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양국어 동계론(同系論)'(산세이도쇼텐, 1910년),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토에쇼엔, 1929년)의 이름을 듣거나 알고 있어도, 그 책의 저자 카나자와 쇼자부로우(金沢庄三郎, 본명:金澤正三郎, 1872~1967년)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적다. 그런 그의 본격적인 첫 평전이 최근 미네르바 쇼보우에서 나왔다.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한 '어용학자'인지, 아니면 고대 한반도 제국이 일본에 크게 영향을 준 것에 정면으로 대립한 고독한 연구자인지, 카나자와의 업적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일간의 깊은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카나자와 쇼자부로우는 어떤 인물인가.

카나자와는 '조선어와 한글에 심취해, 일본어와 조선어가 같은 계열이라는 확신에 따라 일본어와 일본의 문화를 다시 생각하는 한편 국어 사전 편찬에 정열을 불태운 언어학자'였다.

그의 이름은 전쟁 전에는 책장에 늘어서 있는 '코우지린(일본어 국어 사전)'의 뒷표지에 나오고, 신문·잡지에도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대부분의 저서는 도서관 서고에 수십년째 잠들어 있다, 그의 이름에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상태다.

그 배경에는 '일선동조론으로 시국에 영합해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조선인을 일본인화하는 동화 정책을 추진해 한반도 사람들의 원한의 대상이자 일본인으로서 부끄럽게 여겨야 할 부정적인 어용학자였다'는 '학계·교육계·출판계·언론의 대체적인 평가'가 있다.

그러나 '어용 학자'라는 이유로 카나자와의 업적을 '봉인'할수록, 일본 각계가 고상한 의식에 지배되었는지는 크게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오늘처럼 역사수정주의가 만연했을까. 반대로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학설이었다면 이런 시기에 우파 논단에서 다루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봉인된 것은 카나자와의 주장이 일본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나자와가 '야기시킨 문제'에 대한 저자 이시카와 료코(石川遼子)씨의 다음과 같은 관점은 중요한 문제 제기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과 한반도 관계에 있어 통시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아닐까. 또 그를 환영하고 배척하고 비판해 온 일본인을 투영시키는 것이자 일본과 한반도에서 생기는 갈등이 표출된 것은 아닐까'

원점은 다카츠 신사

카나자와는 자손이 없고 학문 계승자도 없었다고 한다. "제자도 아닌 언어학자도 아닌 내가 집필하는 것 자체가 그가 처한 위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시카와씨는 말한다. 카나자와의 사적을 정리한 추모 논문은 있어도 단행본 평전은 이 책이 첫 시도다.

카나자와는 현재의 오사카시 츄오구 카와라야쵸에서 태어났다. '일선동조론'을 출판한 1929년 58세 때 '경성일보사'에서 '내지에서 모신 조선의 신'을 주제로 강연해 "오사카시 다카츠 신사에서는 닌토쿠 천황이 아니라 원래 조선의 신을 모시고 있다"고 말하고 여담을 이어갔다.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나는 이 다카츠 신사 씨족의 자손으로 태어난 것이다. 히메코소(比売語曾)의 신은 나의 선조로 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내가 학계에 몸을 던져 사람들이 별로 다루지 않는 조선 연구에 수십년 동안 종사하고 있는 것은 신께서 직접 인도한 것으로, 앞으로도 신의 가호로 어떻게든 연구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를 빌고 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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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존 사상에 대한 반박
신·민족의 도래 쫓아...'선현의 생각' 집대성도

'일선동조론'은 30여년간 양국어를 비교·연구한 뒤 간행되었다. '일한 양국어 동계론' 간행 후, 카나자와와 같은 동계론에서 비동계론으로 돌아선 동양 사학자 시라토리 쿠라키치(白鳥庫吉, 1865~1942) 도쿄제대 교수는 "일본어는 유구하고 유일무이"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야마토 민족은 이 섬에서 태어난 것이며, 역사 이상으로 매우 오래 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일본의 언어는 일본 주변의 언어와 전혀 다른 종류로 아시아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그밖의 다른 대륙에도 일본과 같은 언어는 없다."

그후로부터 20년 '동조론(同祖論)'은 동계론을 부정 당해 직장마저 잃어버린 카나자와가 굳이 반박에 나섰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서론과 10장으로 이뤄진 '동조론'을 저자는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알기 쉬운 부분만을 발췌해 소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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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조선은 문명국이다. 일본에서 봤을 때 특히 그러했다. 큐슈의 땅은 일한 교통의 요충으로 신라의 세력이 츠쿠시(筑紫)에 이르고 쿠마소(熊襲) 등을 원조했다. 신라 사람들은 후대 받았으며 일본 국민은 조선 관계의 이름을 붙이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하쿠스키노에(白村江)에서 일본이 패퇴하자 백제 출신임이 꺼려져 본성을 버리고 새로운 성을 지원했다. 조선은 갈수록 일본인의 마음에서 떠나 더러운 역귀가 사는 '바닥의 나라'로 동일시되기에 이르렀다.

'신자(神子,동국여지승람)'이나 '신궁(神宮,삼국사기)'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은 신국으로 조선에서 신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에 도래해 신으로 모셔진 예로 아메노히보코(天日矛, 이즈시 신사)나 아카루히메(阿加流比売, 다카츠 신사)가 있다.

스사나오(素戔嗚尊)가 하늘에서 내려 왔다는 소시모리(曾尸茂梨)는 '석(釈)일본기'에서 나와 있듯이 신라의 수도, 지금의 경주를 가리킨다. 종래 학자들은 스사나오가 우선 일본에 내린 다음 신라로 갔다고 주장해 왔으나, 그것은 신들이 다카마가하라(高天原)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도래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이를 최대한 피한 것이다.

민족 이동에는 지명이 따르는 경우가 많아 '시라기', '고마', '카라' 등이 각지에 남아 있다. 외래 종족도 귀화와 동시에 본토의 지명을 따르기 때문에 서호리, 서호, 쿠시후루, 카시하라, 쿠시와, 쿠쥬 등의 유사한 음이 규슈의 봉우리에 저장되어 있다.

'쿠마소국'의 '소'는 한 종족의 이름으로 신라의 '斯(사)'와 같은 계열이다. 소노카라키미(園韓神)의 '소'의 계통에 속한 '아소(阿蘇)', '이소(伊蘇)', '이세(伊勢)', '우사(宇佐)', '요사(余社)' 등은 민족명 '소' 및 그 유사한 음을 이름으로 삼고 있어, 민족 이동사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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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배격되도
방향성은 부정 못해

카나자와는 종종 '조선은 동생, 일본은 형' 등과 같이 표현했다. 이에 대해 저자 이시카와씨는 '카나자와는 기본적으로 조선이 부모 또는 누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잡지 등 불특정 다수 혹은 일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장에서는 영합적으로 이런 표현을 쓰고 싶어졌거나 조선을 형이라고 확실히 말했을 경우의 후한을 우려했는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징병의 변명에도

1943년3월 조선에도 징병제를 실시하기 위해 '병역법 중개정 법률안'이 공포됐다. 그러나 중의원 비밀회의에서는 "그들은 민족적으로 연대가 강하고 시국에 편승해 때 맞춰 진출하고자 점점 나서고 있다", "거꾸로 국내인이 반도인에 동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일고 있었다.

같은 해 5월에 '동조론'의 재간이 허용된 것에 대해 이시카와씨는 "(카나자와는) 동조론을 확신하는 학자의 사명으로서 일본인과 조선인의 상호 동화를 위해 기꺼이 재간에 응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전황이 악화된 이 시기에 조선인 징병을 실시하기 위한 변명이 될만한 것은 이제 일선동조론 정도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시카와씨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카나자와는) 먼 과거에 있어 동계·동조 관계를 현대에서도 실현해야 한다고 한 것은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으로는 덮을 수 없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면서 "일본과 한반도 사이의 본질적이자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한 몸에 체현한 듯하다. 그래서 그는 전쟁 전도 후도 많은 사람들을 움직였으며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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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을 읽다
'땅과 백성과 말은 서로 구분말라 카나자와 쇼자부로우'

이시카와 료코 지음. 미네르바쇼보우. 정가(4000엔+세금. 075(581)5191

이 책은 2003년부터 간행된 '미네르바 일본 평전 선'의 한권이다. 책의 부제목은 '그 땅에 사람이 생겨 사람이 언어를 쓴다. 땅과 백성과 언어는 서로 구분마라' '한 나라의 언어가 소멸하면 한 나라의 생명은 영구히 멸한다'는 카나자와의 신념을 전하고 있다.

이시카와 료코(이시카와, 료코)=1945년 만주국 봉천시(현재 선양 시)출생. 오사카 외국어대 러시아어학과 졸업. 민간 기업, 중학교 근무 후 다시 오사카외대 조선어학과 석사 과정을 거쳐 나라여대 대학원 인간 문화 연구과 수료. 문학 박사. 대학·전문학교 강사 등을 지냈다. 공저로 '한국·조선과 마주한 36명의 일본인'(아카시쇼텐, 2002년), '식민지기 전후의 언어 문제' 한국 서명출판, 2012년)외. 논문에 '땅과 백성과 언어의 상극'('조선사연구회 논문집' 35.1997년) 등.

(2014-11-15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