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서가 이안자(李安子, 재일2세, '이화서예회' 주재)씨가 '서체·그림·한글서체전'을 타가와시(田川市) 미술관에서 개촤했다(9월29일~10월4일). 전각, 도판을 포함한 출품 53점 중 한글 작품이 20점. 제자 6명의 한글서체 12점도 빛을 더했다.

풍부한 예술성
프로서가도 주목

1973년 이래 개인전과 그룹전을 종종 개최해 온 이씨는 최근 한글서체 출품을 늘리는 경향에 있었다. 3년 전 회원종합전에서는 회원과 함께 한글서체 14점을 출품했다. 그래도 개인전 타이틀까지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도가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타가와시의 토지 성질도 있어서인지 차분히 돌아보는 관람자가 많고, "질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리피터도 적지 않았다. "힘차다", "정력적이다"리는 평을 받은 다양한 작품군 중에서 더욱 관심을 끈 것이 한글서체였다.

한글의 형태는 알고 있어도 서예작품으로서 접하는 것은 처음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신선하고 맛이 깊다"는 감상과 더불어 "읽지 못하는 한글인데 파워를 느꼈다. 신기하다", "이렇게 예술성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등 감탄의 목소리도 높았다.

한글은 획수가 적어 단순해 보인다. 그런 만큼 모양을 흩뜨리거나 과장하거나 독창성을 가미할 여지가 크다. 이번 관람자로 눈에 띈 것이 프로 내지는 세미프로 서가들이다. 제자와 함께 찾은 사람도 있었다. 착상과 자극을 찾아서인지 서가들 사이에서 한글서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이씨에게 지도를 요청하는 서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씨는 다양한 교육시설에서 서도를 가르치면서 서체·그림으로 후쿠오카현 미술전, 마이니치(毎日) 서도전, 요미우리(讀賣) 서법전 등에 수많은 입선 성적을 내고, '국제공모·묵화 트리엔날레 토야마 2004'에서는 장려상을 수상. 지역 노점의 상품 로소와 TV방송 타이틀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한글서예에 대한 생각은 강해 윤동주(尹東柱), 김소월(金素月), 이육사(李陸史), 이은상(李殷相) 등의 시를 소재로 연찬을 계속해 왔다. 그런 이씨에게 전환기가 찾아온 것은 8년 전. 후쿠오카시 미술관에서의 개인전에 출품한 한글서체에 생각지 못한 반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 서도도 있었군요. 가르쳐 주세요"라는 목소리에 한글서예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5년 전의 일. "일본인이 이렇게 한글을 배우는 시대가 올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이씨는 자신의 라이프워크이기도 한 한글 보급에 확실한 보람을 느끼게 됐다.

이씨의 작품에 공통되는 것은 유교와 불교 사상을 융합한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의 '마음'을 잇고자 하는 정념이다. 재일로서의 견고한 위치를 느끼게 한다.

이번에 출품한 '함께'라는 제목의 작품에는 그것을 의미하는 한글 '더불어', '함께'를 대서하여 한국어와 일본어로 '왼손은 오른손을 씻고 오른손은 왼손을 씻는다'라고 첨기되어 있었다.

(2015-10-29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