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폐쇄성 탈각이 열쇠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방일하여 21일에는 후쿠다(福田) 수상과 회담을 가진다. 대통령 취임식 당일에 이은 2회째 정상회담이다. 보수계 대통령의 등장은 10년만의 일로 정부 차원의 신뢰관계 구축에 대한 기대는 한일 쌍방으로 높기만 한다.

지난 총선거에서 여당 한나라당이 153 의석을 획득하여 무소속 등으로부터의 복당에 따라 안정적 다수를 확보할 전망에 있다. 이 대통령의 정권 기반의 강도를 확인하고자 했던 일본 각계는 이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일의원연맹의 회장에 이 대통령이 측근이자 친형이기도 한 이상득(李相得)씨의 취임이 유력시되면서, 주일대사로 권철현(權哲賢) 한일의련 간사장이 결정된 사실을 환영하고 있다. 모두가 한나라당 의원이자 일본 체재경험이 있는 지일파(知日派)다.

일본의 강한 의욕

일본 각계는 이때다 하며 한일관계 강화에 의욕을 보이며 폭넓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연계협정(EPA) 협상의 조기재개 및 일본인 납치문제를 비롯하여 북한과의 현안 해결을 위한 협력 등을 요구하는 한편, 역사인식을 둘러싼 마찰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이념보다는 실리를 주요 과제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을 하고 있다. 그만큼 최근의 정체감, 폐색감을 타파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강한 무언가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양국은 중국, 러시아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심각한 군사적 위협도 증폭되고 있으며 정치체제 및 역사인식을 둘러싼 이념적인 마찰과 영토분쟁을 떠안고 있는 등, 파워밸런스의 변수가 얽힌 동아시아에 위치해 있다. 경제관계의 견밀도는 말할 것도 없이 국제사회와의 광범위한 협력·협조를 국가존립의 생명선으로 하는 등 많은 분야에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일은 양국과 동아시아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공통과제를 안고 있어 치밀한 의사소통과 공동대처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가 되어 왔다.

그런데 약해지지 않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그와는 상반되는 체제붕괴의 위협에 대해 가장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라는 사태를 접해도 소원(疎遠)·험악한 관계로 존속했다. 이러한 이상한 상태로 돌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건전화를 바탕으로

한일관계는 복구된다고 하기보다 더 건전한 새로운 공생시대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를 환영하며 2년 후의 한일 합병 100년에 즈음하여 격심한 역사마찰이 발생하더라도 간단히 흔들리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정착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래서 몇가지 현안과 주문을 제시하고자 한다.

단일민족의식이 강하고 은혜와 원한 관계로 가득했던 역사를 가진 한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 민족주의는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인류보편의 과제를 존중하는 열린 것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협소한 민족주의를 우선시한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등장했다. 한국에 비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하더라도 일본이 폐쇄성으로부터의 탈각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 현실에는 실망스럽다.

일본사회에서는 아직도 아시아에 대한 멸시감정이 일기 쉽고 한반도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 부당한 시선에 노출되어 있다는 생각을 없애기는 어렵다. 그 주요 타겟이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문제이며 노골적인 위협이 계속해서 가해지고 있다. 가부를 둘러싼 정정당당한 논의의 장에서는 상대로 삼지 않는, 메마른 역사관에 속박된 배외적인 논리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있어서도 지방참정권 문제가 거론되어 일본 국회에서도 추진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국적 취득에 혈통주의를 채용하면서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지 않는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는 이례적인 존재다. 적어도 이런 종류의 이례를 해소하는 노력 없이 도량이 좁은 민족주의에 근거한 배타적인 언동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아시아의 안정과 발전을 이끌기 위해서 한일 쌍방의 정치 지도자는 양국의 역사적 관계의 객관시에 노력하며, 미래를 향한 공통과제가 얼마나 많은지를 인식하고 그 공통과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정부, 자치체, 시민 차원에서 공동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거듭해야만 건전한 민족의식과 열린 국민의식이 배양되고, 내진성과 약동성이 뛰어난 한일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2008-04-16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