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인의 연대 키우는 원천으로

민단의 연수제도 중에서 근간적인 역할을 맡아온 중앙조직학원이 200기를 맞이했다. 수료자는 31년 전인 1977년 10월에 제1기생 36명을 배출한 이래, 총 5911명에 달한다.

입장 초월하여 배운다

조직학원은 규약 제7장 제67조(기관원의 훈련)에 준거한 '중앙조직학원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 '민단의 기본이념과 조직활동에 관한 이론과 실무 연수를 통해 각급 기관의 간부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는 중앙본부를 비롯하여 지방본부, 지부의 3기관 임원에게 이수가 의무화되어 3기관장의 입후보에 즈음한 자격요건으로까지 강화됐다.

규약·규정에 따른 연수제도라는 점이 조직학원의 존속을 보증해 온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200기라는 횟수와 6000명에 가까운 수료자를 배출한 사실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당초 계획으로는 사실 400명에 가까운 전종실무자만을 대상으로 했었다. 그러나 수료자들 사이에서 내용에 대한 평가가 높아 그것이 비전종간부의 학습의욕을 증대시켜, 대상을 확대하여 상설 연수기관으로 발전시켜 온 경위가 있다.

현재는 규약·규정에 등을 떠밀린 만큼 연수생도 적지 않다. 연수일정은 당초 3박4일에서 2박3일로 단축됐지만 아침 7시부터 밤 8시30분까지의 합숙형식에 의한 공동생활은 그대로다. 일정의 규율 아래에 구속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도망치고 싶어지기도 할 것이다.

자원봉사 간부로부터는 자신의 경제활동 사정으로 시간을 빼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전종자라도 베테랑조에는 이미 알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무엇을 배우냐는 기지(旣知)의식도 작용한다.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는 사정은 여러가지다.

그러나 그렇게 '소극적인 조'도 수료증서를 받을 즈음에는 "참가하길 잘했다. 향후 활동에 활용하겠다"고 제각기 말한다. 연수의 최종 프로그램인 평가회에서의 발언을 종합하면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집약될 것이다.

첫째는, 민단의 역사적 존재의의와 사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생각 밖에 자기계발로 이어졌다는 자각이다. 둘째는 연수생끼리의 정보교류와 우정을 통해 여러 지역의 성공사례 및 고민을 함께 나누며 같은 민단인으로서의 동지적인 신뢰가 싹텄다고 하는 기쁨이다.

조직학원은 민단 본체 뿐만 아니라 부인회나 청년회 등 각 산하단체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지역, 연령, 성별, 직위에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다. 중앙본부는 오히려 연수생이 특정 지역이나 성분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 게다가 중앙본부나 큰 본부의 고위간부도 지부의 전종자도 그곳에서는 대등한 연수생이 된다.

연수중에는 10여명을 기준으로 복수개의 반을 편성하여 공동생활이라는 기초단위로 행동을 기본으로 할 뿐만 아니라, 각각 테마를 정해 반별 토론을 실시한다. 그러한 기회가 없다면 서로 이야기할 일도 접할 일도 없을 것이다. 다양한 입장의 간부들의 밀도 높은 만남이 귀중한 교육·계발효과를 자아내는 원천이 되어왔다.

강한 동기의식도

물론 일률적이지는 않겠지만 기에 따라서는 강한 동기생 의식이 길러지기도 한다. 민단을 지탱하는 것은 이런 인적 네트워크와 집합적 정체성을 기초로 한 지속적인 연대이다. 동료가 있는 집단에 공헌하고 싶다고 하는 동기는 큰 힘을 만들어낸다.

조직학원은 민단의 중심의 하나로, 전국 규모로 문제의식의 공유와 실무적인 통일성을 확보하고, 민단인으로서의 기개를 견고히 해왔다. 그러나 규약·규정에 따라 1회 수료하면 다시 이수할 것을 요구받지 않는다. 이런 방식에 그치지 않고 보다 높은 수준의 요구에도 응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강해지고 있다.

민단·총련이라는 2대 조직이 대립·대치하는 구도는 사라지고, 총련의 약체화가 두드러진 현실도 민단의 구심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반드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재일동포사회는 가치관의 다양화와 인적·물적 자원의 점감에 따라 구조적인 지각변동을 빠르게 하고 있으며 동포들의 에너지가 분산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동포사회가 유동기에서 재편기로 전환하여 응집하고자 하는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재편의 기축이 되는 민단의 활동력 강화가 불가결하다. 공통된 목적을 내걸고 도전하는 것은 조직체의 생명이다. 조직학원도 자연스레 일보 전진을 기할 수 밖에 없고, 200기를 계기로 새로운 사명의 정립이 요구될 것이다.

(2008-05-28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