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의 악화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최근들어 최악"이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지금은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공동 이익에 눈을 돌리자

관계 악화의 경위에 대해 그 이유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고 누구 책임이 더 무거운지 논의하는 것 또한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이럴때는 현안보다 새로운 공통 과제 수행과 공동 이익 추구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일반론이지만 이를 통해 사안이 진행되고 희박해진 양국간의 신의가 두터워지는 왕도인 것이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재료가 넘쳐나지만 '호재' 또한 적지 않다. 물론 이런 호재는 노력 없이는 악재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올림픽이 큰 '호재'다. 2018년에는 한국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그 2년뒤 2020년에는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린다. 평창은 3번의 도전을 통해 도쿄는 2번의 도전을 통해 어렵게 유치됐다. 양국 정부 모두 국가 차원에서 유치에 나서 대회를 성공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만전의 운영체제, 선수 강화와 국민 참여, 경제 효과의 확대 이외에 대회 정신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데에도 지혜를 짜내지 않으면 안된다. 양국이 밀접하게 협력하면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양국 정부가 서둘러야하는 것은 관계 개선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대회 성공을 위한 국제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다.

올림픽은 몇번이고 정치에 휘말렸다. 1980년 모스크바 대회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반발한 많은 서구 제국이 참가를 거부하거나 유보했다. 1984년 LA대회는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으로 동구쪽이 보이콧에 나섰다.

평창 대회와 도쿄 대회에서 그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의 도서 영유권을 둘러싼 대립은 역사 인식을 둘러싼 알력이 더해져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과 중국간에는 쌍방이 무장과 체제 양면에서 노골적인 군사력 강화를 꾀하고 있고 분쟁 도서 부근에서는 무장공선과 군용기의 접근이 상시화되고 있다. 안전에는 세심한 보장이 필요해 그런 관점에서 불측의 사태를 배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에 더해 북한 리스크도 있다. 핵 미사일 문제뿐 아니라 난민의 대량 발생과 내부 군사 충돌 등 체제 붕괴가 한중일 3국에 가지고 올 격진으로부터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 2018년 또는 2020년까지 북한에 급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한일간, 중일간 각축이 더욱 심화되면 북한 리스크에 공동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사회는 동아시아를 위험한 분쟁 지역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평창과 도쿄가 아무리 세계에 인류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려고 해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의련총회에 기대

동아시아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경쟁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과도 일선을 긋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최대의 무역 상대국이자 대북 정책의 필수 협력자이자 역사 인식에서도 일맥 상통하는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해 일본을 견제할려는 의식이 항간에서 보인다.

그러나 한일 연대를 통해 미중 대립의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역발상을 하지 않으면 이 지역의 미래는 위험하다. 전쟁은 물론이거니와 일촉즉발의 위기가 상시화되는 것을 한중일 3국이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늦었지만 앞으로라도 언동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다.

도쿄에서 11월29일부터 이틀간 한일의련과 일한의련 합동총회가 2년만에 열린다. 평창 동계, 도쿄 하계 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한 협력 방안도 의제로 삼는다고 한다. 성공을 끌어내기 위해 우선 10개월 뒤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 게임을 위해 한중일이 나서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매우 쓸쓸한 대회가 될 것이다.

FIFA 월드컵 2002년 대회 유치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격한 경쟁을 펼쳤을 때, 양의련이 파이프 역할을 해 공동개최에 이르게 된 전례도 있다. 마음을 열고 논의를 해 현상 타개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2013-11-08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