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지면

본지는 이번호로 지령 2500호가 된다.

1946년 10월3일에 결성된 '재일조선거류민단'의 기관지로서, 다음해인 1947년 2월21일자로 창간되었다. '민단신문' 창간호 1면의 새까만 제자(題字) 옆에, '주간. 1부 3엔'이라고 되어 있다. 1960년대 초반 한때는, 일간체제를 취한 적도 있다. 제자도 '민단신문'에서 '민주신문', '한국신문'으로 변천, 다시 '민단신문'이 되었다.

2500호 특집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축쇄판을 총점검했다. 특히, 초창기에 눈길이 갔다. 아쉽게도 빠진 호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를 느끼게 하는 기술에서, 얻을 것은 많았다. 왜 민단을 결성했는가. 동포들은 당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마치 대선배들과 인터뷰하는 것처럼, 현존하는 공식문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기분이었다.

기관지 편집작업에는, 조직의 다양한 역학과 배려가 작용하여, 조직 전체의 공기가 반영된다. 기력 왕성한 초창기라고는 해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활발한 담론,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전통이 있는 민단에 대한 일, 편집방침을 정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편집에는 주간지라고 해도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신문은 생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신선도는 떨어진다. 그러나, 자화자찬하는 것은 아니지만, 창간시의 본지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생명력을 느꼈다. 현재의 민단에 거의 그대로 이어지는 이념, 키워드를 여기저기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생활자의 올바른 신념', '보편적인 신의를 존중하는 국제인'이라는 문구가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

해방된지 얼마 안된 1945년 10월, 이미 활동하고 있던 주요단체만도 300여개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상·신조, 주의·주장을 초월하여, 전동포가 재일조선인연맹(조련)으로 규합되었다. 그러나, 대동단결은 환상으로 끝났다. 조련과 그를 계승한 재일조선 통일민주주의 전선(민전= 1958년 8월 결성)의 지도부는, 민족문제를 일본의 계급투쟁에 종속시켜, 일본혁명의 성취없이 조선혁명의 수행은 없다며, 동포에게 과격한 운동을 부추겼다.

재일 재편에 흐르는 정신

조국, 거주국 어느쪽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의지할 곳 없는 동포들에게 있어, 유일하게 의지할 것은 스스로의 공동체 밖에 없다. 이 본연의 욕구에서 크게 일탈한다면, 공동체는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이러한 위기의식으로 결성된 것이 민단이다. '생활자', '국제인'의 개념은, 민단이 스스로 사상·정치단체가 아닌, 특정 정치적 주의주장과는 일획을 긋는 것을 표명하는 동시에, 공동체를 지키고자 한 절실한 생각의 표출이었다.

공동체란 역사적, 문화적인 배경을 같이 하지만,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살아있는 인간집단이다. 본지의 역사에서 드러나는 것은, 그러한 공동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고향에 대한 애착과 같이 그 본연의 존재를 존중하는 자세이다.

'전원이 귀국하기까지의 자치기관'이었던 민단이, 거주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된 동포의 생활권을 보호하고, 동포의 라이프사이클에 밀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정치기관 또는 지방공공단체적인 성격을 띤 것도 필연이었다. 그리고, 생활자 단체로서 확고한 자리를 굳힌 민단의 구심력은, 재일동포가 민단 이념측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본지의 논조를 관철해 온 '생활자', '국제인'이라는 두가지 키워드는, 민단을 지역사회에 밀착하는 국제단체로서 인지시키고, 지금까지 많은 지방자치체와 시민단체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온 다민족 다문화공생 이념을 정면으로 제창할 수 있는 자격을 민단에게 가져다 주었다.

동포 공동체를 파멸의 구렁텅이에서 구하고, 총련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것을 호소해 온 창단정신은, 앞으로도 재일동포사회의 재편을 담보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5-04-2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