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의 기본틀이 역동적으로 변모할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이 한국의 강점을, 한국이 일본의 강점을 서로 겸허히 인정하고 배울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양국 관계의 규범이 미래지향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약진하는 한국을 연구

한국은 앞서 뛰는 일본으로부터 배워야할 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강하게 자각하고 있다. 작년 미국내 특허 등록건수는 2위 일본의 35,904건에 비해 3위 한국은 8,792건에 머물렀고, 세계 1위 상품수도 234대 53이다. 기초 과학에서는 물리, 화학, 생리학, 의학 분야에서만 이미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화학상 후보가 넘쳐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멀리 뒤떨어져 있다.

경제 규모가 일본의 20%에도 못미치고 여러 경제 지표에서도 뒤쳐져 있는 한국은 그래도 대담하게 글로벌 스텐더드에 적응해 전자·전기, 자동차, 조선, 철강, 전력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일본을 앞지르거나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작년 12월에는 높은 기술력을 갖춘 미일 콘소시엄을 물리치고 UAE의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또, 11월의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 정책을 조정하는 세계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기에 이르렀다.

역동적인 인상의 한국에 대해 일본에서는 재계의 대변지(代弁紙)라고도 할 수 있는 니혼케이자이신문이 '세계에 약진하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배우자'(3월4일자 사설)고 호소하는가 하면 일본 정부도 경제산업성에 '한국실'을 설치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경제파트너협정(EPA)의 협상 업무를 비롯해 한국 기업, 산업 경쟁력을 심층 분석해 일본의 경쟁력 강화에 반영한다고 한다.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배운다고 하면 한국은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더욱 더 일본을 배울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서로 겸허하게 마주하려는 자세는 지금껏 없었다. 물론 결코 아름다운 관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물밑에서는 경쟁이 이어진다.

세계에서 경합 이어져

2014년 월드컵 대회, 2016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에서의 고속철도 수주전은 그 일례다. 6월중에 수주자가 결정될 예정으로 그 결과에 따라 미국이 추진중인 고속철도 구상에 참가하는데 단연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청업자가 설계·시공·장비·시운전까지 모두 일괄 운영해 발주자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시설을 인도할 수 있는 이른바 턴키방식으로 고속철도를 건설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 프랑스, 독일, 한국, 중국 5개국이다. 브라질에서는 이 가운데 앞서 나가던 유럽세가 후퇴하고 아시아 3개국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최대 강점은 말할 필요도 없이 신칸센이 세계의 고속철도 시대를 이끌고 기술력과 안정성에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공정에도 숙달된 돌관(突貫)공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 외국의 기술 이전과 독자 개발을 조합해 기술을 토착시킨 경험이 브라질에 대한 기술 이전에 장점이 된다는 것, 이에 더해 차량·운행 시스템면에서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도 세계 최고속의 운행 실적과 저비용 등을 무기로 맹추격하고 있어 무시못할 다크호스적인 존재다. 한국인가 일본인가 아니면 중국인가. 브라질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저탄소 그린성장이 국제사회에서 피할 수 있는 과제가 된 이상, 원자력발전과 고속철도 프로젝트 수주를 둘러싼 한일간의 경합은 끊이질 않을 것이다.

기업 콘소시엄은 필연

그러나 같이 배울려는 자세가 바탕에 깔려 있으면 산업 구조가 비슷한 양국은 반드시 기업 콘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이는 또 경합과 공생의 균형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정체된 채로 방치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장벽을 낮춰줄 것이다.

최근 양국 학자가 3년간에 걸쳐 연구한 제2기 역사공동연구의 보고서가 발표돼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임나 일본부'의 인식에서 일본측이 양보한 형태로 결착된 것 외에는 여전히 골이 깊다는 인상을 다시 심어줬다.

그러나 한일은 명백하게 역사 인식을 근접시키고자 상호 입장을 이해하면서 공유하는 미래상을 그려 과거 문제의 임팩트를 상대적으로 축소하고 역사를 정치 문제로 삼아 관계 악화를 범하는 우매함에서 멀어질려고 하고 있다. 양국은 역사에 대해 냉정하고 신중히 논하며 미래에 대해서는 뜨겁고 대담하게 이야기하는 단게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싶다.

(2010-03-31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