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의 기본 확인할 때

4일은 '7·4 남북공동성명' 35주년. 변모한 남북관계에 있어서 '7·4'는 역사의 저편에 멀리 희미해져 버려 상기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일까. 혹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가져오기 보다는 쌍방이 권한을 정상에 의해 집중시키는 헌법개정으로 이어져 대립구조를 더욱 경직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서 이 성명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일까.

그러나 냉전체제가 더욱 치열했던 1972년 통일논의를 금기시 해왔던 한국이 합법적인 국가로는 인정하지 않고 6·25 남침이나 1968년 청와대 습격 게릴라 사건이 상징하는 남북혁명·통일노선을 취해온 북한을 통일문제의 당사자·교섭 상대로 인정하고, 그 후의 통일정책을 이룩한 역사적인 의미는 크다.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통일문제·대북한 정책이 다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7·4' 이후의 역대 통일정책의 경위를 되살펴보고 그 기본조류를 확인할 필요성을 통감한다.

독일 통일의 충격

한국에 있어서 통일문제는 항상 자국과 주변·관련국의 안전보장 및 전민족의 장래와 직결한 가장 중요한 테마로, 정책에 몇가지 선택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정권이 정치적 이용물이 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의외로 정책의 본질에 흔들림은 적다. 국론분열 혹은 남남갈등의 씨앗처럼 취급되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한국은 1980년대에 들어서 북방외교를 정력적으로 전개하고 사회주의제국과 잇따라 국교를 맺어 1991년 남북 유엔 동시가맹의 길을 열었다. 이 해는 또한 '기본합의서'(남북간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도 체결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현재도 계승되고 있는 포용(태양)정책이 내세워져 2000년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됐다.

그때까지 남북 당국이 합의·발표한 중요문서는 두개. 하나는 양정상의 뜻을 명심하여 고위 당국자가 서명하고 통일의 3대원칙으로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내세운 '7·4 성명'이다. 또 하나는 남북 정상이 서명하고 쌍방의 체제 존중과 무력침략의 금지를 제창, 정치, 군사, 협력·교류의 3분과위 설치를 담은 '기본합의서'이다. '6·15 공동선언'도 많은 부분에서 앞의 두가지 문서에 기초를 두고 있다.

단지 1989년 말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고 냉전체제가 종언을 고하고, 그 다음 해 한반도 통일보다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어 온 동서 독일이 서독에 의한 동독의 완정흡수라는 형태로 극적인 통일을 이루어 이것이 남북 쌍방을 움찔하게 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북은 흡수통일될 것을 우려하고, 남은 주로 코스트면에서 흡수통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태의 도래를 걱정했다. '기본합의서'가 '체제의 존중'을 명기한 것은 그 단적인 증거다.

그러나 '체제의 존중'이라는 약속도 북의 자괴(自壞)까지 막을 수는 없다. 1990년대 대량아사로 현저해진 북한 경제의 곤궁은 한국의 우려를 보다 현실화시켰다. 포용정책으로 묶인 대북정책의 최대 특징은 흡수통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북한의 실정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 역대의 어떠한 정권보다도 '흡수통일은 하지 않는다(할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고 운용된 점에 있다.

반전된 공수(攻守)

이것이 국제적으로도 논의의 표적이 되어 융화정책이 아닌 유화정책으로까지 일컬어졌다. 결과적으로 우려를 활용하여 공세로 나온 것은 북이며 수세로 돌린 것이 남측이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의 여론도 최근 경험에서 포용정책의 운용에 수정을 재촉하고 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은 결국 한국내에 세력을 확장시킨 북한 연동세력과의 다툼이라는 것도 이미 학습했을 것이다.

군사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반면,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교류, 협력을 추진하고 경고, 견제와 동시에 희망을 제시한다. 역대정권의 통일정책과 경험, 서측 진영의 폐쇄사회국가에 대한 승리정책을 수렴한 이러한 대북정책의 기본은 때때로 어떠한 수사가 주어지더라도 불변하고 엄정히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2007-07-04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