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공포로 잠 못 이루는 동포들 많아… 이재증명서 기다리는 이들도 다수

구마모토 지진 발생 후 40여일이 지났다. 피난소나 자동차 등에서 숙박하는 동포는 이제 없지만 상당수는 지금도 “여진이 무서워서 밤잠을 못 이룬다”고 말한다.

민단 구마모토본부(단장 김태문)에서는 구마모토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단원들을 비롯해 일본국적 귀화동포, 새 정주자나 유학생 등 그 방문 대상을 약 500가구로 확대하고, 현재까지 180가구에 일률적으로 각각 3만엔씩 위로금을 전달했다.

김유기씨(54세, 구마모토시 중앙구)는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87세인 고령의 아버지 김용호씨의 신변도 아직은 문제없다. 하지만, 거래처의 도매상 건물에 ‘요주의’를 뜻하는 노란 종이가 붙었다. 다음에 큰 지진이 오면 위태로운 상태다.

김태식씨(80세, 구마모토시 중앙구)의 집은 기울어 있다. 수도관이 깨져서 수도계량기 옆에 수도꼭지를 만들어, 거기에 고무 호스를 달고 물을 받는다. 화장실은 양동이에 모은 물로 내보낸다. “비가 새서 이대로는 노부부와 아들 3인 가족이 살 수 없다. 이사갈 아파트를 찾고 있지만 살림살이 처분도 꽤나 어려워 갖고 갈 수밖에 없다.”

4월에 이재증명서 발급을 요구했으나, 반파 이상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인지 5월20일에야 시청에서 피해인정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노란 종이가 붙었다. 시청의 최종 진단 결과가 나왔는데도 한 달 더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김씨는 심장에 전기충격을 보내는 ICD기기를 가슴에 달고, 척수에 철심을 박는 등 핸디캡을 갖고 있다. 차 운전은 고사하고 오래 걷기도 어렵다. “먹고 살 수는 있지만, 생활이 도움이 되는 이재증명서가 없으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구마모토시 중앙구에서 한식 포장마차 ‘도라지’를 경영하는 서해석씨(67)는 민단이 제공한 차 안에서 자다가 지금은 집으로 돌아왔다. 가게를 다시 연 것은 16일부터다. 새 정주자 부부가 찾아오자, “여진의 불안은 있지만 무엇보다도 손님이 오면 기쁘다”고 말한다.

김달룡씨(92세, 구마모토시 북구)는 시영주택에 혼자 산다. 5년 전까지 트럭을 몰고 김치를 팔았지만, 흉부 압박 골절로 가슴에 코르셋을 채웠고, 보행기가 없으면 걸을 수 없었다. 편도 20분의 병원에 주1회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정신안정제를 먹고 자는데 여진의 불안으로 편히 잘 수 없다.

일상 생활에는 궁하지 않다고 말했는데도 “민단 본부의 위로금과 음료,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의 안부전화, 게다가 후쿠오카의 민단 단장과 총영사까지 일부러 찾아와 준 데 정말 감격했다”고 몇번이나 감사의 말을 되풀이했다.

한상희씨(50세, 구마모토시 동구)는 유학생 때 일본에 온 뒤 구마모토에 정착했다. 한국과 일본을 잇는 구마모토현청 국제과에 25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지진 당시에는 집 옆의 초등학교에 하루 대피했다. 그 뒤 아라오시(荒尾市)에 사는 사촌 집에 1주일 신세를 졌지만 통근하기 너무 멀어서 부득이 집에 돌아왔다. 거실 벽 귀퉁이가 찢어진 정도로, 제작사에 문의해도 문제는 없다고 들었다. “전기·수도도 탄탄하므로 괜찮다. 다만 여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단 구마모토 본부에는 지난 12일 큐슈행은의 미조에 마사오(溝江雅夫) 이사장으로부터 100만엔의 성금이 전달됐다.

(2016-05-30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