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와 저력으로 위기 극복 - 민단 60년의 신조 지켜

민단이 입은 더블 펀치

민단은 본래 올해를 어려움이 더해져가는 조직 운영의 실태를 진지하게 풀어가고 창단 60년 역사 속에서 장래를 향한 빛을 찾아내고 새로운 비약을 기하는 의미 있는 한해로 장식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무엇 하나 이뤄지지 않은채 5·17 사태에 의해 민단은 귀중한 인력과 재력을 소모하고 재일동포의 지도 단체로써의 권위와 공생 기반을 다져야 할 일본 사회와의 신뢰 관계를 현저히 손상시켜 와해의 수렁에까지 빠졌다. 이를 거단적인 힘으로 막아내고 조직 재생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고자 할 때 이번에는 재정면에서 암초에 걸렸다. 참으로 강렬한 더블 펀치였다.

중앙 본부는 2003년도부터 2005년도분의 재외국민보조금의 회계 처리에 대해 지도 감사 당국으로부터 엄격한 제정 요구를 받고 재정 자립도에 대해서도 지적을 받았다. 회계 처리에 대해서는 견해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보조금 의존도가 문제시된 것을 굴욕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정진(鄭進) 단장은 조직의 정상화와 잃어버린 내외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함과 동시에 건전한 자주 재정 기반 조성을 내세우며 취임했다. 현 집행부는 그 직후 감사 당국의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정 건전화를 위해 노력할 각오를 새로이 했다.

앞으로 민단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단원은 지금도 불안한 마음으로 한해를 보내고 있다. 우리들은 현재 민단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올 한해를 스스로에 과해진 시련으로 받아들이고 장래 발전의 거름이 되도록 교훈을 얻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단원과 재정 기반 축소에 따른 불안을 해소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신, 보조금 처리를 둘러싼 오해와 의심이 역대 중앙 집행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하병옥(河丙鈺) 집행부의 출현은 민단에 대한 친북세력의 정치적 사혹은 별도로 하씨가 제창한 '개혁' 슬로건에 기대를 걸 수 있다고 현혹될 소지가 많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철저히 결여된 문제 의식의 공유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해도 중앙과 지방이 이마를 맞대고 민단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과 여러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면 5·17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단에는 전국지방단장회의, 전국7개블록 지방협의회, 중앙간부가 강사를 임하는 조직학원과 각본부 단위의 연수회 등 토론과 의사 소통의 수단이 일년 내내 준비되어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5·17 사태를 일으킨 하집행부를 탄생시킨 것이 민단이라면 재임 반년만에 퇴진시킨 것 또한 같은 민단이란 사실이다. 민단이 오랜 기간에 걸쳐 길러 온 2가지 측면의 특성으로부터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2가지 측면이란 '평시의 완만함'과 '전시의 저력'이다.

역대 중앙 집행부가 지방 조직의 핍상으로부터 전해지는 불안과 불신을 무시한 것도 타개책에 부심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내지 못했다. 중앙 3기관장 선거가 다가오면 모든 후보자가 반드시 중요 정책으로 내건 것이 '기본 재정의 자립'이다.

수많은 주요 사업을 진행하는 민단 입장에 서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했다고 해도 재정 현안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했는지 여전히 물음이 남는다.

고향, 조국에 공헌한 자부

민단을 중심으로 재일동포는 고향을 사모하고 조국의 국력 증강을 위해 살아간다는 신조에서 향토의 사회 간접 자본의 정비 및 국가의 경제 발전에 다대한 공헌을 해 왔다. 1970년대만 해도 새마을 운도 지원을 중심으로 재일동포의 본국 투자는 약 3,000억엔으로 추정된다.

또, 대사관을 중심으로 일본 주요도시에 설치된 12개 공관 가운데 9개 공관의 건설에 1,600억엔이 넘는 동포의 성금이 모아졌다. 또, 민단은 재외국민의 전국 조직으로써 준공공단체의 성격을 지니면서 본래 공관 업무에 속하는 재외국민 보호 서비스를 일상 활동으로 여겨왔다.

조국에 공헌한 실적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그 전체상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많은 단원는 이러한 실적과 자부심을 배경으로 재외국민보조금의 많고 적음과 사용 용도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치 조직인 이상 재정 자립은 당연한 책무라는 문제 의식을 갖고 이를 주요 과제로 여기면서도 실현시키지 못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이러한 자부심과 권리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평시의 완만함' 더 이상 용서되지 않아

올해 많은 격동이 있었어도 민단이 6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 의미, 민단의 존재 의의에는 하나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민단은 역사적 유산 속에서 새로운 힘을 창출하지 않으면 장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철저하지 못한 의사 소통과 의사 결정 그리고 연계가 필요한 현안 해결의 보류 등 '평시의 완만함'은 더 이상 용서되지 않는다.

민단에는 5·17 사태의 정상화 과정에서 보인 '전시의 저력'이 있다. 이 '저력'은 결코 헛된 힘이 아니다. 한국내의 이데올로기 갈등을 배경으로 특정 정치적 사혹에서 민단을 환골탈태시킬려는 책동에 대해 단원들은 이데올로기 투쟁에 빠져 들지 않고 재일동포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이념 갈등에 빠져들지 않는다는 영지를 갖고 60년간 길러온 생활단체의 신조를 지킨 것이다.

앞으로 민단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 의식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전시 저력'을 상시 발휘하는 것이다.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2006년의 민단이다.

(2006-12-20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