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의 동포가 학살된 1923년 칸토 대지진으로부터 90년이 된다. 칸토 각지의 민단은 발생일인 9월1일에 희생동포의 명복을 비는 추념식을 거행, 이러한 참극을 두 번 다시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모와 진상을 밝히고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수가 소수 약자의 배격에 움직이지 않는 공생기반을 구축할 것을 호소해 왔다.

국가의 품격 걸고

일본은 이 날을 '방재의 날', 이어지는 일주일을 '방재주간'으로 삼고 관계 제기관 및 국민이 지진·해일·태풍 등 각종 재해에 대해 인식을 다지고 준비를 충실·강화하기 위해 계발·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 대책으로 부심하는 자치체도 적지 않다. 적확한 정보의 제공 및 피난유도 등의 지원체제를 만들고, 일부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방재훈련을 실시하기까지 됐다. 한신아와지(阪神淡路), 동일본의 두 대지진으로 이재한 많은 외국인이 혼란에 빠진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재일외국인은 200만명을 넘었다. 약 14만명의 유학생을 7년 후에는 배증시키고, 해외에서 오는 취업자를 늘릴 계획도 있다. 게다가 방일 관광객이 올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한다. 월간 평균 약 90만명의 외국인이 일본땅을 밟고 있다는 계산이다.

예측이 어려운 대지진·해일에는 만전의 대비를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에서도 관광객이나 일시적으로 체재하는 외국인 대책은 국가의 품격을 걸고 정주자의 협력을 얻어 극진히 강구해야 한다. 역사적 경험과 현상에서 우리는 일관되게 그 부분에 강한 관심을 갖아 왔다.

방재에 관한 지식과 훈련경험이 충분히 있다 하더라도 집단적 패닉에 빠진 경우 어떻게 반응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그래도 의지해야 하는 것은 일상이 키운 집단적 감성이자 행동양식일 것이다.

걱정은 커져

만일의 경우, 다수인 일본인이 어떻게 움직일지, 나아가서는 외국인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정주자와 관광객을 불문하고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한국인과 중국인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의 걱정은 점차 커지고 있다. 칸토 대지진 80주년에 즈음하여 일변련(일본변호사연합회)은 조선인·중국인 학살은 군·경찰·자경단에 의한 조직적인 만행이었다고 판정하고, "근원에 있던 민족차별은 여전히 일본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10년, 실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 영유 및 역사인식을 둘러싼 한국 및 중국과의 정치적인 알력이 국민들의 감정대립에 결부되기 쉬워진 것만이 아니다.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모두 죽여라", "대학살을 하겠다"고 외치는 헤이트 스피치(증오표현) 집단이 활개치며 가두시위를 펼치는 심각한 현상이 있다.

칸토 대지진 때의 학살은 일반적으로 라디오방송이 없고 전화도 보급되지 않는 등 정보전달 수단이 제한된 상황 하에서 군·경이 흘린 유언비어가 일본인의 재일동포에 대한 공포심, 증오를 부채질하여 확대 재생산됐기 때문으로 현재의 일본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설명되어 왔다. 정말로 그럴까.

음의 기능을 주시

특정 소수 약자를 표적으로 증오를 토해내는 헤이트 스피치 집단은 인터넷 보급에 의한 정보화시대의 산물이다. '인터넷우익' 내지는 '넷토우요'라고 멸시당하면서도 세력을 확대하고, 조직적으로 공공연히 가두에 진출해 왔다. 증오나 유언비어를 순식간에 확산시키는 인터넷이라는 음의 기능에 경종을 울리지 않을 수는 없다.

칸토 대지진이라고 하는 미증유의 천재가 가해자 집단을 형성시키고, 있어서는 안 되는 학살을 낳았다. 어떠한 패닉에 빠지더라도 천재가 인적 참사로 전화되지 않도록 그 가능성을 극소화하는 훈련이 불가결하다.

일본은 거대한 지진과 해일의 흔적을 먼 과거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하고 교훈으로 삼음으로써 천재에는 안이한 판단을 하지 않고,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는 태도를 기르는데 열심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칸토 대지진 때의 가해행동에서도 깊이 배워야 한다. 관계 당국에 보이는 학살사실의 은폐 등은 당치도 않은 일이다.

10년 전 일변련의 회장은 치안 관계자에 대한 철저한 인권교육을 요구하는 한편, "시민이 국적과 민족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인권침해를 하지 않도록 서로 공생하는 사회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한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이러한 철저한 노력이 지금이야말로 요구되고 있다.

90년이라는 절목에 즈음하여 '마음의 방재'가 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재차 명심했으면 좋겠다.

(2013-08-29 민단 신문)