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이 승려로 변신해 3년을 지내기도 한 곳

2015년에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백제역사유적지역인 공주에서 버스로 약 30분 거리다. 버스 안에서는 한복 차림을 한 긴 수염의 할아버지가 앉아 자못 옛도시다운 운치를 연출했다. 마곡사 주차장 주변에는 음식점과 호텔들이 들어서 있다. 주차장에서 10분을 가면 일주문에 도착한다.

사찰 사무소에서 배포된 템플스테이용 수련복은 바지 앞에 지퍼가 있고, 조끼 단추 2개 가운데 하나는 장식용이어서 사용하기 편하다. 세세한 배려가 느껴지는 옷이다. 비도 어둠도 일단락될 무렵 템플스테이 담당인 신이라씨가 경내를 안내했다.

643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 중기에 보조 국사가 중건했다. 충남지역 70여 사찰의 대본산이다. 역사가 1000년을 넘는 고찰로, 힘이 있는 곳이다.

경내는 전각뿐 아니라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와 소나무 숲까지 갖춰져 있어 매우 넓다. 본당인 대광보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복원됐다. 법당 안의 바닥이 참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본존 비로자나불이 동방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드물게 보는 구조다. 본당 앞에 있는 오층석탑은 고려 말기에 티베트불교의 영향을 받았고, 벽면에 사방을 지켜보는 '사방 불'이 새겨져 있다.

본당의 바로 뒤에 선 대웅보전도 재건된 것으로 석가, 약사, 아미타 여래의 삼세불을 봉안하고 있다. 대웅전 뒤편에는 산신각이 있는데, 이런 구조가 적지 않다. 원래 불교와는 관계 없는 것이지만, 참배자의 대부분이 참배한다. 한국 고유의 가람 배치다.

이 사찰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영산전이다. 내부에는 1000개에 이르는 불상이 모셔져 특별한 예불장소가 되고 있다. '영산전'이란 편액은 조선시대 왕 가운데 불교에 이해가 깊었던 세조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상해 임시정부 주석을 지냈던 김구 선생이 승려로 변신해 3년간 숨어 있던 절로도 유명하다. 그의 호를 딴 암자 '백범당'도 보존돼 있다. 김구 선생의 실물 크기의 사진과 함께 1946년에 들렀을 때 찍은 기념 사진과 '양심건국' 등의 친필이 전시돼 있다. 옆에는 백범이 심었다는 향나무가 역사를 지켜본 것처럼 늠름히 서있다.

인상 깊은 것은 백범이 사랑한 서산대사의 한시다. '눈길을 걷거든/ 아무렇게나 가지 말지다/ 오늘 내 걸음이/ 뒷사람의 길잡이가 될거니까'( 踏雪野中去／不須胡乱行／今日我行跡／遂作後人程).
백범 김구 선생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시다. 경내에는 '백범 명상의 길'이라 적힌 산책로가 있어, 산책하기도 어울린다.

마곡사를 둘러싼 태화산, 명당수가 흐르는 계곡의 풍경이 수려하다. 거기서 혼자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지복의 시간이다.

◇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8241‐ 841‐ 6226)

*산신각= 삼성각, 칠성각으로도 불린다. 작은 사당에는 흰 수염을 기른 산신과 호랑이를 그린 그림을 모시고 있다. 민간신앙의 신이 불교와 융합한 것으로, 무병 장수, 자손 번영을 기원한다.

(2017-12-0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