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어머니의 사랑을 갚기 힘들다

여자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다. 예쁘고 부드럽고 약해서 아끼고 보호되어야 할 존재일 때가 있고, 때로는 강하고 억척스러운 이미지로 비치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주책스러운 이미지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족과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주는 헌신적인 존재로서의 어머니가 될 때 여성은 영락없이 거룩한 존재가 된다. ‘여자’나 ‘아줌마’를 비난하거나 얕잡아보는 온갖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이 사이버세계에 난무하지만, ‘어머니’를 욕하는 말만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그런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머니가 거룩하고 위대한 존재가 되는 것은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헌신 때문일 것이다. 세상을 주도하는 이들 중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많고, 가장의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도 남자이며, 남자 역시 자녀의 양육에 적지 않은 책임을 진다고 해도 자식들이 더 많은 사랑을 느끼는 이는 대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다.

아들과 딸을 불문하고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사랑을 노래한 것보다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 시가가 더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가 된 이의 한 사람으로서 섭섭한 일이지만, 속성상 아버지의 사랑이 어머니의 사랑보다 울림이 덜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여기 사소한 일상 속에 배어 있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노래한 시가 한 수 있다.

慈母手中線(자모수중선, 자애로운 어머니 손에 있는 실로)
遊子身上衣(유자신상의, 길 떠나는 아들 입을 옷을 만드네)
臨行密密縫(임행밀밀봉, 떠날 때에 꼼꼼히 꿰매는 건)
意恐遲遲歸(의공지지귀, 혹시라도 늦게 돌아올까 걱정해서지)
誰言寸草心(수언촌초심, 누가 짧은 풀의 마음으로)
報得三春暉(보득삼춘휘, 춘삼월 햇빛을 보답할 수 있다 했나)

당(唐)나라 시대의 시인 맹교(孟郊)가 쓴 <유자음(遊子吟>이라는 시다. 어머니가 먼 길을 떠나는 아들을 위하여 옷을 짓고 있는 장면인데, 여행을 떠나는 아들을 위해 한 땀 한 땀 꼼꼼하게 바느질하여 옷을 만드는 장면이 생생하다. 꼼꼼한 바느질로 옷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은 아들이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겨 혼자 객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까 걱정해서이다. 옷이 튼튼해야 걱정 없이 오래 입을 수 있을 터이니까.

그러나 어머니가 단지 그 옷을 지어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렇게 감동했겠는가? 낳아서 장성하기까지 온갖 고생 다 해가며 키워온 어머니의 사랑이 옷을 만드는 데에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손길로 그토록 꼼꼼하게 옷을 만드는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이 한꺼번에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을 봄날의 햇볕에 비유하고 자식을 그 햇볕을 받고 자라는 보잘것없는 풀에다 비유함으로써 어느 자식도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 어머니의 사랑을 다 갚을 수 없다고 노래한 것이다.

이 시는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어머니의 일상적 행위를 노래하면서 그 속에서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깊은 정성이 배어나오게 하였다. 그리하여 모두가 어머니의 자식인 뭇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래서 이 시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노래한 명시의 하나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고, 급기야 이 시에서 가장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촌초(寸草)’와 ‘춘휘(春暉)’라는 두 어휘가 결합하여 ‘촌초춘휘(寸草春暉)’라는 성어가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보잘것없이 작은 풀이 봄날 햇볕의 혜택을 갚을 수 없다’라는 뜻을 가진 이 ‘촌초춘휘(寸草春暉)'라는 성어는 시에 함축된 의미처럼 ‘자식은 어머니의 깊고도 큰 사랑을 갚을 수 없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2018-02-0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