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상회의의 계기

'50년'과 '70년'의 두 가지 큰 역사적 시기를 한국과 일본은 관계개선을 향한 스텝으로 겨우 마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에 즈음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의 대사관이 주최한 기념식에 참석하여 한일 신시대를 함께 열자는 메세지를 공명시켰다. 패전=광복으로부터 70년에 있어서도 양정상은 표리관계가 되지는 않았다.

아베 총리는 담화에서 코노(河野)·무라야마(村山)담화를 염두에 두고 "역대 내각의 입장은 향후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주목하겠다'는 자세를 명확히 하고,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것'이라는데 기대를 표했다.

다채로운 외교무대

한일관계를 확인하는 외교무대는 동북아시아 정세와 얽혀 다음 달 3일에 중국인민 항일전쟁·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전을 개최하는 베이징, 9월 중순부터 유엔 총회가 시작되는 뉴욕, 같은 달 말에 중미 정상회담, 10월 중순에 한미 정상회담을 실시하는 워싱턴, 11월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 정상회의가 열리는 마닐라로 이어진다.

그와 병행하여 서울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 돌아가는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에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그 실현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다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3국은 외무장관회의 등을 통해 2012년 5월 이후가 되는 정상회의를 연내에 개최하여 협력을 정상화할 필요성에 대해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베이징에서의 전승기념식전에 참석하기 위해 2일부터 4일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6회째인 정상회담에 임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샹하이 청사의 재개관식에 참석한다.

중국의 군사력 과시를 목적으로 한 식전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데 미국은 한미동맹의 강화, 한일관계의 회복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우려를 드러내고, 일본은 한중에 의한 '대일역사 공동 투쟁'이 될 수도 있다며 경계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내 일부에도 미일을 배려한 반대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우선과제

한국에 있어서 중국은 최대의 시장이자 북한이라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존재다. 현정부가 되서 급속하게 친밀화하고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것은 국가안보인데 유일한 동맹국 미국을 어떻게 얕볼 수 있겠는가.

대일정책에서도 박 대통령은 "역사인식 문제에는 원칙에 근거하여 대응하지만 양국간의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에서의 협력관계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경축사에서 재표명했다.

식전을 전후한 시기에 방중하여 시진핑 주석과 3번째 회담을 가질 계획을 연기한 아베 총리도 일련의 국제회의의 자리 및 3국 정상회의를 실현함으로써 한중 양정상과의 개별회담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오히려 일본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인해 유산된 채 3국 정상회의의 실현 조건을 갖추는데 주안점이 있다. 이는 당면의 한국 외교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할 과제로, 아베담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억제적인 자세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3국 정상회의가 열리게 된다면 그 회장은 서울로, 박 대통령은 주최국 입장에서 아베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을 실시하는 것은 틀림없이 보다 본격적인 중일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이 된다. 한중일 당사국은 물론 한일의 불화에 거듭 고언을 하며 중일간에 예측 불허한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온 미국에 있어서도 유익할 것이다.

국제적인 책무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일본의 안보법제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그 심의의 흐름에 따라서는 중국이 다시 거부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한일, 중일의 관계가 악화된지 만 3년이 지났다. 그 성패는 국제적으로도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세계경제의 감속, 단락적으로 '준전시체제'를 취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10월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에는 새로운 군사도발도 우려되는 북한의 움직임을 시야에 넣었을 때, 세계경제의 안정과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큰 책임을 가진 3국의 이 분야에서의 협조는 불가결하다. 의장국·한국의 리더십이 기대된다.

(2015-08-29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