터는 남천의 나무가 크게 이어져 있다.

정씨는 '생명의 은인'임을 어렸을 때 아버지 두만(斗滿)씨로부터 자주 들었다. "당시 아버지는 19세. 일본으로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리조차 몰랐다. 시라히게바시 근처 철공소에서 할아버지가 코크의 재를 버리는 일을 하고 있었고 사나다씨는 공장장(당시 30세)였다. 할아버지와 사나다씨는 마음이 맞아 술을 같이 마시곤 했다"

비의 건립을 결심한 것은 2000년. 아라카와 하천 부지에 위령비 건립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의견에 구가 "학살의 사실을 전하는 공문서가 없어 위령비를 세우는 것은 구민 감정에 맞지 않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역사 사실을 부정하는 자에게 형태로 증거를 남기고 무념으로 신음하는 동포의 령을 달래야겠다"고 결심했다. '시라히게바시 근처에 사는 사나다씨'라는 단서만을 갖고 치아키씨의 손자 후지히코(富士彦,68)씨를 찾아내 양해를 구했다.

정씨는 매년 치아키씨의 기일에는 성묘를 하고 있다.

(2011-09-0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