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정치범 재심재판 근원적 정의의 실현에서 생각해야”

법원은 지난해 2월9일 이른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철씨에 대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이란 1970년대 초 재일동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한양대 의대 등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 재일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 간부 겸 대남공작지도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수집한 혐의 등을 덧씌워 처벌한 사건을 말한다.

이철씨는 이 같은 혐의로 76년 1심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었다. 대법원은 2013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김정사씨와 유성삼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이처럼 재일동포 유학생들의 억울한 누명이 하나씩 풀리고 있지만 서승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교수는 5월27일 전남대학교 사회과학대에서 열린 ‘국제질서, 국제이주, 그리고 글로벌 디아스포라’라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피해자(재일동포 유학생)가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가의 무죄를 논증해야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의 재심신판에 대해 “증거책임이 피해자에게 내맡겨져 있다. 대한민국식 민주주의의 변명 내지 정당화의 인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 교수가 국방부과거사위 보고서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70~80년대 발생한 간첩사건은 966건이며, 이중 재일동포 및 일본관련 간첩사건이 319건에 달한다. “당시 보안사령부가 조직적으로 재일동포 유학생을 감시했고 필요해 따라 간첩을 조작해냈다”고 서 교수는 주장했다.

서 교수 자신도 역사적 피해자 중 한명. 71년 4월20일 보안사는 ‘학원침투 재일동포 형제간첩단’ 사건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는데 그와 동생 서준식씨가 주모자로 몰렸다. 보안사는 당시 “북괴가 학생들을 선동해 학원데모를 가영화해 사회혼란을 획책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문화와 역사를 배우기 위해 서울대에서 공부하던 서승은 19년간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그는 보안사의 사건 조작에 저항하기 위해 수사과정에서 기름난로에 몸을 던졌고 그 과정 중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재일동포 정치범 재심재판에서 보는 재일동포 정체성과 정치적 자유’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서 교수는 “재일동포 정치범 재심재판을 실용주의의 관점이 아니라 근원적 정의의 실현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6-05-31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