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발전기본법 10년

1995년 12월, 한국에서 남녀평등의 촉진과 여성정책의 기본계획을 정한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지 올해로 10년을 맞이한다. 기본법 제정 이후,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많이 나왔고, 남녀 공동참획사회의 토대를 정비해 왔다. 그동안 '여자는 가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잡혀 있던 한국에서 여성들은 지금, 정치·행정분야를 비롯하여, 의료현장 등 다양한 분야로 활약의 장을 점차 확대시켜가고 있다.

■□
정계, 관료계, 군사, 의료현장 - 호주제 폐지로 박차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구체적 시책에 탄력을 가한 것은, 1995년에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제 4회 세계 여성회의'일 것이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베이징 행동강령'에는, 여성의 인권과 사회진출 등에 관한 과제가 담겨있다.

한국은 이 '행동강령'의 목표달성을 위해, 1995년에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 이어서, 가정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남녀 고용평등법, 여성기업지원법 등의 법률이 단기간에 제정되었고, 나아가 2001년 1월에 한국정부에 여성부가 신설되었다.

여성 공무원의 채용목표제를 마련한 것을 비롯하여, 2000년에 정당법을 개정하여 쿼터제를 도입했다. 쿼터제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잠정적으로 마련된 제도로, 이로 인해 국회나 지방의회의 비례대표선거 후보자 명부에 각 정당은 후보자의 30%를 여성으로 할당하게 되었고, 2000년 선거에서는, 여성의원수를 9명(3.9%)에서 16명(5.9%)로 늘렸다.

물론 여성의 파워는 남성 중심이었던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발휘되고 있다.

박인숙(朴仁淑)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성으로서 울산대 의학부 부장으로 취임, 이창숙씨가 국세청에서 처음으로 본청 과장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 올해는 36명의 여성검사가 신규 임용되었다. 나아가 1999년에 여성의 사관학교 입학을 허가한 해군에서는, 2002년에 여성 첫 장군이 탄생하는 등, 그동안 '남자의 아성'이라고 불려온 각 사관학교나 경찰에서도 여성들이 남성 못지 않는 활약을 하고 있다.

또한, 남녀평등의 장해가 된다 하여, 여성·시민단체가 1970년대부터 호소해 온 '호주제'의 폐지 등을 포함한 민법개정이 3월2일 한국 국회본회의에서 성립됨으로써, 여성의 권리는 더욱더 확대되어 갈 것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에서는 여성의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가 실시되어 왔지만, 손놓고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모양이다.

1999년 국련개발계획(UNDP) 연차보고서 '성 평등의 추진과 여성의 지위향상'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64개국 가운데 61위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3월에 미국 신용카드 대기업 마스터카드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13개국·지역을 대상으로 한 '여성의 사회진출도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조사는 '관리직 비율', '평균수입' 등 4개 항목을 분석하여 지수화한 것으로, 이러한 결과를 볼 때 한국은 아직도 남성 우위사회임을 알 수 있다.

■□
사회 전반으로의 확대가 열쇠

한편, 여성의 사회진출로 생긴 폐해를 드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떤 남성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한 정책에 치우친 결과, 이혼율의 증가와 출산율의 저하라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경제적 능력을 갖춘 고학력 여성이 증가하고, 자식보다도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결혼보다도 사회에서의 성공을 바라고 있는 모양이다.

3월에 케이블·위성방송의 여성전문채널 '온스타일'이 실시한, 20~30대 미혼여성 3,2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1.6%가 결혼이나 육아보다 사회적 성공을 바라고 있으며, 40%가 일에서의 충실함을 찾고 싶다는 이유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사회 전체를 보면 남녀간의 임금격차, 승진, 고용의 안정성 및 성희롱 등의 차별대우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법 제정 및 제도의 적용은, 아쉽게도 일부 계층에 그치고 하위 계층 전체로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하튼,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각계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향후, 한국에서 여성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살리는 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사회 전체의 의식개혁 및 교육의 확대가 과제로 남을 것이다.

(2005-04-13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