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UN총회 제3위원회가 채택한 '북한 인권 결의안'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엄격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치범 수용소, 고문, 공개 처형, 외국인 납치 등 광범위하고도 심각한 비인도적 범죄가 '최고위층'의 수십년간에 걸친 정책으로 이뤄졌음이 명시됐으며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제재를 가하기 위해"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해 처음으로 ICC(국제형사재판소)에 부탁할 것을 권고했다. 이르면 다음 달 UN총회 본회의에서 채택될 전망이다.

방치된 인권법

안보리상임이사국 중국, 러시아는 반대 의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부탁 실현의 가능성은 낮을 것 같다. 그래도 10년 연속으로 채택돼 온 결의안과는 달리 최고지도자들을 인권 침해의 책임자로 규정하고 대량 학살과 전쟁 범죄, 인도에 대한 죄를 판가람하는 ICC에 바탁할 근거를 만들었다는 의미는 매우 크다.

오래전부터 북한의 인권 침해가 국제 문화로 대두되고 UN 결의도 크게 진전돼 2005년6월에 발의하고도 한국 국회의 본회의에서 한번도 심의되지 않은 북한 인권법도 방치할 수 없게 됐다. 여당 새누리당과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24일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을 각각 제출했다.

각론에서는 아직도 괴리가 적지 않다. 모두 '자유권'과 '생명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당이 '자유권'의 연장선상에서 인권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생명권'을 중시해 인도 지원을 우선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권 향상을 정부의 의무라고 명시하고 법무부 산하에 '북한 인권 기록 보존소'를 설치해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 수집함과 동시에 통일부 장관에 북한인권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새정련은 고위급 남북 대화를 통해 이누건 상황을 개선해 통일부 산하에 인도적 지원 협의체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통일후에도 부담

특별히 관계가 없는 국가·지역의 일이라도 명백한 인권 침해를 보고 눈을 감으면 이를 옹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물며 동족이자 통일 국가를 함께 이룰 북한 주민의 심신을 힘들게 하고 일그러뜨리는 국가 범죄라면 통일 국가에 있어서도 그 후유증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도 국제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의식해 수용소의 관리를 완화시킨 사례 등을 들어 한국을 비롯해 국제 사회가 인권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는 것이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한국 국회는 '개선 압력'과 '인도 지원'의 접점을 찾아 북한인권법의 조기 성립을 위해 힘을 합쳤으면 한다.

옛 서독은 통일까지 약30년간, '동독 인권 침해 사례의 기록보존시설'을 운영해 41,390건에 대해 조사해 공식 기록으로 남겼다. 동독은 시설의 폐쇄를 요구하고 시설 임직원에 형사 처벌을 가하는 법률을 제정해 협박했다. 서독은 인권 문제에 있어 한치도 양보하지 않아 예상 이상으로 쉽게 통일할 수 있었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 기록보존소'는 한국판 기록 보존소다. 여기에는 당연히 개별 인권 침해 사례와 그 피해자, 가해자의 리스트가 수록된다. 이는 통일후 공소시효가 없는 반인도 범죄의 가해자를 처벌하고 역으로 복권, 재심을 통해 피해자를 치유, 구제하는 근거를 정비하는 것이다. 이는 또 북한당국에는 경고가 되고 피해자에게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옛 재일의 비참함

북한인권법을 성립시키지 못하고 있던 한국도 무위무책은 아니었다. 2002년에 활동을 시작한 국각인권위원회는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보고서 '2012 북한 인권 침해 사례집'을 발행하고 있다. 실효 지배가 미치지 않는 북한 지역에서의 인권 문제는 인권위의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2006년의 공식 견해에도 불구하고 이룬 성과다.

이 '사례집'은 UN의 관계 기관에도 제출됐다. 북한의 인도 범죄를 ICC에 부탁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급속히 고조된 시기로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을 만드는데 있어서 신뢰성 높은 기초 자료가 됐을 것이다.

이 '사례집'에 따르면 정치번 수용소에 수감된 자 가운데 조선총련의 옛 간부와 북송동포의 비율이 매우 높다. 우리들은 같은 재일으로서 이 사실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성립되면 북한 주도의 조국 통일과 스스로의 인권에 대해 강력히 주장하며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무리에 강한 경고가 될 것이다.

(2014-11-2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