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북은 대화·교류의 흐름을 만들어 낸 적은 있어도 정착시키지 못하고 일촉즉발의 위기를 배제할 수 없는 채 6·25 한국전쟁의 휴전협정 60주년을 맞이했다. 불씨를 끄는데 60년이라는 세월이 부족했을리는 없다.

남북분단과 이 전쟁의 배경을 이룬 동서대립구조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1989년)와 독일통일(1990년)를 통해 사실상의 붕괴를 봤다. 한반도보다 훨씬 어렵다던 독일의 통일을 많은 재일동포는 부러워하면서도 국제역학의 변화는 언젠가 한반도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의 야욕은 세습 2대째로 이어지고, 3대째를 움직이고 있다. 후원자였던 동측 진영의 와해를 두려워한 북한은 핵·미사일 등 대량 살육병기로 독재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고빗사위정책에 매달린 끝에 그 깊은 수렁에 빠진 채다.

시간의 여유 없다

북한이 거기에서 기어올라 국제사회가 수긍하는 지원 가능한 침로를 선택할 수 있을지, 중대한 기로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핵·미사일 개발을 축으로 한 선군·도발노선을 포기하고, 국내민생과 국제협조의 중시로 전환할 수 밖에 없도록 북한을 촉구하고, 몰아넣는 관련제국의 결속이다.

독일통일의 추진력은 양독+미영불소의 2+4체제를 구축하고, 동서독일이 자주성의 관철과 국제협조의 균형을 잡음으로써 확보됐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에도 통일을 주도하고자 하는 서독은 흡수되는 동독은 물론 동독을 잃은 소련과 보다 강한 독일 탄생을 우려하는 영불의 반대에 부딪혀 지극히 복잡한 절충을 강요당할 수 밖에 없었다. 후원자는 미국 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영불과 소련의 반대는 누그러져 지지로 바뀌었다. 거기에 있었던 것은, 독일의 통일문제는 전유럽의 안정과 번영을 목표로 하는 차원으로 취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확고한 발상이다. 그것을 만들어낸 것이야말로 동독으로 하여금 질투하게 했을 정도로 두터운 각국의 정상과 담당외교관의 상호신뢰였다.

2+4의 가능성

2+4체제는 남북+미일중러가 참가하는 6자 회담과 같은 골조다. 6자회담은 현재의 목적이야말로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얽혀있긴 하지만 동북아시아의 안보기구의 모형이자 한반도 통일과 지역융합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다.

물론 독일통일과 한반도 문제는 지역의 토양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같은 수준으로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기 때문에 6자회담 참가국은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현혹되지 않고 정상과 외교담당자간의 상호신뢰를 함께 키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북한의 핵 폐절과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시아, 나아가서는 동아시아의 평화·안정과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진다. 그 전체적인 효과는 유럽에 있어서의 독일통일보다 훨씬 크다.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이 은혜를 입을 뿐만 아니라 태평양과 대서양을 유라시아대륙이 얽혀 극동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의 개발을 촉구하여 동아시아를 세계경제의 견고한 견인기지로 만들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은 모두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3회째 핵실험 이후, 중국도 그 입장을 보다 선명히 하고, 한국 주도에 의한 통일에도 반대하지 않고 대세에 맡기는 자세로 전환해 왔다. 북한 리스크를 수습시키는 조건은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갖춰져 있다. 이를 유효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동아시아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연계를 우선시해야 한다.

세게 성장동력으로

유럽에도 가해·피해가 뒤얽힌 역사와 그에 따른 영토문제가 있었다. 그것을 극복하고 독일통일이 있었고, 유엔의 탄생이 있었다. 그리고 유엔은 지금 세계평화를 담보하는 무게감을 갖고 있다.

북한은 확실히 세계사상에서도 유례없는 이질성을 갖고 있어 보통 방법으로는 안 된다. 그러나 통일독일을 탄생시킨 2+4보다 한반도 문제의 2+4가 힘도 지혜도 부족한 것은 아닐 것이다.

중미간에는 뿌리깊은 상호불신이 있더라도 정상회담을 포함한 의사소통의 파이프는 건재하다. 한일 양국은 함께 미국과 공맹관계에 있으면서도 중국을 최대의 무역상대국으로 삼고 있어 경제의 상호의존은 깊다. 한일, 중일이 개별의 이해에 따라 서로 반목한다면 동북아시아를 안정시키고, 자신과 세계의 성장동력을 낳을 기회를 눈뜨고 놓치는 셈이다.

(2013-08-01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