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이 국익을 전면으로 뿔을 맞대고 심상치 않은 기색을 띠는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한국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스스로의 기본이념 구현에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이다.

전략 차원의 각축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중국은 시장과 자원, 해양진출로의 확보에 혈안되어 있어, 일본은 이를 중국에 의한 기존 질서의 패권주의적인 개변으로 보고, 그것을 저지하려 애쓰고 있다. 한일간에는 도서영유 및 역사인식을 둘러싸고 알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중일 양국의 국가전략의 근간과 관계되는 대립사안에 비하면 중요도가 낮다.

강국이 강국을 전쟁으로 굴복시키고, 일을 해결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한중일 3국의 경제·사회문화적인 상호의존은 공동체 수준에 있다고 해도 좋으며 그 혜택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 중일 양국은 하드와 소프트의 양면에서 군사력 강화에 여념이 없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방위 위주로 우선은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한 위력행위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발적인 군사충돌의 가능성까지는 부정할 수 없다. 분쟁이 발생하는 것만으로 양국의 여론이 격분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쌍방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선택지를 잃고 정치면에서도 조기 탈각이 어려운 궁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만큼 양국의 위정자는 신중하고도 신중한 대응으로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군사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비군사분야에서의 흥정이나 심리전에 주력하게 된다. 정치 지도자나 미디어에 의한 상대국에 대한 선정주의적인 언동도 그 하나의 반영이라 봐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전략 차원의 싸움을 방관한다면 한국은 그 틈새에서 존재감을 잃을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과의 사이에서 위치가 확고하지 않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흔들린다면 국내의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평화 공헌으로의 길

한국에는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융화·발전에 결정적으로 공헌하는 평화적이고 풍요로운 통일국가를 건설한다는 명확한 국가목표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그 실현을 위해 두가지 구상을 제창해 왔다.

'동북아시아 평화협력'은 경제면에서의 상호의존과 협력을 다지면서도 정치·보안분야에서의 협조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동북아시아의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역내 제국의 상호신뢰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대화와 인도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두가지는 밀접 불가분한 관계에 있어 함께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 국가목표와 두가지 구상은 대상국이나 해당 지역의 정세에 따라 추진력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가의 총력을 다해 일관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견고히 하면서 중국, 일본은 물론 러시아와도 전략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실질화하고, 그 역량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그 실현과정에서 동북아시아 제국의 지정학적 입장에 큰 변동을 가져온다. 게다가 그것은 특정국가에 위협이 되지 않고 주변국에 다대한 혜택을 줄 것이다. 중일의 전략적 각축을 해소할 수 없다 해도 양국의 역점을 분산시키게 될 것이다. 한·중·미·러·일 5개국에 의한 집단안보체제의 구축도 자연스레 시야에 들어온다.

박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통일 후 국민소득이 4만달러대로 인구 8000만 이상의 '40-80클럽 국가'가 되는 비젼을 제시했다. 이 클럽에는 미·독·일 3개국만이 가맹하고 있다. 한국은 재작년 '20-50클럽'의 7번째 가맹국이 되긴 했지만 그동안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다시 한 번 성장하는데는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통일은 이를 단숨에 이를 단번에 걷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중일 끌어들여

통일은 또한 한국에 진정한 자부심을 기르게 될 것이다. 일본과의 사이에서 빚의 역사를 극복하는 것은 가해에 대한 사죄와 배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에 기인한 분단의 질곡을 해결하는 것이며, 민족이 전에 없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림으로써 가능하다.

평양정권은 개혁개방 없이는 살아남지 못하고, 개혁개방하면 현체제의 존속이 어려워지는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전망은 없다. 심각한 위기상황을 만들어내는 군사도발 뿐만 아니라 체제붕괴를 포함한 급변사태의 발발에 대해서도 이중 삼중의 대비가 필요하다.

중일의 각축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 중일을 한국의 국가목표 수행으로 이끄는 의지와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2014-01-1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