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워크(주최: 일본워킹협회·조선통신사 연고지 연락협의회, 민단 중앙본부 등 후원)는 한국 코스의 3분의 1을 끝마치고, 8일은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걸으며 조령고개를 목표로 했다. 아침 기온은 5.8도로 쌀쌀하다. 전날 충주에서 활짝 폈던 벚꽃은 아직 꽃봉오리 상태다. 지방도와 국도가 뒤섞인 거리를 지나 고개 아래에 있는 공원에서 잠시 휴식. 올려다보면 바위산이 바짝 있어 숨을 헐떡이며 오른다. 예전에는 콘크리트 포장길이었으나 수년 전에 모래땅으로 바뀌었다. 고개 넘은 문경시의 길은 옛길의 분위기가 그래도 남아 있어 그 영향으로 바뀐 것일지도 모른다.

옛길에 지난 날 떠올리며

가파른 언덕을 30분 정도 오르면 고개의 '제3관문'에 도착한다. 기온은 5도로 땀 흘린 몸이 차가워져 춥기만 하다. 탄탄하게 돌로 만들어진 '요새' 분위기에서 관문 앞에는 잔디가 펼쳐지고 산등성이가 이어지는 바위산이 보였다. 임진왜란으로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군은 조선군이 이 조령고개에 매복하고 있을 것이라며 작전을 세웠지만 조선군은 충주로 물러나 쉽게 넘을 수 있었다. 관문은 이 싸움이 끝난 후에 생겼다.

바위가 굴러다니는 옛길을 내려온다. 제3차는 비, 제4차는 적설로 위험하여 걸을 수 없었다. 6년 만이지만 한국 루트 중에는 가장 지난 날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길이다. 조용한 수림지대는 옛날에도 이런 분위기였을까.

통신사가 남긴 기록에는 '비 때문에 고개를 넘는데 고생했다"고 되어 있다. 발밑을 조심하면서 내려오자 정적 속에 맑은 물소리에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도착한 문경온천에서 피로를 달랬다.

9일은 "이렇게 활짝 핀 벚꽃을 볼 수 있다니"라며 감탄하면서 '꽃놀이 워크'를 즐겼다.

10일에도 2.5km 이어지는 강가의 '벚꽃 가로수길'을 걸었다.

11일에는 예천에서 시골길을 나아가 '백령'을 넘어 바람을 가르며 국도의 곁길을 따라 안동으로 향했다. 때때로 트럭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보도 없는 길을 일렬로 안전보행. 이번에도 경찰차가 수시로 선두에서 보행을 서포트해 주었다. 교대로 다음 경찰차에게 인계하는 경찰관에게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12일 역사 탐방일에는 안동시 하회촌에서 '염원'의 가면극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일정이 맞지 않았지만 마음껏 '풍자와 유머' 넘친 '하회별신굿'을 많은 관객과 함께 즐겼다. 이 곳에서 피로 때문인지 컨디션 불량으로 배탈이 나는 사람이 많았지만 하루 휴양으로 간신히 회복했다.

13일은 안동에서 의성, 14일은 의흥으로 나아갔다. 의성에 있는 식당에서 김승남(金承南·81, 오사카시)씨는 생각지 못한 '전우' 김종규(金鍾圭·90)씨와 만나 깜짝 놀랐다. 소개해 준 것은 한국의 참가자다.

김씨는 제주도 출신으로 17세에 지원하여 종군, 38도선 근처에서도 싸웠다. "나이는 10살 위지만 당시 입대 연령은 25, 6세가 보통이라 소위 동기생. 내가 있던 부대 근처에서 그도 싸우고 있었다니. 이번 만남은 여행의 대수확이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방도에는 마늘밭 등이 푸른 양탄자처럼 펄쳐진다. 상쾌한 바람이 불고 한가한 한국의 시골 풍경을 만끽하면서 때로는 노래를 부르며 행진했다.

14일은 의흥에 도착한 후, 영천 캠핑장에 버스로 이동, 저녁식사 후에는 영천시의 민속예능 등을 즐겼다. 뇌우가 있었던 뒤였지만 '아리랑'이 연주되자 워커 전원이 무대에 올라가 피로도 잊고 출연자와 손잡고 함께 춤을 췄다.

마상재 즐겨

15일, 영천시 신녕에서는 성대한 출발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천시는 옛 조선통신사의 전별연과 마상재가 펼쳐진 장소로, 지금도 그 계승에 주력하고 있다. 중학교부터 우선 마상재의 말이 선도. 농악대의 시끌벅적한 북·피리 연주가 울려퍼지고, 그 뒤를 옛 의상을 걸친 정사, 부사, 종사관이 가마를 타고 잇는다.

이 삼사에는 한국 워커 강기홍(姜基洪·62)씨, 한동기(韓棟基·77)씨, 최영우(崔英禹·77)씨가 임했다. 시가지에서 떨어진 경마장까지는 시민 약 50명도 가담하여 걸으며 마상재의 묘기를 즐겼다. 그림과 인형으로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달리는 말에서 일단 내려 바로 거꾸로 서서 타기도 하고 무사 모습으로 판자를 칼로 가르는 등 박력 있는 연기에 매료됐다. 마상재는 에도(江戶)시대, 3대 장군 이에미츠(家光)도 에도죠(江戶城)의 경마장에서 보고 있고, 그 뒤는 계속해서 조선통신사에 대동했다. 도중부터는 경남외국어대학 일본어과 학생 22명도 가담했다. 이번으로 4회째 연속 참가한 학생도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본 워커가 말하자 의미를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지한 눈빛으로 막 배운 말로 질문하고 있었다.

도착지인 영천 조양각 앞 공원에서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조선통신사 워크'의 기념 식수도 이루어졌다.

(글과 사진, 카나이 미키오=金井三喜雄)

(2015-04-22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