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감독, 판소리를 다룬 영화 '꽃, 향기로운 노래' 제작

조선 말기, 금녀의 세계였던 판소리의 세계에 뛰어들어 최초의 여류 명창이 된 실존 인물, 진채선을 다룬 이종필 감독(36)의 영화 ‘꽃, 향기로운 노래’가 23일부터 동경 시네마트 신주쿠, 오사카 시네마트 신사이바시 외에 전국에서 차례차례 공개된다. 이 감독은 여성 차별이 엄했던 시절,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좌절을 극복하면서 성장한 채선의 인생에 초점을 맞춘다.

전라북도 고창 출생의 진채선(1847~미상)은 17세 때 조선조 최초의 판소리 악단 ‘동리정사’의 수장으로 뒷날 스승이 되는 신재효(1812~1884)에 제자로 입문해 본격적으로 수행을 쌓는다.

이 감독이 채선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영화 ‘꽃…’의 제작 대표자가 아는 학자로부터 실존인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이다.

이후 문헌을 찾아봤더니,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재건 후 경회루에서 연 명창 경연대회 ‘낙성연’(1867)에서 어느 여자가 처음으로 우승했다는 짧은 기록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기록에 우선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스승과의 이야기에도 끌리는 점이 있어서 자연히 판소리라는 소재를 선택하게 됐다. 촬영 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다시 봤더니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다. 서편제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 마음을 이 영화 속에 넣었다.”

이 감독은 판소리는 노래이면서 동시에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재효와 채선은 사제관계이지만, 연인이나 부녀처럼 보이는 점도 있다. 이 감독은 둘의 인생과 판소리의 이야기를 겹친 듯한 작품 만들기를 생각했다.

게다가 이 감독은 서편제에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틋한 생각이 담겨있다고 느꼈다. “시대는 다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과 같은 감정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보편적으로 그린 것”이라고 이 감독은 말한다.

채선 역할을 맡은 것은 K‐POP 걸그룹 ‘miss A’의 메인 보컬로 활약 중인 수지씨(본명 배수지). 이 감독은 “이 여주인공은 아무리 소중히 여겨도 모자랄 만큼 귀중한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 이미지가 수지씨와 겹쳤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지씨는 약 1년간 판소리의 발성을 훈련. 극중 더빙 없이 노래한다. 10시간 동안 비를 맞으며 발성 연습을 하는 장면을 완성해 내, 스탭들이 “대단하다”고 감탄했을 정도. “젊은 여배우면 춥거나 괴로워서 적당히 넘어가서 금방 포기할 수도 있는데, 수지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촬영에 임했다.”고 그들은 평가했다.

그리고 채선을 목숨 걸고 도와 일류 명창이 될 때까지 가르친 재효 역은 존재감 넘치는 연기로 정평을 얻은 류승룡 씨.

판소리는 서민에 의해 발달한 전통예능이다. 이 감독은 판소리를 처음 듣고 “마음의 근원을, 마음 속의 본질을 흔드는 것이 있는 듯 했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한국인에게 판소리는 “마음 속의 고향, 마음의 어머니와 만날 수 있는 듯한 것”이라고 조용히 말했다.

줄거리
조선 말기. 어머니를 잃은 소녀 채선은 우연히 들은 판소리 주인공에게 거듭 감명받아, 명창이 되기로 결심한다. 당시는 여자가 판소리를 노래하는 것은 금기로, 참지 못한 채선은 남성으로 위장해 재효 밑에서 수행을 쌓는다. 어느 날, 당시의 권력자 흥선대원군이 주최한 잔치에 위험을 무릅쓰고 출전하는데….

(2016-04-18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