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우선의 한국을 상징

1950년6월25일 새벽에 북한군의 전면적인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미국과 소련을 정점으로 대립하던 동서의 역학 관계가 배경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동족의 한쪽 지도자가 무력 통일 야망으로 일으킨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운 무모한 전쟁이었다.

◆남침 실패의 주박

1953년7월27일에 휴전 협정이 체결되기까지 약3년1개월 동안 군민 합쳐 최소한 300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국토를 완전 폐허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잃은 것은 너무나도 커 남은 것은 뿌리 깊은 후유증이다.

그래도 이 전쟁이 남긴 '무력 통일은 있을 수 없다'는 교훈을 남북이 똑같이 받아들였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스스로 전쟁을 일으켜 사실생 패배를 맛본 북한이야말로 진지하게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됐다. 북한은 그러나 보복의 공포에 사로잡혀 남침 실패의 주박에 걸려 군사 강경 노선에 매달렸다.

사회주의 제국의 결속된 복구 지원도 있어 적어도 1970년대 초까지는 국력면에서 한국을 넘어서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세계 최빈국이다. '전국토의 요새화', '전인민의 무장화'로 민중을 선동하는 한편 한국에 대한 무장 게릴라 책동과 군사 테러에 정력을 쏟고, 끝내 '선군정치'를 내걸고 핵무기 개발에 광분해 왔다.

북한의 야욕을 좌절시키고 나라를 지킨 한국은 반대로 전후의 혼란과 피폐 속에서 얻은 교훈을 국가 이념에 반영시켰다. 대북 강경 노선의 이승만 정권이 4·19 학생 혁명으로 무너져 그후 폭넓은 통일 논의를 거쳐 박정희 정권이 '선 건설, 후 통일' 노선을 내걸었다.

한국은 시장 경제와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정비해 풍요로운 경제 역량과 시민 공간을 구축해 평화와 인권, 국제사회와의 협조를 중시한 보편적인 가치관이 지뱅하는 나라로 발전했다. 보복을 포기하고 '선의의 경쟁'에 매진해 온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의 교훈을 통해 배운 남, 배우지 못한 북. 그 차이는 GNI 2009년도 기준으로 37대1까지 남북의 격차를 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기억 유산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 세계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한국을 이끈 국가 이념을 가장 잘 체현한 것이 1970년부터 1979년에 걸쳐 전개된 새마을 운동일 것이다. 휴전 협정으로부터 60년을 앞두고 '새마을 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 기억 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감개무량하다.

이 운동은 빈곤 박멸, 영농 과학화, 정신 혁명, 리더십 개발을 축으로 한 한국 근대화의 범국민적 프로젝트였다. 건국 이래 국가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정책으로 아직도 높이 평가된다. 그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도 탈빈곤, 생활 개선의 모델로 칭찬받아 왔다.

민단으로서도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긍지로 삼고 싶다. 지방 본부, 지부는 당시 전국 148개 부락과 새마을 자매결연을 맺고 3대 사업(축산, 과수, 양천, 공장을 부흥시키는 소득기반 조성, 간척과 교량 가설, 농업용 물 시설 등 생활 기반 조성, 종합 복지회관 건설 등 문화 복지 기반 조성)을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초창기 청년회가 주체가 된 치산 녹화 운동 '새마음 심기 봉사단'도 특필할만 하다.

◆상승 효과 자아내

나아가 민단은 운동이 한참 진행되던 1974년부터 새마을 운동의 정신을 배우는 '새 민단 운동'을 전개했다. 자주·자립, 자조·협동의 기풍을 넓히고 조선총련 반동세력에 의한 민단 파괴 책동에 피폐된 심신을 재생시켜 재일동포의 구심체로서 걸맞는 조직으로 비약하고자 한 것이다.

민단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는 한국전쟁에 의용군 642명을 참전시키고, 구로공업단지를 거점으로 수출산업을 인솔한 것을 비롯 한국의 방위와 약진에 공헌한 사례가 많다. 그 가운데 새마을 운동 지원은 전국 민단이 일반 단원 차원에서 국가 조성에 참가한다는 실감을 안겨 이 운동의 성공에 스스로 격려돼 상승 효과를 자아냈다는 특성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 기억 유산에 '새마을 운동 기록물'이 등록된 것은 우리들의 피와 땀이 세계적으로 현창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조국에 공헌했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향후 연대의 정신적 양식으로서 우리들 자신의 기억 유산으로도 자리 잡을 것이다.

(2013-06-28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